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2. 4. 19. 선고 2019고정170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평택시 B건물 C호에 소재하는 D회사 E대리점(이하 ’이 사건 집배점‘이라 한다) 대표로서 택배기사 10명을 사용하여 택배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8. 13. F노동조합<1>(이하 ‘F노조’라 한다)으로부터 서면으로 분류작업 개선 등과 관련한 단체교섭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였다.

2.

판 단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위반죄의 죄책을 묻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F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음을 인식하면서도 거부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 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하여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 내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고,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F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거부한다는 인식하에 그 요구를 거부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인은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와 택배집배점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집배점을 운영하는 자이다. F노조는 전국의 택배와 관련된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2017. 11. 3.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고, 이 사건 집배점에 근무하는 택배기사들 중 일부가 위 노조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F노조는 2018. 8. 13. 피고인에게 서면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이 사건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F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하였다.

2)

F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8. 27. ‘이 사건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F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시정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10. 8. 피고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3)

피고인은 2018. 11. 19.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2018구합85624호로 위 재심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에는 D과 택배집배점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집배점을 운영하는 자들이 피고인과 마찬가지 이유로 제기한 재심결정취소 청구의 소가 2018. 1.경부터 계류 중이었고, 이후에도 다수의 소가 제기되었다(D 집배점 운영자들로서 위와 같은 소를 제기한 원고들의 수가 100명을 넘는다). 서울행정법원은 2019. 11. 15. 2018구합50888, 2018구합85624(병합) 등 사건에서 이 사건 집배점을 포함한 D 집배점의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 등의 재심결정취소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 등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2021. 8. 27. 항소를 취하하여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4)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어 온 상황에서 F노조가 2017. 11. 3.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교부받고 D 집배점에 순차로 단체교섭 요구를 해 오자, D 집배점 운영자들은 대리점 연합회 차원에서 논의하여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기로 하였다. 이에 D 집배점 운영자들은 F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후 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을 다투는 방법을 택하여(사용자측은 노동조합 설립신고증 교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적격이 없기 때문이다) 2018. 1.경부터 위 3)항과 같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5)

위와 같이 피고인이 F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할 당시 이미 택배기사의 노동조합법상 지위를 둘러싼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는바, 피고인으로서는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F노조의 단체교섭요구에 섣불리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F노조가 법적으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최종적으로 인정될 경우 당연히 교섭에 응할 생각이라고 진술하였다.

6)

피고인과 같이 F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다수의 D 집배점 운영자들에 대하여 검찰은 ‘F노조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7)

피고인은 행정소송 결과 택배기사의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자 F노조와의 단체교섭절차를 개시하였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김수영

각주1) 공소장에는 ‘노동조합’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F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