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수원시 영통구 C 4~6층에서 개인사업자로 'D'라는 상호의 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을 운영하였던 사람이고, 피고는 2009년경부터 이 사건 학원에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2015년 말경 이 사건 학원을 정리하고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에서 학원을 계속 운영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 또한 이 사건 학원에서 E로 옮겨 계속 근무하게 되었고, 이에 피고는 E와 2016. 1. 29. 강의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과 같은 날인 2016. 1. 29. "E로부터 개인 사유로 요구한 퇴직중간 정산금을 현금 일천육백만 원으로 지급하였습니다."라는 영수증(이하 '이 사건 영수증'이라 한다)에 서명·날인하였다.
피고는 2018. 12. 5. E를 상대로 이 법원 2018가소44732호로 이 사건 학원 및 E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구하는 소(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를 제기하였고, 제1심은 2020. 4. 7. E가 피고에 대한 근로관계를 실질적으로 승계하였음을 이유로, E는 피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학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2009. 7. 1.부터 E에서 퇴직한 2018. 4. 5.까지의 퇴직금 23,721,0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E가 항소하여 이 법원 2020나65791호로 소송 계속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 청구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학원을 정리하여 E로 학원 운영을 계속하는 와중에 피고 또한 이 사건 학원에서 E로 옮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학원 근무기간 동안의 퇴직금 정산을 하게 되었는데,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까지 포함한 급여를 지급하여 왔었기 때문에 그 동안 피고가 이 사건 학원에서 근무하면서 지급받은 퇴직금 합계가 1,600만 원임을 상호 확인한 후 갑 제1호증(영수증)을 작성하였다. 그런데 피고가 관련 사건을 통해 원고에게 또다시 퇴직금을 구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던 1,6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아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 및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갑 제2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영수증에 기재된 1,6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 제출의 각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부당이득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원고 운영의 개인사업체였던 이 사건 학원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원고가 운영하던 E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2016. 1. 29.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영수증에 서명·날인하게 되었다.
이 사건 영수증 작성 당시 피고가 실제로 1,6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이 아님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영수증은 과거에 피고가 위 금원을 수령한 적이 있음을 확인하는 성격의 문서로 보아야 한다.
한편 이 사건 영수증의 문언을 보면 피고가 "퇴직중간 정산금"으로 1,6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피고가 이 사건 학원 근무기간 동안 "퇴직중간 정산금"이라는 명목으로 1,600만 원을 지급받았음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학원에 근무할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명시적으로 존재하였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월 또는 매일 지급되는 임금 또는 일당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지도 않는 등(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학원에서 근무할 당시 퇴직급여가 명시적으로 구분되어 별도 책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고와 피고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기록상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그와 같은 약정이 무효여서 근로자에게 부당이득을 인정하는 위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오히려 근로계약서(을 제1호증)에 기재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퇴직금 관련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 영수증은 무효인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초한 것이므로, 피고가 관련 사건에서 퇴직금 청구를 별도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영수증상의 1,600만 원을 부당이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욱(재판장) 남기정 김태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