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인 망 B(2021. 11. 18. 사망)과 2005.경부터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2021. 9.경 혼인신고를 한 사이로, 피고인은 2021. 11.경 피해자가 간경화 및 간성혼수로 입원 중인 것을 기화로 피해자의 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피고인은 2021. 11. 15. 평택시 C에 있는, D조합 송탄지점에서 망 B 명의의 E조합 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조카인 F에게 "피해자가 몸이 안좋아지면 통장에 있는 돈을 출금하여 알아서 쓰라고 했었다. 그러니 은행에서 돈을 찾아와라"라고 지시하여, 위 F으로 하여금 출금전표 계좌번호 란에 '(계좌번호 1 생략)', 금원 란에 '오천사백만'원, 성명 란에 'B'을 기재하게 한 뒤, 위 출금전표에 미리 소지하고 있던 망인의 도장을 날인하게 한 후, 이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된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E 조합 직원에게 제시하게 하는 방법으로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B 명의의 출금전표 1장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
사기
피고인은 제가항의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 F으로 하여금 제가항과 같이 위조한 B 명의 출금전표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된 것처럼 E조합 직원에게 제시하게 하고, 피고인이 B 명의 G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에서 예금을 인출할 정당한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위 직원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위 직원으로부터 5,000만 원을 지급받고, 계속하여 망인 명의 위 계좌에서 H 명의 G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400만 원을 송금받아 합계 5,400만 원을 편취하였다.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도756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약 13년 정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2021. 9. 10.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혼인신고를 할 무렵 피해자는 I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피고인의 조카인 F이 피해자를 방문하여 피해자로부터 신분증을 교부받아 피고인에게 가져다주었다.
피해자의 신분증을 교부받은 피고인은 2021. 9. 10.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은 피해자와 통화하여 혼인의사를 확인하였다.
피해자는 2013년 10월경 J주식회사(이하 'J'라 한다)와 K 통합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J는 2021. 10. 20.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금 188,412,847원(이하 '이 사건 보험금'이라 한다)을 피해자 명의의 G은행계좌((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로 입금하였다.
피고인은 2021. 10. 20. F에게 이 사건 계좌에서 1억 3,600만 원을 인출하도로 부탁하였고, F은 D조합 송탄지점을 방문하여 이 사건 계좌로부터 1억 원은 1,000만 원권 수표 10매로, 3,000만 원은 100만 원권 수표 30매로, 600만 원은 현금으로 합계 1억 3,600만 원을 출금하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의 출금전표를 작성하여 위 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제출하였으며, F으로부터 피해자가 병원이 입원해 있기 때문에 방문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담당직원 L은 피해자와 통화하여 피해자가 출금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1억 3,600만 원을 F에게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21. 11. 15. F에게 이 사건 계좌에서 5,400만 원을 인출하도록 부탁하였고, F은 D조합 송탄지점을 방문하여 이 사건 계좌로부터 4,000만 원은 100만 원권 수표 40매로, 1,000만 원은 현금으로 출금하고, 400만 원은 H의 계좌로 이체하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의 출금전표를 작성하여 위 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제출하여, 담당 직원은 출금전표에 내용대로 F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고, 400만 원을 이체하였다. 피해자는 이날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들어간 상태여서 위 은행의 담당직원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이 사건이 발생한 2021. 11. 15.경 피고인은 간경화 및 간성혼수로 M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고, 2021. 11. 18. 사망하였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피해자 명의의 출금전표 1장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사실 및 피고인이 은행 직원을 기망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돈을 편취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상당기간 동안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여 오다가 2021. 9. 10.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혼인신고를 하였는바, 피고인과 피해자의 혼인관계는 이 사건이 발생할 무렵에도 원만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은 식당을 운영하고, 피해자는 일용직 노동으로 함께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피해자는 2012년경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일용직 노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소득이 많지 않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수입원은 피고인이 식당을 운영하여 얻은 수입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에서도J로부터 이 사건 보험금을 지급 받는 것에 피고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할 무렵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으므로, 피고인이 혼자남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염려하여 이 사건 보험금을 피고인이 사용하도록 하였을 이유도 충분하고, 실제로 피고인은 2021. 10. 20. 피고인이 이 사건 계좌에서 1억 3,600만 원을 출금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피고인의 조카로서 2012년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함께 일해 왔고 피해자와도 가깝게 지냈던 F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과 저에게 자신의 몸이 안 좋아 지면 통장에 있는 돈을 알아서 쓰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이야기 했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114쪽, F 증인신문조서 11쪽). F의 진술내용 및 이 법정에서의 태도, F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혼인신고와 2021. 10. 20.자 예금 출금에 동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사전에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된 보험금을 찾아 써도 좋다고 피고인에게 동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피해자가 위 동의를 이 사건 발생 시점인 2021. 11. 15. 이전에 철회하였다는 점을 증명하는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당시까지 피해자의 동의가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자는 2021. 11. 16., 2021. 11. 17. 이 사건 계좌에서 피고인이 돈을 찾아간 것에 대하여 화를 내기는 한 것으로 보이는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사전에 돈을 찾아도 좋다는 동의를 이 사건 발생 이후에 철회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사문서위조나 그 행사 및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매우 위중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진정으로 그 동의의 의사를 철회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피해자가 평소에 피고인에게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이 사건 계좌에서 돈을 찾아 쓰라고 했었고, 2021. 11. 15.경에는 피해자가 혼수상태에 있었으므로, 설령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의사가 피고인이 이 사건 계좌에서 피해자가 돈을 찾는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현실적 의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여전히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및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예비적으로 이 사건 사기 범행은 헌법재판소의 형법 제328조 제1항의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이전에 범한 것이므로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에 따라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 원칙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다만 예외적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소급효가 인정되고(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위헌결정의 예외적 소급효가 인정되는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형사처벌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실체법을 의미한다.그러나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더라도 처벌되지 않는 사유를 규정한 것이라면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그 조항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형사상의 불이익이 미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경우까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이미 처벌되지 않는 대상이었던 피고인의 신뢰보호의 이익을 크게 해치게 되어 그 규정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이러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에 따른 소급효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위 법률조항은 같은 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위헌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불처벌 특례의 위헌결정에 관한 헌법재판소 1997. 1. 16. 선고 90헌마110 등 전원재판부 결정과 헌법재판소 2009. 2. 26. 선고 2005헌마764 등 전원재판부 결정 및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구성요건해당성 배제사유의 위헌결정에 관한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0도68 판결 등 참조).
형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라고 규정하고, 형법 제354조는 위 조항을 사기죄 등에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형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328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는 적용중지명령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등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로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도8610). 그러나 형법 제328조 제1항은 형벌조각사유로서 형의 면제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그 조항에 따라 형의 면제가 되었던 사람들에게 형사상의 불이익이 미치게 된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조항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도19846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이 설령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의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일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형법 제354조, 제328조 제1항에 따라 형을 면제하여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일러둔다]
판사 우제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