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3. 7. 15.경부터 2014. 2. 10.까지 집합투자기구의 설정 및 해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피해자 C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피해자 회사의 자금관리 등 총괄적인 운영업무에 종사하였다.
퇴직금 횡령
피고인은 2013. 7. 하순경 서울 서초구 D, 8층에 있는 피해자 회사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입사일로부터 2013. 6. 30.까지의 재직기간 동안 일체의 퇴직금 등을 포기한다", "회사에서 퇴직하는 경우 대표이사 퇴직금은 근로자 지급액의 3배수로 정한다는 회사규정의 적용을 주장하지 않는다"라는 취지가 기재된 '퇴직금 권리포기 각서'를 작성하여, 피해자 회사와 금융감독원, 회계감사인 등에게 제출함으로써 2011. 11. 24.부터 2013. 6. 30.까지의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청구권 및 2013. 7. 15. 이후 대표이사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 중 근로자 지급액을 넘어서는 금액의 퇴직금 지급청구권을 포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2. 10.경 위 사무실에서, 같은 날로 예정된 피해자 회사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피고인이 해임될 것으로 예상되자 피해자 회사의 담당자에게 자신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2011. 11. 24.부터 2013. 6. 30.까지 이사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 명목으로 8,907,070원, 2013. 7. 15.부터 2014. 2. 10.까지의 대표이사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 명목으로 근로자 지급액(4,734,960원)을 넘어선 13,085,710원과의 차액 8,350,750원 등 합계 17,257,820원을 피고인의 처 E 명의의 농협 계좌로 입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 중이던 피해자 회사의 자금 17,257,820원을 횡령하였다.
대표이사 급여 횡령
피고인은 2013. 11. 28.경 위 사무실에서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사회를 개최하여 "회사의 최저 영업용순자본비율 및 최저자기자본이 충실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표이사의 급여를 무보수로, 그리고 법인카드 사용을 정지하고자 한다"라는 안건을 상정한 후 대표이사인 피고인과 사외이사 F의 찬성으로 위 안건이 가결됨으로써, 피해자 회사에 대한 급여지급청구권이 소멸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1. 3. 2013. 12.분 급여 명목으로 6,442,770원, 2014. 2. 5. 2014. 1.분 급여 명목으로 8,841,776원을 위 E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피해자 회사 소유의 합계 15,284,546원을 횡령하였다.
판단
퇴직금 횡령의 성립 여부
퇴직금 포기각서의 효력 판단의 기준시점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하면, 2013. 6. 25.자 퇴직금 포기각서의 실제 작성이 이루어진 날은 그보다 더 뒤인 2013. 7.경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작성한 위 퇴직금 포기각서는 당시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통과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의로 작성된 것으로서 그 작성일이 반기보고서 작성기준일인 2013. 6. 30. 이전이어야 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포기각서 작성 행위가 실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2013. 7.경보다는 위 포기각서상에 명시된 작성일인 2013. 6. 25. 위 포기각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위 문서 작성 당시의 당사자들의 의사에 합치된다고 판단되므로, 2013. 6. 25.을 기준으로 위 포기각서의 효력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 포기각서 제1항의 효력
피고인은 2013. 6. 1.경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의 지위에서 연봉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연봉계약서에 기하여 펀드 총괄 운영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 왔으므로, 위 각서 작성일인 2013. 6. 25. 당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34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인바(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위 포기각서 제1항은 피고인이 2013. 6. 25. 아직 발생하지 않은 퇴직금지급청구권에 대하여 사전에 포기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위 포기각서 제2항의 효력이 피고인에게 미치는지 여부
한편, 2013. 6. 25.자로 동일한 퇴직금 권리포기 각서가 피고인과 G 각각의 명의로 따로 작성된 점, 2013. 6. 25. 당시 G은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었지만 피고인은 '이사'라는 직함만을 사용하였을 뿐 법인등기부에 임원으로 등재되어 있지도 않았던 점, 반기보고서 작성기준일인 2013. 6. 30.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피고인이 향후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할 것을 전제로 그 대표이사 퇴직금을 사전에 포기하는지 여부는 피해자 회사의 재무건전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포기각서 제2항은 그 당시 대표이사이던 G에게 그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 당시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지 않던 피고인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위 포기각서 제2항을 통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의 퇴직금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위 포기각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그러한 의사표시는 위 포기각서 작성명의인인 피고인과 당시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G(위 포기각서 말미의 'C 주식회사 대표이사 귀중'이라는 문구 참조) 사이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소결
따라서 피고인과 G이 피해자 회사의 회계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거나, 그러한 행위가 별도의 범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위 포기각서의 효력이 피고인에게 미침을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대표이사 급여 횡령의 성립 여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므로,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았음에 그쳤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2013. 6. 1.경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의 지위에서 연봉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연봉계약서에 기하여 펀드 총괄 운영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 왔으며, 피고인이 2013. 7. 15.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원래 하던 업무인 펀드 총괄운용 업무에 종사하였고, 위 연봉계약서가 변경되지 않은 채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아닌 종전의 연봉계약서에 기해 급여가 지급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2013. 7. 15. 이후 피고인의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았음에 그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는 경우 그 이사의 보수액을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사 전원에 대한 보수의 총액만을 정하고 각 이사에 대한 개별 지급액의 결정은 이사회의 결의에 위임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이 때 이사회의 결의로 각 이사에 대한 개별 지급액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 이사 전원에 대한 보수 총액에 변동을 가져오게 된다면 이는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을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가 결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회사의 정관 규정으로 또는 피해자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각 이사에 대한 개별 지급액의 결정을 이사회의 결의에 위임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피고인이 참석한 2013. 11. 28.자 이사회 결의 제3호 의안은 피해자 회사의 NCR 및 최저자기자본이 충실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대표이사 급여를 무보수로 한다는 내용으로 당시 이사(대표이사 포함)이던 피고인, G, F의 보수 총액에 변동을 가져오게 되는 내용임에도 그에 관한 피해자 회사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쳤다는 자료 또한 없으므로, 피해자 회사의 2013. 11. 28.자 이사회 결의 제3호 의안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의 2013. 11. 28.자 이사회 결의 제3호 의안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양진수
각주1) 이 사건의 경우 2013. 7. 15.부터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이사'의 지위를 넘어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회사의 이사라고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이외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하는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33037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