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화성시 B에 있는 '주식회사 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1. 하순경 위 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 D가 운영하는 근로자 파견업체인 '주식회사 E'에 전화를 걸어 "내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C에 인력 공급을 해주면 근로자들의 임금, 교통비, 보험료, 수수료 등 그 용역 대금을 매월 10일 지급해 주겠다. "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그 무렵 신용불량인 상태에서 2013. 9.경부터 2016. 12.경까지위 주식회사 C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약 48,000,000원 상당이 연체되거나 미지급된 사실이 있었고, 공장 기계 구입에 대한 1억 2,000만 원 상당의 대출금 채무를 비롯하여 거래처 미수금, 세금 미납 채무 등을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별다른 자산이나 예금 등 적극재산이 없었으며, 채무 규모보다 주식회사 F, 주식회사 G 등 거래처들로부터 받는 납품대금이 크지 않았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인력 공급을 받더라도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2. 9. 경부터 같은 해 3. 29. 경까지 인력 공급을 받고도 그 용역 대금 합계 28,110,117원 상당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C는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실제로 인력을 투여받아 물품을 생산하여 그 물품대금으로 파견근로자에 대한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2017. 3. 무렵 공급한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판단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말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또한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 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2017. 1. 25. 선고 2016도18432 판결 등 참조).
이 법정에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을 무렵부터 피고인을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운영하였던 주식회사 C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 반기별로 적게는 2억 2,000만 원에서 많게는 3억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을 정점으로 2015년에는 매출이 다소 내림세를 보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2016년에는 다소 증가하는 추세였던 것으로 보인다(수사기록 372쪽).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급격하게 자금난을 겪고 2016년까지 적자가 발생하였으나, 2017년에는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을 예측하였다는 것이다(수사기록 1권 405~407쪽). 그런데 이 사건 무렵을 제외하고는 2017년 6월에서 2017년 12월까지 주거래업체인 주식회사 F에 대한 전자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할 때, 주식회사 C의 월별 매출이 적게는 5,700만 원에서 많게는 8,300만 원에 이르는 등 이전의 매출보다 실제로 현저히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인력파견을 받을 무렵인 2017. 2.경부터 2017. 3.경 생산제품의 하자로 인해 물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용역대금을 주지 못하였다고 진술한다. 그런데 실제로 주식회사 C가 주식회사 H에 공급한 물품이 반품되어 2017. 2. 28.자로 전자세금계산서가 취소된 바 있다(수사기록 1권 418쪽). 또한 주식회사 C가 I에게 2017. 2. 23.~2017. 3. 9. 사이에 공급한 스크류의 홀 부분에서 불량이 발생하여 그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하여 2017. 3. 27.경 피고인 측의 문건이 작성되었던 사정도 엿볼 수 있다(피고인 측 2018. 11. 28.자 의견서 첨부서류). 주식회사 C의 주식회사 F에 대한 공급 내역을 보더라도 2017. 3.에는 700만 원대, 2017. 4.에는 1,000만 원대, 2017. 5.에는 300만 원대로 2017년 6월 이후와 비교해 보면 평균적으로 1/10 정도에 해당하는 매출밖에 보이지 못하였는데 주식회사 F의 대표는 그 원인을 공급물품의 하자로 확인해 준 바도 있다(증 제1호증). 이와 같은 객관적인 상황 역시 피고인의 변소와 일치한다.
주식회사 C가 기계구입 목적으로 1억 2,000만 원 가량의 채무를 지고 있었음은 피고인도 인정한다(수사기록 406쪽). 그러나 기업이 생산수단 구입을 위하여 부채를 졌다고 하더라도 생산수단만큼의 자산이 추가로 창출된 것이며, 이는 장래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이 사건 당시 이와 같은 채무가 있다고 해서 피고인이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생산수단의 구입 이후 2017년 6월부터 매출이 상당 정도로 상승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당시 피고인과 그 처의 신용등급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6년 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주식회사 C의 신용상태나 재무구조가 아주 나빴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위 회사에 일부 전기료 연체가 있었으나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피고인은 주식회사 C에 인력을 공급받아 실제로 위 회사가 계속해 왔던 영업에 투입하여 생산활동을 하였다.
피고인이 이전에 근로기준법위반죄로 10차례 벌금형을 받은 바 있으나, 이 중 4건은 2007년 이전의 위반행위이고, 나머지는 2013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주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되어 있다. 피고인이, 교섭능력과 대응능력이 취약한 외국인들을 고용하여 일정 기간 사용한 후 임금을 미지급하는 등 노동과 인간의 가치를 경시하고 부도덕한 태도를 자주 보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편취의 범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처음부터 노동력만 사용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굳이 대응능력이 더 뛰어난 인력파견업체를 통하여 근로자를 파견받을 이유가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피고인과 그 처가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용역대금의 존부 및 범위를 부인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민사소송에서 보인 이와 같은 태도가 인력 관리 소홀이나 피해자와의 감정대립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도 있어, 피고인의 민사소송에서 주장만으로 이 사건 공급시점의 편취범의를 단정할 수도 없다. 피해자는 민사소송 제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그 가집행으로 주식회사 C의 매출채권을 압류하여 전액 집행을 마치기까지 하였다. 주식회사 C가 실제로 매출에 대한 상당한 기대가 있었으며 변제능력이 있었다는 피고인 측의 변소에 부합하는 사정이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주문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도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