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9. 26. 선고 2019고정46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안성시 B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20명을 사용하여 교육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이 사건 회사가 위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학원을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에서 2016. 11. 15.부터 2017. 11. 16.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2016. 12. 임금(연장, 야간근로수당) 313,42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3명(이하 'D 등'이라 한다)의 임금 합계 8,576,53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소송에서는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으며,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163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증인 E, F, G의 각 법정진술을 비롯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학원의 원장 E이 피고인의 위임을 받아 D 등을 이 사건 학원의 생활지도교사로 채용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E이 2017. 8. 10.경 D 등의 요구에 따라 D 등과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였는데, D 등이 채용될 무렵 최초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이 '1시간'으로, 일 근로시간이 '8.5시간'으로, 야간근로수당의 산정비율이 '50%'로 기재되어 있었던 반면, 새로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 1시간' 부분이 삭제되어 있고, 일 근로시간이 '9.5시간'으로, 야간근로수당의 산정비율이 '250%'로 각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각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은, E이 D 등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D 등이 그와 같이 재작성된 허위의 근로계약서에 근거하여 임금의 지급을 청구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그에 따른 임금지급의무가 없으며, 피고인은 D 등에게 최초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기초한 임금을 전부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는바, 위 각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 등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학원의 원장인 E이 2017. 6.경까지 피고인으로부터 위 학원의 생활지도교사, 식당 및 청소 근로자들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하고, 피고인과의 상의 하에 채용 여부를 결정하며,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근로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E은 피고인으로부터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 양식을 이메일로 송부받아 이를 출력하여 그곳에 근로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해당 근로자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은 후 총무과에 보관된 이 사건 학원의 직인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는바, 이러한 근로계약의 체결방식에 비추어 볼 때, E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용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거나 이를 사후적으로 변경할 권한까지 위임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D 등은 근로계약서가 재작성된 2017. 8. 10.경부터 2017. 11. 퇴직 무렵까지 최초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따라 산정된 임금을 지급받았고, 그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달리 문제를 삼거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D 등이 E에게 재작성된 근로계약서에 따른 수당을 산정해 줄 것을 요구한 적은 있으나 피고인에게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거나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고인은 2017. 11.경까지 E이 D 등과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③

G이 2017. 6.경 이 사건 학원의 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E이 담당하던 생활지도교사, 식당 및 청소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의 체결을 비롯한 직원 채용 및 관리 사무를 맡게 되었고, 이에 피고인이 2017. 6.경 이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 등의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한 외에 다른 근로자의 채용에 관여하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은 없다. E은 수사기관에서 2017. 8. 2.경 이 사건 학원의 이름이 'H'에서 'I'으로, 이 사건 회사의 상호가 '주식회사 J'에서 '주식회사 C'로 각 변경되면서 그에 맞추어 D 등의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였으나, 그 주장과 같은 사유로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한 것이라면 변경 전 명칭인 'H'의 직인을 그대로 날인하고 최초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작성일자에 소급하여 이를 작성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바, 근로계약서의 재작성 경위에 관한 E의 주장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정황들에 비추어 볼 때, E이 이 사건 회사의 상호와 이 사건 학원의 명칭이 변경된 후 방치되어 있던 'H'의 직인을 이용하여 피고인 몰래 D 등의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④

피고인은 D 등을 비롯한 이 사건 학원 소속 직원들이 매월 휴무수당, 특강수당, 대체근무수당, 시험감독비 등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하면, 총무과의 담당 직원, 총무이사 및 원장의 결재를 거쳐 해당 직원들에게 청구내용을 반영한 급여를 지급해 왔는데, D 등은 2017. 11.경 퇴사할 때까지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초과근무수당 등을 청구하거나 기지급된 임금의 액수, 산정방식 등에 관하여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특히나 G이 2017. 6.경 이 사건 학원의 본부장으로 부임하면서 D 등을 비롯한 생활지도교사들에게 그동안 지급받지 못한 수당 등이 있으면 그 내역을 작성해서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D 등은 추가로 수당 등을 청구한 바 없다.

⑤

이 사건 학원은 기숙학원으로 학생들의 수업시간, 휴식시간, 식사시간이 가변적이고, D 등은 이러한 위 학원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회사와 D 등 사이에 최초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은 일 1시간(18:30~19:00, 22:00~ 22:30)으로 하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사정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생활지도교사의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1일 근무시간 중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되, 이를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으로 보인다. D 등은 자신들의 업무내용에 비추어 이러한 사정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였거나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학생들의 식사시간이나 간식시간, 자율학습 시 휴게시간 등을 이용하여 탄력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최초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의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학생지도 및 관리 업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D 등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 사건 회사 측이 D 등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D 등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다.

나아가, 설령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 등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일부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D 등에게 E이 재작성한 근로계약서에 의하여 산정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투어 볼만한 충분한 사유나 근거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 공시의 취지는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혜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