주문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14번, 16번의 각 아동복지법위반의 점은 무죄.
사건정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판결
사건
2019고단2205
판결선고
2021. 3. 19.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6.경부터 2018. 6.경까지 안성시 B 소재 C학교에서 역사, 사회과목을 지도하며 학생인권부장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공무원이다.
누구든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 7.말경 안성시 D에 있는 ‘E’ 여자 숙소에서 별지 범죄일람표 15번 기재와 같이 피해아동 F(가명)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F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수사보고(피해자 G 전화통화)
녹취록 작성보고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시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 F뿐만 아니라, 목격자 G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이들의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의 2호, 제17조 제2호, 벌금형 선택
[피해자가 당시 중학교 2학년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 점, 피해자 스스로도 피고인이 제안을 마지못하여 승낙하였고,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295쪽),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제3항 소정의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는 점 등의 사정을 뒤에서 볼 성적 학대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이수명령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 제2조 제4호 타.목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의 면제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 구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9. 11. 26. 법률 제166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 - 취업제한명령의 면제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1. 16. 법률 15352호) 제3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3. 13. 법률15452호) 제2조 단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8. 3. 13. 법률 154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1항 단서, 장애인복지법 부칙(2018. 12. 11. 법률 제15904호) 제2조,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단서, 아동복지법 부칙(2018. 12. 11.) 제2조 제1항, 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 단서
피고인의 연령, 재범위험성, 이 사건 각 범행의 종류, 동기, 공개ㆍ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으로 기대되는 이익 및 예방효과와 그에 따른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ㆍ고지하여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 및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됨.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범죄사실에 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라.목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피해아동의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성적 폭력을 행사하여 피해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는바, 그 죄책이 가볍지는 않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이 단 1회에 그친 점,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공소사실
누구든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거나,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3. 일자불상경 위 C학교 2학년 1반 교실에서, 창가를 바라보고 있던 피해아동 H(가명, 여, 14세)의 엉덩이를 아무런 이유 없이 발로 제기차기 하듯 1회 걷어차 피해아동에게 성적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행위를 함과 동시에 신체적 학대를 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6. 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내지 14번, 16번 기재와 같이 총 15회에 걸쳐 피해아동들에게 성적,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가하였다.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 7, 8, 16번은 기간이 1년이 넘는 장기간이고, 횟수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연번 4번의 경우 ‘2017. 10.초순경 이전까지’라고 표시하여 시기가 불분명하므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요소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의 범위를 특정시켜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그 특정요소를 종합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한 것이고, 위 법규정에서 말하는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므로 비록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기재가 위에서 본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440 판결 등 참조).
연번 3, 7, 8, 16번 각 공소사실의 경우 범죄기간이 장기간으로 설정되어 있기는 하나 이중기소가 시효에 저촉될 정도는 아닌 점, 피고인 역시 해당 사실의 부존재를 다툰다기보다는 그러한 사실관계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악의가 없었다든가(연번 7, 8, 16번), 다른 맥락에서의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연번 3번) 특별히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특정한 계기로 과거의 범행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되는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공소내용은 일단 특정되었다고 판단된다.
연번 4번의 경우 범행의 시기를 특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각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증거기록 68쪽, 75쪽, 78쪽)에 피해시점을 모두 ‘2017. 10.초순경’으로 특정하고 있고, 피해자들의 경험내용은 같은 역사수업 시간에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공소사실의 일시는 ‘2017. 10.초순경’으로 보이고, 특별히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다만,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4번의 일시에서 ‘이전까지’ 부분은 오기로 보이므로 삭제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실체관계에 관한 판단
신체적 학대 여부에 관하여(연번 1, 2번)
전제법리
구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3호는 처벌대상인 신체적 학대행위를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라고 규정하였다. 구 아동복지법하에서 판례는,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는 아동의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상해’의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신체에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도6781 판결 참조)고 보았다. 한편 개정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3호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라고 규정함으로써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가 구성요건에 추가되었다.<1>
개정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도록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아동복지법의 목적(제1조)에 비추어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행위의 정도와 태양, 아동의 반응 등 구체적인 행위 전후의 사정과 더불어 아동의 연령 및 건강 상태, 행위자의 평소 성향이나 유사 행위의 반복성 여부 및 기간까지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7도12742 판결).
아동복지법상 학대범죄가 형법 제273조 제1항의 ‘학대죄’에 비하여 보다 넓게 해석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위 범죄가 뿌리를 두고 있는 형법상의 ‘학대’는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하는 행위를 가리키고(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도223 판결), ‘학대성향의 표출’이라는 주관적 위법요소를 필요로 하는 ‘경향범’이다. 따라서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아동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행위에서 적극적인 가해의사가 추단되어야 하며, 그 결과 아동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는 아동에 대한 단순폭행죄와 구별되어야 한다).
연번 1번
피고인은 연번 1번에 관하여, 피해아동을 항해서 제기차는 듯한 발동작만 하였고,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의 진술(증거기록 70쪽),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회의록(증거기록 380족)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로 찬 행위 자체는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자신이 교실에서 창가를 보고 있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나타나 등 뒤에서 제기차기 하듯 엉덩이를 발로 1회 때렸다’고만 진술할 뿐,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나 상황, 피고인의 언동 등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점, 피고인도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나 수 사기관에서 창가에 있던 학생의 엉덩이를 찬 사실에 대하여 기억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범행의 동기나 경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위와 같이 피고인의 적극적인 가해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신체적 학대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연번 2번
피고인은, 발로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해자의 진술(증거기록 66쪽), 학 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회의록(379쪽)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수업시간 중 피해아동이 교단에 올라가 첫째 줄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교탁에서 ‘비켜’라고 하며 발로 제기를 차듯 피해아동의 엉덩이를 찬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아동 스스로도 피고인으로부터 세게 맞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점과 당시 행위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적극적인 가해의사가 있다거나 아동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성적 학대 여부에 관하여(연번 3, 4, 5, 9, 12, 13, 14, 16번)
전제 법리
아동복지법(이하 ‘법’) 제2조 제4호에서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17조 제2호에서는 “누구든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아동복지법의 입법취지나 관련 조항들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라 함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 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인격 발달과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등 참조).
한편 ‘성희롱’과 ‘성적 학대’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①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는 ‘성희롱’이란 국가기관 등의 종사자, 사용자,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욕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목),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나.목)으로 정의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76조의 2에서는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고충 처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②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위에서 본 가.목 및 나.목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정의하고, 제12조에서 사업자, 상급자 또는 근로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제37조 제2항 제2호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9조 제1항에서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과태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제2항 각호에서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지 않거나, 근무장소의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등에 대하여도 과태료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민간영역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규제하고 있다. ③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제2조 제3호 라.목에서 공공기관(학교 등을 포함함)의 종사자 등의 성희롱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제44조 제1항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인권위원회가 구제조치의 이행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제45조 제1항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공공기관 등이나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면 해당 기관 자체에서 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 하에 성희롱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을 뿐, 성희롱 행위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의 2호, 제17조 제2호는 성적 학대행위를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율하고 있고, 신체적 학대행위 및 정서적 학대행위에 비하여 높은 법정형을 취하고 있는 점<2>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성적 학대행위는 성희롱 등의 행위에서 나아가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에 해당하여야 하고, 그것이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행위한 경우(연번 3번, 16번)
연번 3번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역사 수업 도중 피해자 I, H, J, K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얼굴을 밀착하여 들이댄 후 눈을 맞추고 ’후‘하고 바람을 불어 넣었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하여 “피해아동들이 피고인을 향해서 ‘L’, ‘M’, ‘N’ 등 별명을 부르면서 짓궂은 행동을 할 때, 피고인이 이를 제지하려고, 50~70cm 간격을 두고 얼굴을 보면서 ‘정신 차리세요’라고 말하고 ‘후’하고 바람을 분것이 전부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은 공소사실과 동일한 취지의 단편적 서술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경위나 당시 상황에 대한 묘사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증거기록 67, 71, 74, 77쪽), 그 내용도 서로 판박이처럼 유사하여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 피고인이 아무런 이유나 말도 없이 피해자들 각자에게 얼굴을 밀착하여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사실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도의 사실관계만이 인정될 것인데, 이를 성적 학대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연번 16번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아동 옆을 지나갈 때 ‘나 잘생겼냐?’라고 물은 후 피해아동이 마지 못해 ‘네’라고 답하면 피해아동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톡톡 치면서 ‘뽀뽀’라는 말과 행동을 수회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불쾌하게 느껴지는 성희롱이 될 수는 있을 것이나, 나아가 그것이 성적 폭력에 이른다거나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수업시간 중 다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언동의 경우(연번 4, 5, 9, 12, 13, 14번)
피고인은 연번 4, 5, 9, 12, 13번과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피해자들이나 목격자들의 진술 내용과 진술 내용의 구체성 및 일관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사실관계가 인정된다.<3>
피고인의 해당 언동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로 비난받을 수는 있고, 일부 성희롱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성희롱에서 나아가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에 이른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는 없다.
정서적 학대 여부에 관하여 (연번 6, 7, 8, 10, 11번)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의 개념
헌법재판소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의 의미에 대해 『아동복지법의 입법목적과 기본이념,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아동의 인격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서적 학대행위의 특수성, 학대의 유형을 구별하되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와유기 및 방임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아동복지법의 입법체계, 관련 판례 및 학계의 논의 등을 종합할 때, 아동복지법이 규정하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위에는,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폭언과 위협,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는 행위, 특정 아동을 차별하는 행위, 방 안에가두어 두는 행위, 아이를 오랜 시간 벌을 세우고 방치하는 행위, 찬물로 목욕시키고 밖에서 잠을 자게 하는 행위, 음란물이나 폭력물을 강제로 시청하게 하는 행위 등이 있을 것이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5. 10. 21. 선고 2014헌바266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의 의미에 대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의 행위는 유형력 행사를 동반하지 아니한 정서적 학대행위나 유형력을 행사하였으나 신체의 손상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리키고(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6015 판결 참조), 여기에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 함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등 참조).
정서적 학대행위는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처럼 피해자의 신체 등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정량화하기 어렵고, 정서적 학대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학대를 당한 아동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동일한 행위 유형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범주화하여 유형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헌법재판소 2015. 10. 21. 선고 2014헌바266결정).
정서적 학대는 위와 같이 그 개념이 모호하고 판단이 곤란한 반면, 아동에 대한 훈육이나 지도 과정에서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언사는 학교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이에 대한 객관적 기준 없이 정서적 학대행위로 의율할 경우, 교사의 부적절하거나 비윤리적인 언사가 문제될 때마다 도의적인 비난이나 교내에서의 징계책임을 넘어 형사책임과 더불어 취업제한을 통해 교사의 신분까지 박탈할 수 있게 되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 매우 엄격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피해 아동들에게 유형력이 동반되지 않고, 단지 부적절한 발언 등만이 이루어진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그것이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가학적인 성격이 뚜렷이 드러나거나, 그 발언의 수준 자체가 사회적·윤리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고, 나아가 그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쳤거나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정서적 학대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피해 아동에게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수준에 그치는 언행만으로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안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수업시간 특정종교를 폄하하는 행위(연번 6번), 특정 아동에게 별명을 반복적으로 부르는 행위(연번 7, 8, 10), 양성 평등에 반하는 성차별적 언사(연번 14번)로 볼 수 있어서 피해자들이 불쾌감이나 정서적 혼란을 느꼈을 가 능성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언행은 애초에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거나(연번 6, 14번),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가학적인 성격이 뚜렷이 드러나거나, 그 발언의 수준 자체가 사회적·윤리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따라서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14번, 16번 기재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판결의 공시를 희망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희
별지
각주1) 이 사건에서 피해아동들의 신체에 손상이 없었으므로, 후자의 행위 유형만이 문제된다.
각주2) 성적 학대행위에 대하여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반면, 신체적 및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하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여 1/2 정도로 처벌수위를 정하고 있다.
각주3) 연번 4의 경우 증거기록 195, 207, 262, 319쪽 등 참조, 연번 5의 경우 증거기록 206, 262, 292쪽 등 참조, 연번 9의 경우 증 거기록 207, 210, 2015, 227, 231, 235, 238, 239, 251, 274, 277, 280, 291, 312쪽 등 참조, 연번 12의 경우 증거기록 187, 190, 219, 235, 460쪽 등 참조, 연번 13의 경우 201, 222, 247, 291, 314, 393쪽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