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5. 30. 선고 2019노1158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어음을 교부받을 당시 채무가 2억 원에 이르는 등 재산상태가 좋지 않았고, 마땅한 어음할인 대상도 물색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음을 교부받아 약정한 일시까지 어음할인을 하지 못하였으며, 수사기관에서 한 W의 진술(피고인이 폐인트를 납품해달라고 하여 결제를 위해 어음을 받았다는 취지)을 종합하면, 피해자 B에 대한 사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어음을 할인하여 줄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어음할인 명목으로 V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합계 6억 원의 전자어음을 발행받은 후 그 중 2억 800만 원 상당 어음을 임의로 사용하여 2억 800만 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의 기망행위는 어음을 할인하여 줄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였다는 점이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착오에 빠져 액면금 6억 원 상당의 전자어음을 건네는 처분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전자어음 6억 원을 교부받은 즉시 이 사건 사기죄는 기수가 된다.

2)

그렇다면, 피고인의 편취 의사는 최초 전자어음 6억 원을 교부받을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살펴보아야 하고, 피고인이 전자어음 2억 800만 원을 임의로 사용한 행위는 최초 편취 의사를 추단하는 간접적인 정황증거가 될 수 있을 뿐 새로운 법익 침해가 없으므로 독립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이 편취할 의사 없이 어음을 건네받은 후 피해자의 반환요구에 불응하여 임의로 사용한 것이라면 불법영득의사의 표현으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어음할인을 해주기로 한 약정기일이 지난 후 피해자로부터 어음을 일부금이라도 할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W으로부터 어음할인을 하려는 의사로 액면금 2억 800만 원 상당 전자어음을 사용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피고인의 편취 의사를 추단하는 간접적인 정황증거로 삼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이 처음부터 어음할인을 해줄 능력과 의사 없이 어음을 교부받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편취 의사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고, 원심판결에 검사가 지적한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탁으로 어음할인 업무를 맡게 되었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어음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어음할인을 해주겠다고 하거나 피고인의 재산상태를 부풀리는 등의 기망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피고인이 어음할인을 의뢰할 예정이었던 제3자의 신원을 수사기관에서 밝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제3자를 통하여 어음을 할인할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환요구에 반하여 어음을 할인할 의사 없이 2억 800만 원의 전자어음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의 요청에 부응하여 어음을 할인하려는 목적에서 W에게 2억 800만 원의 전자어음을 배서·교부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②

피해자는 피고인이 어음할인을 해주기로 약정한 2017. 6. 12.이 지난 후 지속적으로 피고인에게 어음반환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임의로 W에게 어음을 배서·교부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2017. 6. 12. 어음을 조회하여 피고인이 어음을 할인한 사실을 알았다. 피해자는 약속을 어긴 피고인에게 어음 회수를 요구했으나 피고인이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7. 6. 15.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도 '피고인이 2017. 6. 9. 또는 2017. 6. 12. 어음을 할인하여 사용했다', '피고인이 3억 원의 약속어음을 사용하고 할인금을 주지 않아 약속어음을 돌려달라고 하니 2017. 6. 16. 3억 원만 반환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더하여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어음할인 약정 이후 X에게 어음 일부금이라도 할인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을 종합해보면, 피해자가 어음할인 약정기일인 2017. 6. 12.이 지난 후에도 어음 반환요구를 하지 않고 오히려 X를 통하여 어음 일부금이라도 할인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가 어음이 사용된 2017. 6. 16. 이후부터 어음반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③

피고인은 2017. 6. 16.부터 2017. 6. 20. 사이에 피해자에게 나머지 3억 9,200만 원의 전자어음을 모두 반환하였다.

④

피고인은 당시 주식회사 D을 운영하면서 식당, 공장 등지에 육류, 쌀, 김치 등을 납품하는 도소매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기록상 피고인이 업종을 확대하거나 거래처를 다변화하려고 하였다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고, 굳이 전자어음을 가지고 현금을 융통하기 위해 페인트를 납품받으려 하였다고 보기도 부자연스럽다.

⑤

W이 경찰에서 최초 조사받을 당시 '페인트를 납품하려고 피고인을 만났고 피고인으로부터 페인트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어음을 교부받았으며, 계약 이후 실제로 8,000~9,000만 원 상당의 페인트를 납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일주일 후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질하여 조사를 받게 되자, '현금으로 어음할인을 해주기가 어려워서 페인트를 납품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어음을 교부받을 때 피고인에게 페인트로 대신 입고하겠다고 말을 한 적 없고, 현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일주일 후 X에게 페인트로 대신 납품하겠다고 말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원심 법정에도 2차례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찰에서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는바, 최초 경찰에서의 진술이 검찰 및 법정 진술보다 특별히 더 신빙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⑥

피고인은 검찰 조사 당시 'W에게 어음을 배서·교부할 무렵 작성한 계약서가 있다'며 이를 곧 제출하겠다고 진술한 적 있고, 원심에서 증거로 금전대차계약서를 제출하였다. 위 계약서의 내용은 'W이 피고인으로부터 2억 원의 어음을 차용하여 그 차용금 중 1억 원에 대하여 2017. 6. 19.까지 1,000만 원, 2017. 6. 25.까지 5,000만 원, 2017. 6. 30.까지 4,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페인트를 납품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최초 W의 주장보다 W에게 더 불리한 내용이어서 피고인이 W과 공모하여 위 계약서를 사후에 소급하여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금전대차계약서에는 W이 2017. 6. 7.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도 첨부되어 있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각 사기범행의 피해액이 합계 7,200만 원 상당으로 적지 않은 편이고, 미지급된 임금도 소액이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3회나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하여 동종 범행으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E에게 피해금 전액을 변제하였고 위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다. 나머지 사기범행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빌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그 운영비로 사용한 카드대금 상당을 변제하지 못한 것으로서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한 편이고, 피고인이 계획적이거나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9개월 남짓 구금생활을 하는 동안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였다고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은 모두 원심의 양형에 반영되었다고 판단되고,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모두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낫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중남(재판장) 백소영 장우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