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9. 12. 30.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0. 1. 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월 5,305,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위 각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기 전 전기, 전자 및 제어계측 분야의 연구개발에 종사하던 사람이고, 피고는 상하수도처리 설비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8. 2. 26.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피고에 입사하여 원고의 전기, 전자 제어계 측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능형 융복합 수도미터 계측시스템 및 유량계측제어 기기’(이하 ‘이 사건 기기’라 한다)를 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2018. 12. 19. 원고를 피고의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사업목적에 계측기제조업을 추가하였으며, 다음 날 위 선임 및 사업목적 추가에 관한 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2019. 12. 18. 피고 소속의 C 부회장에게,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이 사건 기기 개발에 관한 기술료가 14억 원이나, 원고의 용역 제공의 정도(이 사건 기기의 완성비중)와 피고가 원고에게 양도할 지분의 비율에 따라 위 기술료를 달리 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검토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이하 ‘이 사건 이메일’이라 한다)을 보내면서, 피고 측에 2019. 12. 31.까지 위 검토를 마쳐줄 것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9. 12. 27.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해고를 의결하고, 2019. 12. 3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가 있어 원고를 2020. 1. 10.자로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하겠다는 내용의 징계처분 통지(이하 ‘이 사건 해고통지’라 한다)를 하였다.
피고는 2020. 2. 3.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사내이사직에서 해임(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하였고, 2020. 2. 5. 위 해임에 관한 등기를 마쳤다.
한편, 이 사건 기기는 크게 수도미터기 부분과 원격통신기 부분으로 나뉘는데,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위 각 부분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기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가 이후 설계를 변경하여 위 각 부분이 분리형으로 되어 있는 기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12, 20, 22호증, 을 제8, 9, 13, 17, 33 내지 3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이행거절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원고는 이 사건 기기를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개발하는 등으로 이 사건 특약사항에 따른 원고의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설령 원고가 이 사건 기기를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개발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한 것에 따른 것이므로 신의칙 또는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이 완료되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특약사항에 따라 이 사건 기기의 기술 가치 상당액을 지분(순이익 등)의 15~25%로 제공하여야 하고, 이때 지분은 피고의 발행주식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최소한 피고의 발행주식 15%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게 위 주식 15%의 제공 의무의 이행을 거절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이행거절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피고의 발행주식 가액의 15%에 해당하는 돈인 964,665,225원(=피고의 전체 지분가치 6,431,101,500원 × 15%)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원고는 피고에게 위 돈 중 일부인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 및 임금지급청구 또는 이 사건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징계위원회의 개최 내지 그 개최통보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고, 이 사건 해고통지에는 이 사건 해고의 실질적인 사유가 되는 구체적 비위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과 이 사건 해고통지일로서 이 사건 해고의 효력 발생일의 다음 날인 2019. 12. 3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미지급 임금 월 5,305,000원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는 피고의 이사로서 필요한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였고, 피고로부터 해임되기까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 등이 발생한 적이 없음에도,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의 임기만료 전 원고를 해임하였다. 따라서 위 가)항의 청구와 선택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상법 제385조 제1항 후문에 따라 이 사건 해고 다음 날인 2019. 12. 31.부터 원고의 이사 잔여임기 만료일인 2021. 12. 18.까지의 보수 상당액인 124,463,342원[=원고의 연봉 63,360,000원×(1+352/365)]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이 사건 기기를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개발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 특약사항은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 완료 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기기 판매에 따른 초과이익(순이익 등)을 성과금(인센티브)으로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그 발행주식을 양도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 아니다.
원고에게는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비위사실이 존재하고, 피고는 그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해고한 것이다. 또한 피고는 사전에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였으며, 원고는 그 과정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해고는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적법하다.
판단
이행거절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 5, 9, 11, 19, 23 내지 25호증, 을 제6, 11,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18. 1. 18. 당시 상무였던 피고의 대표이사 D에게 특허 발명과 관련된 자료인 ‘FPGA 반도체 설계를 이용한 초정밀, 저전력, 소형화 융복합 초음파 수도미터’, ‘계절별 유량 계측 정밀도 향상을 위한 주변 온도 보상 회로 및 알고리즘을 적용한 융복합 초음파 수도미터’라는 제목의 파일을 송부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E일자 특허청에 발명의 명칭이 ‘F’이고, 발명자가 피고의 회장 G인 특허를 출원하여, H일자 그 특허 등록을 받았다(특허 I, 이하 ‘이 사건 특허’라 한다).
원고는 2018. 12. 19. 피고의 부회장인 C에게 이 사건 기기의 원격통신기 부분의 무선신호 송·수신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양산 시 검사 절차 간소화를 위한 작업(양산비용절감)도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하였다.
원고는 2019. 8. 26. 이 사건 기기의 기구 양산검증 진행과 관련하여 자재 선구매 및 샘플제작을 위한 지출결의서를 기안하여 C, D 및 G의 결재를 받았다.
C은 2019. 7. 31. 원고에게 피고의 회사분할에 관하여 언급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나야 주식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피고 측에서 원고에게 지분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피고 주식을 줄지, 분할신설회사의 지분을 줄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하였고, 2019. 9. 23.에도 원고에게 ‘피고의 주식을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또한 G는 2019. 9. 26. 원고에게 ‘인센티브뿐 아니라 주식을 줄 것이다. 자신(G)의 인감증명을 첨부해서 주식무상양도계약서를 써주겠다’고 말하였다.
피고 소속 직원인 J은 2019. 12. 12. 원고에게 ‘수도미터 기구물 입고 양산검증 완료 보고’라는 제목의 파일을 송부하였고, 2019. 12. 18. 수도미터 내부평가, 인증, 회로 양산검증용 샘플을 제작하기 위한 자재인 초음파 세라믹 발주에 관한 기안을 작성하여, 2019. 12. 20. 원고의 결재를 받았다.
피고는 2020. 6. 22. 이 사건 기기의 수도미터기 부분에 대한 형식승인을 신청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2020. 10. 27. 이 사건 기기의 수도미터기 부분과 관련하여 호칭지름이 15mm, 20mm인 각 수도미터기에 대한 형식승인을 받았다.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 완료 여부에 대한 판단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갑 제5, 10, 12호증, 을 제1 내지 3,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기기를 개발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기기는 크게 기본설계 단계(1단계)-프로토 단계(2단계)-설계검증 단계(3단계)-양산검증 단계(4단계)를 거쳐 개발되고, 그중 설계검증 단계에는 ‘인증 및 승인(KC, 형식승인) 진행’, ‘양산용 기능검사 장비 설계 및 발주’, ‘양산용 설비 1차 발주’가 포함된다. 따라서 양산과 관련된 부품 등을 일부 발주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이 완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기기는 수도미터기 부분과 원격통신기 부분으로 구성되므로, 수도미터기 부분에 대하여 형식승인이 완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기기에 대한 설계검증이 완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위 형식승인은 원고가 해고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형식승인이 완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기기 중 수도미터기 부분의 설계검증을 완료하였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이 사건 기기는 수도미터기 부분과 원격통신기 부분으로 나뉘는 것 외에도 기구 부분과 회로 부분으로 나뉜다. 그런데 J이 2019. 12. 12. 원고에게 송부한 ‘수도미터 기구물 입고 양산검증 완료 보고’ 자료는 이 사건 기기의 일부인 수도미터기 부분 중 기구 부분에 대한 양산검증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2019. 12. 18. C에게 보낸 이 사건 이메일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가 피고 측에 보낸 이메일의 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무렵에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을 완료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2018. 3. 14. 주식회사 K(이하 ‘K’이라 한다)와 사이에, K이 피고의 개발사양서가 요구하는 ‘FPGA를 이용한 초음파 방식 융복합 수도미터 컨트롤러’를 개발하여 피고에게 그 개발의 결과물과 양산 제조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피고는 2019. 5.경 주식회사 L(이하 ‘L’이라 한다)과 사이에, L이 피고의 개발사양서가 요구하는 ‘저전력 지능형 상수도 원격 검침 시스템’을 개발하여 피고에게 그 개발의 결과물과 양산 제조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각 계약상 K, L은 위 각 제품의 설계검증이 완료되면 피고에게 설계검증 완료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위 K과의 계약 제6조, 제30조, 위 L과의 계약 제6조, 제33조), K, L이 피고에게 설계검증 완료보고서를 제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도 않았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특약사항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지분(순이익 등)의 제공 의무가 발생하는 ‘설계검증 완료 단계’가 ‘설계검증이 완료된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검증의 완료를 목적으로 개발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를 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품의 설계가 완성되는 시점인 설계검증 완료 단계’라는 이 사건 특약사항의 문언상 ‘설계검증 완료 단계’는 ‘설계검증이 완료된 때’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신의칙 또는 민법 제150조 제1항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는 점은 후술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갑 제3, 12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 완료에 이르지 못하게 원고를 방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특약사항은 원고가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기기를 개발하면, 피고가 그 기술의 가치에 상당한 지분(순이익 등)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 전 피고에게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이 2019. 6.까지 완료될 수 있다는 취지의 개발 일정이 포함된 자료를 송부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특약사항에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이 2019. 6.에 완료된다는 점을 명시해두었다. 그런데 피고는 위 2019. 6.로부터 약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즉, 원고가 이 사건 특약사항에서 정한 시점까지 이 사건 기기를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고를 해고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특약사항도 효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의 일부인 이 사건 특약사항의 효력을 상실시켰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 완료를 방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기기를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개발하였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기기를 그 단계까지 개발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해고의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인지 여부
갑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과 사정, 즉, ① 원고가 피고의 사내이사로 선임되기 전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원고와 피고가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근로계약이 원고의 근무장소를 피고의 수도계측사업본부로, 원고의 근로시간을 9시부터 18시까지로 정하여 두고 있는 점, ③ 원고가 위와 같은 근로조건 하에 이 사건 기기의 개발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피고 대표이사나 G 등의 결재를 받아온 점, ④ 원고가 피고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피고와 사이의 근로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해고의 절차적 하자 유무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 제59조에 따르면, 피고는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를 하려는 때 근로자에게 출석통지를 하여야 하고, 징계대상자가 출석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서면진술을 하였을 때 진술권포기서 또는 서면진술서를 징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2회에 걸쳐 출석요구에 불응하거나 소명을 거부하는 경우 또는 소명을 포기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소명 없이 징계의결을 할 수 있다(을 제32호증).
그런데 갑 제6호증, 을 제17, 33 내지 37, 4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의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피고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사건 해고를 의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위 기초사실에 갑 제6호증, 을 제32, 3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통지를 하면서 이 사건 징계사유로 이 사건 취업규칙 제57조 제3, 4, 11, 18, 37호의 조문만을 나열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해고통지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갑 제6호증, 을 제8, 17 내지 21, 28, 33 내지 3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이 사건 해고 의결의 근거가 된 구체적 비위사실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는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고(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두30270 판결 등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래의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삼지 않은 사유를 소송 도중에 추가하여 판단할 수 없다.
살피건대, 을 제17 내지 21, 33 내지 35, 4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 즉, ① 이 사건 해고에 관한 피고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의 징계의결서에 원고가 업무상 배임죄, 협박 및 다수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비위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② 원고가 2019. 11. 15. M로부터 이 사건 기기의 원격통신기 부분의 금형 등의 발주 견적으로 186,340,000원을 받아왔는데, 피고 이사 N이 2019. 11. 27. 피고에게 다른 업체들로부터 받은 위 금형 등의 발주 견적이 46,400,000원이라고 보고하였고, 이후 원고가 피고 측에 이 사건 이메일을 보내면서 발주 업체의 선정과 관련한 권한을 요구한 점, ③ 피고 대표이사가 이 사건 징계절차의 적법성에 대해 작성한 2022. 3. 17.자 진술서에서, 원고가 2019. 12. 18. 피고 측에 보낸 이 사건 이메일의 내용만을 징계사유로서 언급하고 있는 점, ④ 피고 부회장 C이 2019. 12. 19. 작성한 징계사유 발생보고서에 징계혐의 사유의 주요내용으로 이 사건 이메일에 관련된 사항만이 기재되어 있는 점, ⑤ 원고의 다른 비위행위에 관한 피고 소속 직원들의 진술서가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2021. 11.경 작성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가 이 사건 해고 의결 당시 고려한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비위사실은 원고가 2019. 12. 18. 피고 측에 이 사건 이메일을 보내면서 기술료 명목의 돈 등을 요구한 사실과, 피고의 협력업체들이 피고에게 제공하는 용역의 대가로 과다한 용역비의 지급을 요청하였는데 원고가 이에 협력하였다는 사실 등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위 각 비위사실 외에도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아래와 같은 비위사실이 존재하여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아래와 같은 비위사실은 이 사건 해고 의결 당시 고려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는 2018. 5.경 피고의 직원이었던 O을 임의로 해고하였으며, 2019. 5.경 피고 직원 P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고, 2019. 5. 19. 피고 직원 정창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고, 2019. 12.경 P에게 폭언을 하고 P의 특허출원 업무를 중단하게 하는 등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원고는 일자불상경 ‘하수관로 유량계 특허’에 관한 피고 회장 G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고, 이 사건 기기의 개발 진행 현황에 대한 자료를 피고에게 제출하는 것을 거부하고, 2019. 12. 초순경 M에 대한 실사를 방해하는 등 상사의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고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원고가 발주 업무를 담당한 주식회사 Q의 계약과 관련하여 위 회사와 피고 사이에 분쟁이 발생함으로써, 주식회사 R이 2019. 6. 24. 원고에 대하여 피고에게 영업비밀을 유출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냄으로써 피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피고의 경영지원팀에서 원고에게 법인차량·법인카드의 사용과 관련한 출장결과보고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해고 의결의 근거가 된 구체적 비위사실이 이 사건 해고통지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원고가 2019. 12. 18. 피고 측에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기기 개발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기술료 명목으로 14억 원 또는 그 일부와 피고의 발행주식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를 한 사실, 위 요구 중 일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기기 개발의 협력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2019. 11. 15. M로부터 이 사건 기기의 원격통신기 부분에 대한 금형 등의 발주 견적으로 186,340,000원을 받아온 반면, N이 2019. 11. 27.경 다른 업체들로부터 위 금형 등의 발주 견적으로 46,400,000원을 받아온 사실 등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2호증, 을 제8, 17, 18, 4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 8, 11, 24, 25, 2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근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입사하였다는 등 이 사건 해고통지에 기재된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설령 위와 같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는 2018. 1. 18. 피고 측에 ‘FPGA 반도체 설계를 이용한 초정밀, 저전력, 소형화 융복합 초음파 수도미터’ 파일 등 특허와 관련된 자료를 송부하였고, 피고가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위 자료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특허를 출원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19. 12. 1. 피고 직원 P에게 다중화 유선, 무선 통신을 사용하는 특허 자료인 ‘다양한 통신환경에 최적화된 멀티 유, 무선 통신 및 개인정보 보안 강화형 지능형 원격 검침 시스템’, ‘접촉저항 최소화, 동파 방지, 방습 방진을 도 모하여 수도미터의 내, 외부환경에 의한 배터리 수명 단축 영향도를 최소화한 제조 방법, 구조 및 소재’, ‘유량 측정 정밀도 극대화, 경년 변화 최소화를 위한 W자형 구조설계 및 초음파 신호 최적화 보정 SW 개발’이라는 파일을 송부하였고, 피고는 2019. 12. 4. 원고가 전달한 자료를 바탕으로 3건의 특허를 출원하였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기기의 개발 업무 외에도 수도계량기, 원격통신기 등의 개발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기기를 설계검증 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개발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원고는 실제로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정한 노무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고 측의 C과 G는 원고가 피고에 기여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원고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피고의 발행주식 등을 양도하여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수도미터기 부분과 원격통신기 부분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기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가, 위 각 부분이 분리되어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이 사건 기기의 설계를 변경하였다. 또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 완료 시기를 2019년 6월로 예정하여 두었으나, 예정된 기한 내에 이 사건 기기의 설계검증이 완료되지 않았다.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예정하였던 상황과 실제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이메일을 통하여 기술료 등의 지급 요청을 포함한 새로운 요구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요구가 이 사건 해고를 정당화할 만한 원고의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2019. 11. 15. M로부터 받아온 금형 등의 발주 견적은 말 그대로 견적에 불과하다. 또한 원고가 고의적으로 적정한 수준을 벗어난 과다한 견적을 받아왔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가 그 이전에 피고 명의로 M 등 피고의 협력업체와 체결한 계약들이 그 계약상대방에게 과다한 용역비를 정하여 지급하게 한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도 제출된 바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무효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유효함을 들어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미지급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임금 지급 의무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원고가 이 사건 해고로 피고에게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인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피고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현재까지도 임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다음 날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발생할 예정인 임금 상당액 등을 미리 청구할 필요도 있다.
임금 지급 의무의 범위
원고는 이 사건 해고의 효력발생일이 2019. 12. 30.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그 다음 날인 2019. 12. 3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월 5,305,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임금이 연봉 63,360,000원, 식대 월 100,000원, 차량유지비 월 200,000원인 사실, 그 임금 지급일이 매월 15일인 사실, 피고가 2019. 12. 30. 원고를 2020. 1. 10.자로 해고하겠다고 통지한 사실 등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의 효력발생일 다음 날인 2020. 1. 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매월 25일에 원고의 월 평균 임금인 5,580,000원(=63,360,000원÷12 + 100,000원 + 200,000원) 범위 내의 돈으로서 원고가 구하는 월 5,305,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2020. 1. 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월 5,305,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위 각 지급기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상법이 정한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이 사건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선택적 관계에 있는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를 전부 인용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를 인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사건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는 점 및 이 사건 근로계약상 연봉 63,360,000원과 식대 월 100,000원, 차량유지비 월 200,000원이 원고의 근로자로서의 임금인 점 등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상 연봉 등이 이사의 보수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춘근(재판장) 김효정 조용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