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9. 25. 선고 2017노1217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에 대한 각 뇌물수수의 점에 부합하는 I, O, L의 각 진술은 일관성이 없거나 합리성이 없어서 그 신빙성이 없고, 녹취록의 기재는 그 내용 자체로 피고인의 뇌물 수령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할 것인데도 만연히 이들 증거만을 거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뇌물수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추징 200만 원,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P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당시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진정취하서를 작성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명확하게 진술하였고, 이에 반하는 취지의 P의 원심 법정진술은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인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7. 26.부터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 시흥고용센터에서, 2011. 3. 28.부터는 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 F과에서, 2013. 9. 12.부터는 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 G과에서, 2015. 1. 30.부터는 위 평택지청 H과에서 근로감독관 등으로 근무하며 관할 사업장들의 근로기준법 및 기타 노동관계법위반에 대한 단속 또는 행정처분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이다.

(1)

2013. 1. 4. I으로부터의 뇌물수수

피고인은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 F과에 재직하던 때인 2012. 12. 7.경 위 F과 사무실에서, 안산시 단원구 J에 있는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K에 근로자파견 계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2012. 12. 14.경 위 K 대표인 I을 위 F과 사무실로 불러내 불법 근로자파견의 위법성이 있다며 지적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13. 1. 4. 저녁경 위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 F과 사무실에서 위 I으로부터 근로기준법 및 기타 노동관계법 위반사건과 관련한 단속 또는 행정처분 등에 있어 편의를 봐 달라는 의미로 제공된 현금 1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직무에 관하여 1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2)

2014. 11. 3. L으로부터의 뇌물수수

피고인은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 G과에 재직하던 때인 2014. 10. 20.경 평택시 M에 있는 자동차 부품제조 업체인 주식회사 N에 현장 방문하여 불법 근로자파견의 위법성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인력파견 도급계약서 등 관련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뒤, 2014. 10. 28.경 위 N에 위 평택지청장 명의의 '불법도급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시정지시 공문을 내부 위임전결규정에 위반하여 전결 처리하여 발송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14. 11. 3. 저녁경 평택시 서정동에 있는 지하철 서정리역 부근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던 위 N의 직원 L의 승용차 안에서, 위 L으로부터 근로기준법 및 기타 노동관계법 위반사건과 관련한 단속 또는 행정처분 등에 있어 편의를 봐 달라는 의미로 제공된 현금 1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직무에 관하여 1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I, O과 L의 각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는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한편,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참조).

(2)

2013. 1. 4. 뇌물수수의 점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된 증거로는 I, O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있는데, I의 진술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I의 뇌물 공여 여부에 관하여 직접 목격하거나 I으로부터 그 사실을 확인한 적도 없이 단지 자신의 추측만을 언급한 O의 진술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I이 그 진술과 같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건과 관련한 단속 및 행정처분 등에 있어 편의 제공을 부탁하며 현금 100만 원을 교부하였다면, 이는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이라고 볼 수 있고, 경영자의 입장에서 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을 결심하기까지 나름대로의 심사숙고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 I이 뇌물의 제공에 이르는 일련의 사실관계를 적어도 개괄적으로는 기억하고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I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을 처음 만나게 된 일시 및 경위, 뇌물 공여의 일시, 장소 및 방법 등에 관하여 그 진술을 계속 번복하였고, 그 진술 번복에 대한 수긍할 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였는바,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

②

더욱이나 I은 현금 100만 원을 끼워 넣은 다이어리를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현금의 권종과 마련 시기, 다이어리의 마련 경위 및 형상, 당시 피고인과 나눈 대화의 개략적인 내용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심지어 I은 O이 기억력이 좋다는 궁색한 이유를 들며 직접 뇌물을 공여한 사람도 아닌 O이 진술한 내용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③

I과 O의 진술내용을 대조해 보면, I이 O에게 현금 100만 원의 명목인 뇌물공여 사실을 알려주었는지 여부, 피고인이 K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여부, I이 피고인을 만날 당시 O의 동석 여부 등에 관한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④

I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한 동기와 관련하여 2012. 12.경 대통령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서 준 것이고, 다른 공무원에게 돈을 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사회통념이나 경험칙상 I의 위와 같은 뇌물공여 동기를 쉽게 수긍할 수 없다.

⑤

I은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현금을 공여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다른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을 수도 있는 개방형 사무실의 공간 내에서 민원인인 I이 담당 공무원인 피고인에게 현금 100만 원이 들어있는 다이어리를 건넨다는 것은 일반 상식에 비추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⑥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I은 현재까지도 어떠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는바, 이처럼 I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워 그 경위가 매우 의심스럽다.

(3)

2014. 11. 3. 뇌물수수의 점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된 증거로는 L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L과 피고인 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의 기재가 있는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L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위 녹취록의 기재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①

통상 뇌물공여자는 뇌물공여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부정적 인식과 자신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형사책임 등을 염두에 두고서 뇌물공여를 은밀하게 진행하고 주변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뇌물공여 사실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L은 현금 100만 원을 마련하는 즉시 그 현금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나아가 피고인과 헤어진 후에는 제3자를 만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100만 원을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는데, L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계획된 목적에 따라 증거를 남기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일 뿐, 뇌물공여자의 행위로 보기에는 매우 이례적이다.

②

특히 L이 현금을 사진으로 촬영한 이유에 대하여 장난으로 재미삼아 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그러한 이유가 위와 같이 이례적인 행위를 설명할 만한 합리성을 가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의 대화 전과정을 녹음한 것도 돈봉투를 건넬 당시의 상황, 피고인의 발언내용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하였다고 보이는 점, 뇌물공여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를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L이 향후 피고인에게 불리한 자료를 만들고자 위와 같이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더욱이나 이 사건에서도 L이 뇌물공여죄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는바, 이처럼 L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워 그 경위도 매우 의심스럽다.

③

녹취록에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L에게 "그~ 가져가요 이거.", "어이~ 가져가 이거."라고 말하는 등 수차례 그 수령을 거절하는 취지의 발언이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인이 그 돈봉투를 수령하였음을 보여주는 발언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지는 않다. 오히려 L이 차에서 내리려는 피고인에게 "그렇게 해서 제가 빚지는 걸로 하고요."라고 말하거나 피고인에게 저녁식사를 권유하면서 식사비만큼은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취지에서 "그거는 제가."라고 말하고 저녁식사를 거절하는 피고인에게 "식사라도 하셨어야 되는데."라고 말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이 돈봉투를 수령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보인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P 명의의 진정취하서를 작성하여 이를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P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을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P은 당심 법정에서도 피고인과 전화연락을 한 적이 있는지 여부나 피고인에게 진정취하서 작성을 허락한 적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만, P은 당심 법정에서 임금을 지급받으면 사건은 끝나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자신이 임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굳이 진정사건을 계속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②

피고인은 P의 진정사건 이외의 다른 사건에서 진정인이 임금 등을 지급받은 경우에 그 진정인의 진정취하 의사를 확인하고서 진정인을 대신하여 진정인 명의의 진정취하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는바, 피고인이 굳이 이 사건에서만 진정인 P의 진정취하서를 그 의사 확인 없이 작성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오히려 피고인의 중재로 P이 Q로부터 임금을 지급받게 되자 피고인이 P에게 전화하여 그 진정취하 의사를 확인하고서 위 진정취하서를 P 명의로 작성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에는 나아가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되,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성관(재판장) 정기상 김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