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5. 16. 선고 2018나84171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청구의 기초사실

(1)

피고는 1955. 5. 14. 설립되어 토목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인데, 지속적인 건설경기 침체, PF사업의 무리한 추진에 따른 금융비용 급증, 구조조정의 실패 등의사유로 유동성이 악화되어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회합100225호로 법인회생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에서 2015. 9. 3. 개시결정을, 2016. 2. 26.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다.

(2)

이후 피고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였고,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C 컨소시엄{위 컨소시엄은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 E합자회사(이하 'E'이라 한다) 등으로 구성되었다}을 인수인으로 하여 인수계약을 체결한 다음 회생계획 변경 절차를 거쳤으며(이에 따라 D이 피고의 1대 주주로, E이 피고의 2대 주주로 되었다), 그 인수대금으로 위 변경 절차를 통해 권리가 변경된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을 변제한 후 2017. 10. 12. 회생절차 종결결정을 받았다.

(3)

위 M&A 절차에서 피고는 권면액 228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사채만기일2020. 3. 15.), F합자회사(이하 'F'이라 한다)가 위 전환사채를 인수하였는데, F은 피고의 자금집행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E에 원고를 피고의 고문으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의 최대 주주인 D은 2018. 2. 26. E이 추천하는 원고를 피고의 고문으로 선임하여 줄 것을 피고에게 요청하였다.

피고는 위 요청에 따라 원고를 2018. 2. 6. 고문으로 위촉하면서, 고문계약기간은 2018. 3. 6.부터 2018. 6. 5.까지로, 월 보수는 8,629,000원(근로소득세와 이른바 4대 보 험료 공제 전 금액)으로 책정하였는데, 원·피고는 근로계약서 또는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4)

한편, D은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G에게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대표이사 해임을 상정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정기주주총회 의장인 G가 이를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음으로써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방해되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2018카합20461호)에 대표이사(G)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위 법원은 D이 정기주주총회 이후 대표이사의 해임을 목적사항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의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한 사실이 없어 이사해임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D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대표이사의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에 견줄 정도로 G가 고의로 법령이나 정관에 심히 위배하여 충실의무를 저버림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즉 상법 제385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8. 4. 23. 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

한편 G는 2018. 4. 19. 피고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외 H, I를 각자 대표이사(공동대표이사가 아니다)로 선임하였다.

(5)

위와 같이 경영진이 교체되는 시기에 맞물려, 피고는 2018. 4. 23. 임원회의(이사외에 감사 등이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를 열어 비등기임원 2명과 원고를 포함한 고문 5명을 해임 또는 해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2018. 4. 23.자로, 원고는 2018. 6. 5.자로 각 해임 또는 해촉하기로 하였다가, 2018. 4. 26. 임원회의를 통해 원고를 2018. 4. 26.자로 고문에서 해촉하기로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6)

원고는 2018. 3.분 보수(2018. 3. 6.부터 2018. 3. 31.까지의 보수를 25일에 수령) 7,237,230원(원고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대 보험료와 근로소득세 합계 936,660원을 공제한 6,300,570원을 실제로 수령하였다)과 2018. 4.분 보수(2018. 4. 1.부터 2018. 4. 30.까지의 보수를 25일에 수령) 8,629,000원(원고는 근로소득세 등 합계 1,735,470원을 공제한 6,893,530원을 실제로 수령하였다)을 수령하였고, 2018. 5. 1.부터 2018. 6. 5.까지 기간 동안 근로소득세 등을 공제한 후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보수액은 7,821,180원이다(이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7)

원고는 위 근무 기간 중 피고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원고가 담당할 구체적인 업무를 부여받지 않았고, 피고의 공식 회의에 참석한 사실 또한 없으며,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 경영진에게 업무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받은 적도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 수행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또한 원고는 실비에 충당하기 위한 피고의 법인카드를 부여받지 않았고, 피고에게 실비보상 차원의 경비 청구를 한 적도 없었다.

(8)

위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법원에 현저한 사실 포함)에 의해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방해가 되는 증거가 없다.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와 3개월에 걸쳐 고정된 급여를 지급받기로 약정하였으며, 일정한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에 근무를 하였고,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 등이 원천징수 되기도 하였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약정 고용기간을 위반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원고에게 2018. 5. 1.부터 2018. 6. 5.까지의 미지급급여 7,821,180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원고는 이에 맞추어 청구취지를 감축하지는 않았다).

나.

판단

(1)

그러므로 보건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피고와 3개월의 기간을 정하여 고문계약을 한 사실, 피고는 원고에게 고정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원고의 보수에서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 등이 원천징수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의 M&A 절차에 따라 발행된 전환사채의 사채권자인 F의 요구, E의 추천과 D의 요청을 거쳐 고문으로 위촉되었는바, 결국 원고는 이들 사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피고의 고문이 되었던 사정, ②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를 부여받지 아니하였고,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 경영진에게 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받은 적도 없는 사정, ③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도 않았고 원고가실비변상적 성격의 법인카드를 부여받았거나 회사에 경비 처리를 요구하지도 않은 사 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실제로 피고 대표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 지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위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원고와 피고는 민법상의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할 것인데, 원고는 부당한 위임계약 해지로 말미암은 약정 기간 동안의 미지급 보수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지는 않는바, 설사 원고가 이 사건 청구로써 이를 구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이 피고는 그 지급의무가 없다.

1)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그것이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므로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결국 피고의 고문계약 해지는 적법하다.

2)

위임계약의 해지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참조), 이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라 함은 사무처리 자체와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3)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① 피고를 위한 원고의 업무수행성과가 전무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부여하지도 않았으며, 위임한 업무의 성격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한 사정, ② 원고가 수행한다는 피고의 자금집행 감시 업무는 위임인인 피고를 위한 업무가 아니라 전환사채권자를 위한 업무인 사정, ③ 기본적으로 위임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약인데, 위임인인 피고와 수임인인 원고 사이에 어떤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 ④ 피고는 회생절차 종결 이후 대표이사가 변경되는 등 경영진이 교체되는 시기에 경영상 판단에 의하여 임원 2명과 원고를 포함한 5명의 고문을 해촉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피고는 회생절차 종결 이후 경영권 분쟁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 개인에게 보수의 수령 이외에 독자적인 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약정된 기간 만료 전에 피고가 위임계약(고문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는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경승(재판장) 이화송 곽동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