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판단누락
피고인은 원심에서 공소사실이 불특정되었다는 주장,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 피고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공소사실 불특정
이 사건 공소사실은 C의 퇴직일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다.
사실오인
피고인은 C이 2013. 8. 12.부터 무단으로 결근하여 2013년 8월 급여일인 28일에 C이 퇴직한 것으로 보고, 퇴직금 2,025,568원에서 소득세, 지방소득세 등 합계 1,498,080원을 공제하고 남은 1,527,488원을 C에게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C의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거나 모두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3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를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2013. 8. 28.)로부터 14일 이내에'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판단누락 주장,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다음 항에서 살펴본다(한편 위와 같이 공소장이 변경됨에 따라 피고인의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은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판단누락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고 주장하나,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이에 대하여 판단하였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이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에서 정한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되는 사실의 진술'이라고 볼 수도 없어 원심으로서는 이를 별도로 명시하여 판단할 필요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등 참조). 다만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에, 근로자가 퇴직 후 그 재직 중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거나, 근로자가 비록 재직 중에 임금을 청구하더라도 위 초과 지급한 시기와 상계권 행사의 시기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근접하여 있고 나아가 사용자가 상계의 금액과 방법을 미리 예고하는 등으로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때에는, 사용자는 위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38529 판결, 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 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C은 2007. 10. 22.경부터 2013. 8. 11.까지 약 6년에 가까운 기간 피고인 운영의 E주유소에서 근무하였는데, 피고인은 그동안 C에게 약정된 월 임금에서 소득세 등을 공제한 후 지급하거나 월 임금에서 위 금액이 공제되어야 함을 C에게 고지하지도 아니한 채 C에게 약정된 월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던 점, ② 피고인은 C이 2013. 8. 11. 근무를 그만두자 2013. 8. 28. C의 퇴직금(3,025,568원)과 C이 근무한 기간 동안의 소득세, 지방소득세 등(합계 1,498,080원)을 계산한 후 위 퇴직금에서 위 금액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인 1,498,080원만을 C에게 송금한 점, ③ 피고인은 C에게 위 금액을 송금하기 전 C에게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동의를 구한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C이 근로를 시작할 때부터 C과 소득세 등을 공제한 후 실제 지급할 월 임금 액수에 관하여 약정하였거나, 최소한 C이 근무를 시작한 후 약 6월이 경과할 당시에는 피고인이 C의 소득세 등을 대신하여 납부한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임에도 이에 관하여 C에게 청구를 하거나 이후로도 공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이에 관한 채권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C에 대한 부당이득금 채권으로는 C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C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구근로기준법(2005. 3. 31. 법률 제74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2조, 제36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08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C에 대한 부당이득금 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피고인의 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C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없음에도 피고인은 C에게 상계의 의사표시도 없이 이를 공제한 후 남은 금액만을 송금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