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5. 9. 25. 선고 2014가합10505 판결

주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4. 7. 18.자 대기발령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방송사업, 문화서비스업 및 광고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사업자이고, 원고는 2005. 11.경 피고에 입사하여 편성제작국 기술팀에서 근무하다가 2012. 7. 5. 피고로부터 경영합리화 조치에 의한 인력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되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2013. 4. 26. 이 사건 정리해고가 유효라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2012가합23651),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4. 2. 7. 이 사건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여 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2013나30990). 이에 대해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2014. 6. 12. 상고 기각 판결을 함으로써(2014다19622) 위 해고무효확인 판결은 2014. 6. 17. 확정되었다.

다.

원고는 위 확정판결에 따라 2014. 7. 7. 피고로 복직되었다.

라.

피고는 2014. 7. 17. 원고를 2014. 7. 18.자로 경영지원국으로 대기발령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이라 한다).

마.

피고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8,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하여 피고로 복직하자마자 이루어진 징계성 대기발령으로서, 아무런 대기발령 사유 또는 업무상의 필요성이 없이 오로지 원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서 원고로 하여금 스스로 피고에서 퇴사하게끔 하려는 부당한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이에 따라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중대하며 피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무효이다.

나.

피고

원고는 피고의 기술팀에 소속되어 근무할 당시인 2010. 7.경 고가의 회사 장비를 임의로 폐기하고, 2011. 12.경 피고 내 불법단체에 가입하여 피고의 대주주와 경영 체제를 부정하는 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2014. 3. 31. 피고 내 임원실과 경영지원국의 보안장치를 뜯어내고 이를 훼손한 사실로 형사처벌을 받는 등 여러 비위를 저질렀던바, 피고는 원고를 대기발령처분한 후 이를 확인하여 적절한 인사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원고가 복직할 시점에서는 피고의 조직 개편이 완료되어 기술팀에 배치하기 곤란한 상황이었고, 원고가 지급받은 급여를 고려하면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이 없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와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유효하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8, 10, 11호증, 을 제9, 12,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인사권에 기한 재량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의 효력을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①

이 사건 대기발령은 2014. 7. 18. 이후 현재까지 1년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되고 있다.

②

피고 취업규칙은 제20조의2에서 대기발령에 관한 규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1항에서는 근로자에 대해 3개월 미만의 대기발령을 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고, 제5항에서는 대기발령은 적절한 인사배치를 위한 대기발령, 징계성의 대기발령, 휴업성의 대기발령으로 나뉘고 각 대기발령마다 차등하여 급여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원고는 대기발령 기간 동안 기본급에 해당하는 임금만 지급받았으므로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은 징계성의 대기발령이라 할 것인데,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에 대한 징계성의 대기발령 사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모두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

2010. 7.경 피고 장비 무단 폐기 행위 : 위 행위는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일로부터 무려 4년이나 경과한 일로서, 원고는 이미 수사기관에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은바 있는 점, 원고는 피고의 요청에 따라 2014. 7. 28. 장비의 폐기 절차 및 장소에 관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점, 피고는 원고에게 위 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를 하라고 명령하는 것 외에 적극적으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고, 위 행위에 관하여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행위는 피고 취업규칙 제20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

2011. 12.경 피고 내의 불법 단체(B 최대주주 불법 명의신탁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에 가입하여 피고의 대주주와 경영체제 전면으로 부정하는 활동을 주동한 행위로 정직처분 받음 :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위 행위로 인해 이미 피고로부터 정직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원고를 다시 대기발령하는 것은 부당하다.

○

2014. 3. 31. 피고 내 임원실과 경영지원국의 보안장치 뜯어내고 이를 훼손한 행위로 인해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 받음 : 원고가 위 행위를 범죄사실로 하여 2014. 5. 2.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2014고약5866) 그 무렵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에 대한 피고의 고소사실 중 재물손괴를 제외한 절도, 업무상배임, 명예훼손 등의 사실은 모두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점, 정식기소되지 않고 약식기소된 점에 미루어 보아 원고의 죄는 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위 형사처분과 관련한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행위는 피고 취업규칙 제20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

피고는 조직개편 완료로 인해 원고가 근무할 보직이 없다는 점도 대기발령 사유로 주장하나, 을 제17 내지 2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④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이 이 사건 해고무효판결의 확정으로 원고가 피고에 복직한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는 원고가 스스로 회사에서 퇴사하게끔 할 의도에서 대기발령처분을 편법적으로 이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⑤

피고는 대기발령 중인 근로자에게도 수당 등을 제외한 기본급여가 지급되므로 원고가 대기발령으로 인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대기발령 중에는 기본급여만이 지급되는데 피고의 급여 체계 상 수당이 급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원래 지급받을 수 있는 급여와 차이가 크고, 생활상 불이익 여부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평가할 것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없거나 가벼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⑥

원고는 인사발령이 있기 전 피고 노동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과 이 사건 대기발령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었고 이에 C 지부장과 D 사무국장이 피고 측에게 원고의 인사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원고 본인과의 협의가 아닌데다가 조합이 피고와 대등한 지위에서의 협상 능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 이를 두고 성실한 협의 절차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과 관련하여 원고 본인의 의사를 묻고 성실하게 협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⑦

결국 피고의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한 업무상의 필요성은 거의 인정할 수 없는 데 반하여 그로 인하여 원고가 겪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중대하고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⑧

설령 피고가 주장하는 대기발령 사유가 인정되고 원고가 무단 결근하는 등으로 피고에게 협조하지 아니하여 대기발령 상태가 계속되었다고 하더라도,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데(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 원고는 2015. 1. 5.부터 2015. 2. 6.까지 약 1달 간 피고에 다시 출근하여 대기발령자로서 근무하면서 피고가 주장하는 대기발령 사유에 관한 경위서 및 시말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던바, 피고는 늦어도 이 무렵에는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처분을 해제하고 전보 등의 인사명령을 내리는 등 확정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는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로서 그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동(재판장) 김정성 전명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