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B을 벌금 1,000만 원에, 피고인 C 주식회사를 벌금 2,0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B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A는 무죄.
사건정보
수원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고단3482
판결선고
2023. 9. 8.
범죄사실
피고인 B
피고인은 2015. 6. 15.경부터 2018. 9. 16.경까지 화성시 E에 있는 C 주식회사의 D 화성공장장으로서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A로부터 생산공장에 있는 사내협력업체의 선정 및 종료 등 관리업무를 위임받아 화성공장 내에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를 제공받은 자이다.
피고인은 2015. 7. 21.경부터 2017. 8. 27.경까지 사이에 D 화성공장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F 대표 G으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 72명을 파견받아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인 차체조립 등 자동차 생산업무에 종사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2015. 7. 21.경부터 2018. 9. 15.경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16개 사내협력업체 대표들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 총 860명을 파견받아 근로자 파견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
피고인 C 주식회사
피고인은 전항과 같은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 B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16개 사내협력업체 대표들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을 파견받아 근로자 파견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근무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2023. 5. 23. 제3회 공판조서)
증인 H, I의 각 법정진술
각 검찰피의자신문조서, 각 검찰진술조서
각 경찰피의자신문조서, 각 경찰진술조서
고발장
각 업무위탁계약서, 각 업무도급계약서, 각 작업공정도, 각 작업표준서, 각 근태일보 및 근태월보, 각 특근계획서, 각 근로계약서, 각 작업지시서, 각 회의록, 각 교육일지, 각 검증조서, 각 판결문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B: 각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9. 4. 30. 법률 제164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3조 제1의2호, 제5조 제5항(파견대상 아닌 업무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점), 각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1의2호, 제7조 제3항(무허가 사업자로부터 파견역무를 제공받은 점)
피고인 C 주식회사: 각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43조 제1의2호, 제5조 제5항(파견대상 아닌 업무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점), 각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43조 제1의2호, 제7조 제3항(무허가 사업자로부터 파견역무를 제공받은 점)
상상적 경합
피고인들: 각 형법 제40조, 제50조
형의 선택
피고인들: 각 벌금형 선택
경합범가중
피고인들: 각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노역장유치
피고인 B: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피고인들: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 회사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위탁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이 아니라 사내하도급계약이다.
피고인 B은 근로자파견에 대한 고의 및 위법성 인식이 없었고, 피고인 회사는 사내도급 또는 근로자파견과 관련한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여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 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은 ‘사내협력업체가 근로자들을 고용한 후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인 회사 사업장에 파견하여 피고인 회사의 지휘․명령에 따라 피고인 회사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구 파견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 회사의 상당한 지휘․명령
피고인 회사는 다음과 같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자동차 생산계획에 맞추어 사내협력업체 인력운영계획을 결정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공장별․차종별로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량), M/H(특정 작업에 투여될 작업자의 작업시간 수, 즉 공수를 의미한다. Man Hour)를 정한 다음, 다시 공정을 세분하여 세부 공정별로 분․초 단위의 택트 타임을 정하는 방법으로 표준공수를 정하였다. 이후 피고인 회사는 J 노조와의 협의를 통하여 먼저 피고인 회사 근로자에게 세부 공정을 배분한 다음 나머지 공정에 관하여 사내협력업체와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내협력업체 담당 공정이 결정되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구체적인 작업내용, 작업인원, 작업위치, 작업기간 등이 정해졌다. 피고인 회사는 신차개발, 새로운 기술이나 장비의 도입, 생산계획 등에 따라 사내협력업체의 공정이나 표준공수, 작업위치, 생산량을 수시로 변경하였고, 이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소속, 담당 업무, 작업위치, 작업인원도 함께 변경되었다.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위탁계약 기간이 비교적 단기였음에도 위탁계약의 갱신 거절 이외에 사내협력업체를 평가하여 사내협력업체를 교체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피고인 회사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일반적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행사하였다.
이와 같이 자동차 생산공정은 피고인 회사의 자동차 생산계획에 따른 작업시간과 속도, 생산량에 따라 진행되는데, 이와 같은 결정권한은 전적으로 피고인 회사에 있었고, 사내협력업체는 피고인 회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피고인 회사는 생산량, 라인별 조업형태, 월별 가동시간, 시간당 생산 대수, 가동률, 특근일정 등을 상세히 계획하여 사내협력업체에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이 결정되었다. 심지어 공정별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시업․종업시간, 휴게시간, 휴가일정 또한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동일하게 정하였다. 이와 같은 점에서, 피고인 회사는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벨트의 조작 등을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 회사는 사내협력업체의 고용승계나 임금지급 뿐 아니라 분사․폐업을 포함하여 핵심적인 경영에 관한 사항까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다.
피고인 회사는 신차를 양산하거나 U-로봇과 같이 새로운 검사기법을 도입하는 경우, 사내협력업체 관리자에게 해당 내용을 교육하였고, 이들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전수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회사 요구의 작업방법을 터득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점에서도 피고인 회사는 직․간접적으로 작업내용을 지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내용은 대부분 해당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검사를 받았다. 생산관리업무의 경우, 서열 결과 등에 관하여 직접 피고인 회사 근로자에 의해 검수를 받지는 않지만, 잘못 서열하는 경우 바로 피고인 회사 근로자에 의하여 시정을 요구받았다. 이와 같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관리․감독이나 통제 하에서 피고인 회사에서 요구하는 작업방법이나 표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위탁계약을 통하여 사내협력업체로 하여금 현장관리인을 두도록 하였다. 현장관리인을 통하여 피고인 회사는 구체적인 작업지시나 작업일정을 통보하는 방법으로 사내협력업체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는 근로자들의 잘못된 업무수행이 발견되어 그 수정을 요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 피고인 회사가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사내협력업체들에 현장관리인 선임의무를 부과하고 그 역할을 미리 정해 둔 점, 현장관리인은 주로 피고인 회사로부터 받은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 점,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은 여유인원으로서 생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이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회사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피고인 회사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소재제작공정을 처리하였던 K에서 볼 수 있듯이, 피고인 회사는 주기적으로 사내협력업체 소․반장과 간담회를 여는 방법으로 작업지시를 하거나, 잘못된 작업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작업표준서, 검사기준, 포장기준, 서열지시 등을 통해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방식을 지시하였고, 사내협력업체나 근로자들은 그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독자적 권한이 없었다. 작업표준서 등이 비치되지 않거나 작업표준서 등을 확인하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단지 해당 근로자가 단순업무를 반복하여 처리하였기 때문일 뿐, 피고인 회사에서 요구하는 작업방법을 무시하면서 업무를 처리하였던 것은 아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와 동종, 유사업무를 처리하였던 정규직 근로자 역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와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였다.
피고인 회사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피고인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직접공정[차체공정, 도장공정, 의장공정(조립공정)]의 경우,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전후 또는 경우에 따라 좌우에서 세부적으로 분업화된 공정을 나눠서 처리하였던 것에 불과하다.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은 모두 선행 공정을 기초로 후행 공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행 공정을 배제하고 후행 공정만 처리한다거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을 배제하고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공정만 따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① 광주 하남 버스공장의 경우, 차체용접과 관련하여 같은 시간․ 장소에서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상부 용접을 하는 동안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하부 용접을 하였다(차체공정). ② 비록 공간을 달리하지만, 같은 도장사용표에 따라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전착 → 중도 → 상도 공정을 처리하는 중간에,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원활한 작업 진행을 위하여 치구 탈착이나 오염제거와 같은 부수적인 업무를 처리하였다(도장공정). ③ 광주 조립1공장의 경우와 같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피고인 회사 근로자들 사이에서 각각의 작업을 처리하였을 뿐 아니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도어 장착’을 하지 않고서는 다음 공정에서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도어 단간차 수정공정’을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④ 화성 조립2공장의 ‘아웃핸들 베이스 공정’과 같이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부품을 비치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의장공정(조립공정)].
이른바 간접공정의 경우를 보면, ① 소재제작공정의 경우, 엔진이나 범퍼 제작을 위하여 피고인 회사 근로자는 주형․조형과정이나 사출기 조정을 통하여 엔진부품이나 범퍼의 외관을 제작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라인 등을 통해 위와 같이 제작된 엔진부품이나 범퍼를 전달받아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공동하여 엔진부품 등을 생산하였다. 이와 같이 제작된 엔진부품 등은 곧바로 의장공장에 전달된 뒤 후속 작업이 이루어졌다. ② 출고업무(PDI, Pre Delivery Inspection) 공정의 경우,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함께 각각 전후의 위치에서 동일한 검사시트지를 기초로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완성차에 대하여 세부 항목별로 검사하였다. 운전업무 역시 장거리인지 단거리인지에 따라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업무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를 구별하였지만, 모두 일련의 검사과정 중 일부에 불과하였다. ③ 생산관리업무의 경우, 의장공정(조립공정)의 작업속도와 작업량에 따라 서열속도와 작업량, 작업내용이 결정되었다. 오서열로 인해 컨베이어벨트가 중단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서열의 정확성과 속도에 따라 컨베이어벨트의 중단 여부나 속도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피고인 회사가 제출한 생산관리업무 담당 사내협력업체의 교육 자료를 보더라도, 생산관리업무가 의장공정(조립공정)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④ 포장업무(KD 공정)의 경우,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각각의 작업위치에서 인수 → 검수 → 포장 → 검사 순에 따라 함께 업무를 분담하여 처리하였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같은 라인에서 피고인 회사 근로자 담당의 소물포장에 관한 마무리 작업을 하였던 것처럼, 같은 업무를 분담하기도 하였다. 작업속도나 작업량 역시 직접공정의 작업속도와 작업량에 비례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공정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이 모두 하나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필수 공정인 것을 전제’로 공장별․차종별로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은 채 UPH, M/H, 세부공정 등을 정한 다음 각각의 업무를 분담하였다. 또한, 신차 생산이나 생산계획의 변경, 작업방식의 변경,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인원증감이 있는 경우, 필요에 따라 일부 공정을 외주화하거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증감을 통해 대응하도록 하였고, 수시로 사내협력업체의 공정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대응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의 일부 공장에서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담당하는 공정을 다른 공장에서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수행하거나, 같은 종류의 업무를 구간별, 부위별로 나누어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각각 수행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사내협력업체 또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역시 하나의 작업집단인 것을 전제로 사내협력업체 관리에 관한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하였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이름이나 대체자까지 파악할 정도로 사내협력업체의 관리․운영 현황을 파악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업무처리와의 통일성․일체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휴가 등의 일정을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일치하도록 하였다.
피고인 회사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결정권 행사
사내협력업체는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고, 피고인 회사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등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였다(파견법상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한테서 각각 지휘․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근로조건이나 근태관리 등이 전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지배 또는 통제 하에 있는 경우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위탁계약상 도급금액은 이른바 ‘임률도급 방식’에 따라 정해졌다. 피고인 회사는 업무 형태, 세부 작업공정을 기초로 등급을 구분한 다음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1인을 기준으로 평균 시급, 월급, 상여금, 연차 등을 합한 월평균 소득에 퇴직금 충당금, 법정비용, 복리후생비용 등을 합한 금액을 기초로 도급금액을 정하였다. 이후 구체적인 도급금액은 매월 말일 확정되는 작업시간 수에 따라 정산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J 노조와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다음, 동일 혹은 유사한 인상률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뒤 사내협력업체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였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무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야간근로, 교대제 등 근무형태, 휴가일정은 모두 피고인 회사의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벨트의 운영 등에 전적으로 좌우되었다.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인 회사의 생산계획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고, 단지 피고인 회사의 특근계획 또는 생산계획에 따라 근무인원을 정하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피고인 회사가 매월 사내협력업체에 생산계획을 통보하면, 이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결정되었고, 피고인 회사의 생산공정 변화 등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무시간이나 근무형태, 근무장소 등이 변경되기도 하였다.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 작업배치권은 피고인 회사가 정해준 근무인원을 투입하고, 그 소속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구체적 공정만을 변경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근로자 선발 등과 관련하여 사내협력업체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내협력업체는 표준공수에서 정해진 인원수 또는 그 이상의 근로자를 투입해야 했다. 연속적인 작업수행을 위하여 사내협력업체가 교체되거나 공정이 변경되는 경우, 피고인 회사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 또는 고용승계에 상당 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효과적인 근태관리를 위하여, 피고인 회사는 사내협력업체에 소장제 도입을 검토하였다. L의 예에서 보듯이, 사내협력업체는 작업일보, 작업월보, 일일근태보고서, 생산작업일지, 휴일특근현황 등을 작성․비치하는 방법으로 소속 근로자의 근태를 관리하였지만, 도급금액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자료를 피고인 회사에 제출해야 했다. 이를 통하여 피고인 회사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구체적인 근태현황 등을 확인․통제할 수 있었다.
신차 투입 등으로 생산방식이 변경된 경우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거나 사내협력업체에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전달하였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 피고인 회사가 사고처리와 예방대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한 다음 직접 또는 사내협력업체를 통하여 교육하도록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J 노조와의 협의 또는 사내협력업체의 요청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복지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결정하거나 집행하였다.
업무의 특정성․구별성, 전문성․기술성 관련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어 있지 않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맡은 업무가 피고인 회사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위탁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이 사건 당시만 하더라도 1인당 도급비 정도만 특정되었을 뿐 구체적인 작업인원이나 작업시간은 기재되지 않았다. 오히려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업무시간’은 모두 피고인 회사가 사내협력업체 현장관리인을 통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로 피고인 회사의 생산일정이나 신차 등 생산계획에 따라, 피고인 회사가 사내협력업체의 공정이나 작업시간 등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회사가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을 분배하는 방식이나 이후 변경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 본질적으로 피고인 회사만이 할 수 있는 공정과 사내협력업체만이 할 수 있는 공정이 구별되지 않는다. 광주 2공장 PDI 공정(① PDI 라인 투입과 관련하여 1․3라인에서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처리하지만 2라인에서는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처리하였다. ② 엔진검사와 관련하여 화성공장에서는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처리하였지만, 광주 2공장에서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처리하였다. ③ 다른 공장도 마찬가지이지만, 대체로 단거리운전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장거리운전은 피고인 회사 근로자가 처리하였다)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일 또는 유사업무를 피고인 회사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나눠서 하기도 하였다.
사내협력업체의 담당 공정이 피고인 회사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음에도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력이 피고인 회사의 생산과정에 곧바로 결합될 수 있었던 점, 자동차 생산 작업 중 특정 공정을 담당하던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인 회사와의 계약을 해지당하는 등으로 다른 사내협력업체로 변경되는 경우, 기존에 근무하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대부분이 신규 사내협력업체에 고용이 승계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내협력업체가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거나 고유하고 특화된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 회사 근로자들과 구별되는 전문적 기술이나 근로자의 숙련도가 특별히 요구되지 않는 반복적인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 설비 등 미비
사내협력업체별로 독립적인 기업조직․설비 구비에 차이가 있긴 하다. 일부 사내협력업체의 경우, 나름 물적 설비를 갖추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내협력업체들은 피고인 회사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고, 피고인 회사가 작업현장 내에 제공하는 사무실 외에는 별도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은 이 사건 위탁계약을 수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존재하였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 장비, 작업도구, 부품 등은 모두 피고인 회사의 소유였다. 또한 사내협력업체들이 고유 기술이나 특별한 자본을 투입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노조설립 움직임을 보이자, 피고인 회사는 해당 근로자 소속 사내협력업체를 폐업시키기로 계획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는 일정 규모의 사내협력업체를 분사시키거나 소속 근로자는 그대로 둔 채 사내협력업체의 경영 주체만을 변경시키기도 하는 등 사내협력업체의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기타 사정
컨베이어벨트에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자동차 생산 작업의 경우, 제공된 노무 자체와 그로 인해 완성된 일의 결과를 개념상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사내협력업체의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개입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의 전문성이나 고유의 기술성이 발휘될 여지를 상정하기도 어렵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로서는 마치 컨베이어벨트의 일부와 같이 분절화된 업무만을 반복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게 된다. 이와 같이 근로자들의 작업은 직접 피고인 회사의 자동차 생산에 제공되는 것으로 피고인 회사 근로자들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일의 완성・수령절차가 필요 없다.
피고인 회사가 정한 작업 속도와 방식에 따르지 않아 불량이 발생한 때에는 피고인 회사 관리자 등에 의해 즉시 시정지시가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시정지시 등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의 매 순간에 걸쳐 실시됨으로써, 완성된 일의 결과물을 인도하는 단계에서 통상 실시되는 도급인의 검수와는 그 내용을 달리한다.
근로자파견관계에 대한 고의 및 위법성 인식 등
앞서 본 사정들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고인 회사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행하여진 이 사건 위탁계약이 근로자파견관계로서 구 파견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고, 피고인 B이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근로자들의 노동력 제공 및 수령이 구 파견법에 위반되는 불법파견인지 알지 못하였다는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위탁계약과 관련한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 회사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 B은 M고등학교, N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9년경 O에 입사하였고, 2006년경 D 광주공장 종합관리실장(공장장 보좌)으로 일하다가 2011년경부터 D P공장에서 일하였고, 2015. 6. 15.경부터 2018. 9. 16.경까지 D 화성공장장으로 일하다가 퇴직하였다.
D 화성공장장인 피고인 B은 화성공장의 개발, 생산업무 등 운영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피고인 회사의 업무전결규정에 의하여 전결권자로서 화성공장 협력지원실 담당자의 상신에 따라 화성공장 내에 있는 사내협력업체의 선정, 변경 및 종료 등의 관리업무를 결재하였다.
화성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포함한 피고인 회사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2011. 7. 22. 이 사건 위탁계약이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여 ‘위 근로자들이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거나 ‘피고인 회사는 위 근로자들을 고용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라’ 등의 취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75848 등)은 2014. 9. 25. 이 사건 위탁계약이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4나50458 등)은 2017. 2. 10. 위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대법원(2017다9763 등)은 2022. 10. 27.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하여 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은 2005. 3.경 Q 등 7개사가 피고인 회사의 화성공장 14개 공정에 42명의 근로자를 불법파견하였다는 취지의 시정지시를 한 바 있다.
피고인 회사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인 R, S 등은 2015. 6.경 정규직 채용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였고, 피고인 회사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은 2015. 7.경 피고인 회사의 회장 T, 대표이사 A 등을 구 파견법위반 등으로 고발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은 2015. 8.경 앞서 본 민사소송사건에서 D 화성공장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하였고, 피고인 회사의 화성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은 2016. 9.경 피고인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을 제외한 독자적인 파업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그 노동조합과 사이에 2015. 5. 12.경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465명, 2016. 10. 31.경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2,098명에 대한 각 특별채용합의를 하였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였다.
양형의 이유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도모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여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사내하도급의 형식을 빌어 무허가 사업자로부터 파견대상이 아닌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것으로 이는 결과적으로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역행하는 행위가 된다. 게다가 파견근로자의 수가 다수이고, 파견기간 또한 짧지 아니하다. 피고인 B은 D 화성공장 공장장으로 근로자파견관계의 관계의 형성이나 유지에 상당한 책임이 있고, 근로자파견관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인 피고인 회사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다만 피고인 B은 이 사건 범행의 주요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피고인 회사는 노동조합 등과의 협의를 거쳐 수천 명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신규 채용하거나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등 근로자파견 상태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IMF 이후 기업들의 생존, 지속가능한 성장의 일환으로 원가절감, 노동유연성 제고 차원에서 제조공정 중 일부를 사내하도급 형태로 운영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위법성 인식 정도가 아주 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사정도 참작한다. 피고인들이 장기간 진행된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해왔다. 피고인 B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외에는 범죄전력이 없고, 2018. 9.경 퇴직하여 현재 해당 직위에서 물러난 상태이다.
그 밖에 피고인 B의 연령, 성행, 환경, 피고인들의 범행 경위 등 형법 제51조 소정의 여러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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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부분 피고인 A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
피고인은 2014. 11. 11.경부터 C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자동차 생산 및 판매 등 업무를 총괄하면서 각 지역에 있는 자동차 생산공장의 사내협력업체와 자동차 생산공정의 일부 업무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도록 하는 형태의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자이고, B은 2015. 6. 15.경부터 2018. 9. 16.경까지 화성시 E에 있는 C 주식회사의 D 화성공장장으로서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로부터 생산공장에 있는 사내협력업체의 선정 및 종료 등 관리업무를 위임받아 화성공장 내에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를 제공받은 자이다.
피고인은 B과 공모하여, 2015. 7. 21.경부터 2017. 8. 27.경까지 사이에 D 화성공장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F 대표 G으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 72명을 파견받아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인 차체조립 등 자동차 생산업무에 종사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2015. 7. 21.경부터 2018. 9. 15.경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16개 사내협력업체 대표들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 총 860명을 파견받아 근로자 파견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
피고인 C 주식회사
피고인은 전항과 같은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표자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16개 사내협력업체 대표들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을 파견받아 근로자 파견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근무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 A는 B과 공모하여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를 수령한 바 없고, 근로자파견에 대한 고의 및 위법성 인식 또한 없었다.
피고인 회사는 사내도급 또는 근로자파견과 관련한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기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6도1716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 이 사건 위탁계약서가 ‘피고인 회사 대표이사 A’ 명의로 작성되고 그 사용인감이 날인되어 있는 점, 사내협력업체 변경의 경우 화성공장 공장장인 B이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피고인 회사의 본사 경영지원본부장, 노무지원본부장이 협조결재를 하는 점, 사내협력업체들에 대한 이 사건 위타계약의 도급비가 피고인 회사의 본사에서 지급된 점 등의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이 사건 위탁계약의 체결, 운영 등에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A가 B과 공모하여 사내협력업체들과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사내협력업체들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아울러 피고인 회사의 대표자인 피고인 A의 B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회사에 대한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A가 대표이사로 재직한 2015년경 국내외 9곳의 생산공장을 보유하였고, 자본금 2조 1,393억원에 매출액은 49조 5,214억 원에 이르렀다. 국내에는 22개 지역본부에 338개 직영 판매지점과 390개 대리점을, 해외에는 4개 권역본부에 18개 판매법인을 두고 있었고, 국내 직원만도 34,046명(2016. 3. 31. 기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피고인 회사의 사업규모에 비추어 볼 때 대표이사인 A의 업무영역은 매우 광범위하여 직접 관여하는 부분은 피고인 회사의 경영상 핵심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국한되었고(실제로 피고인 A가 직접 관여한 업무는 글로벌 사업관리, 재경, 대외업무 등이었다), 나머지 업무는 업무전결규정에 따라 담당 임원이나 실무자에게 일임하였다.
매년 피고인 회사의 각 공장별로 수십여 개의 사내협력업체와 사이에 업무위탁계약이 체결되는데 이는 반복적이고 정형적인 성질의 업무로 대표이사의 특별한 경영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 A는 V고등학교, W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경 X에 입사하여 재무업무를 담당하였고, 2003년경부터 O 인도법인에서 근무하였으며, 2012년경부터 피고인 회사 재경본부장으로 근무하였고, 2014. 11.경부터 피고인 회사 공동대표이사로, 2018. 1.경부터 단독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2020. 3.경 퇴직하였다. 위와 같은 이력에서 보듯 피고인 A는 주로 재무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피고인 A는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주로 서울 서초구 Y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였고, 1년에 2∼3회 정도 비정기적으로 화성공장을 방문하였으며, 본사 사무실에서 매월 1회 열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화성공장장의 보고를 받았으나, 보고내용은 주로 생산현황과 국내외 판매현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위탁계약서에 ‘피고인 회사 대표이사 A’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피고인 회사의 사용인감이 날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약의 당사자가 피고인 회사라는 것을 의미할 뿐 계약체결 행위자가 피고인 A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D 화성공장에서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업무를 담당한 사람은 화성공장 협력지원팀 소속 I이고, 사내협력업체 대표들 또한 피고인 회사에서 위탁계약 체결 등에 관여한 사람은 I이라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위탁계약서에 날인된 피고인 회사의 도장은 화성공장 총무팀에 보관되어 있는 피고인 회사의 사용인감으로 화성공장 업무담당자들은 필요시에 사용인감계에 서명·날인을 하고 사용인감을 사용하였다.
피고인 회사 및 화성공장의 업무전결규정에 의하면, 화성공장의 수급업체 선정 및 업무위탁계약 체결, 도급비 정산 등의 업무는 화성공장 협력지원팀이 관할하고, 협력지원팀은 수급업체 선정 및 업무위탁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기존 사내협력업체와의 계약종료 및 신규업체 선정의 경우에는 사업부장인 화성공장장의 최종결재를 받아 처리하였다. 이와 같이 수급업체 선정 및 업무위탁계약 체결 및 운영과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결재하거나 대표이사가 이를 보고받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 A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며,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아니한다.
판사 최해일
별지
각주1) 이 사건 위탁계약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다시 설시하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