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계약 이후 실제로 공사를 진행하였고, 이 사건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공사자금을 구하여 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동업자인 J의 채무불이행에 기인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 주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인은 2016. 11. 24. 피해자와 사이에 피해자가 발주하는 E 소재 신축건물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은 M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주어 공사를 할 생각이었고, 이 사건 공사로 인한 피고인의 수익금을 3,000만 원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며, 광주 소재 병원 리모델링 공사에 관하여 N에 대하여 3,000만 원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2016. 11. 25.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지급받아 그 중 1,500만 원을 당시 진행하고 있던 다른 공사현장에 사용하였고, 2016. 12. 1. 피해자로부터 5,890만 원을 지급받아 그 중 3,000만 원을 같은 날 N에게 위 손해배상채무의 변제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자마자 이 사건 공사의 예상 수익금을 초과하는 돈을 이 사건 공사 외의 용도로 사용한 점, ③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은 M은 피고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여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점, ④ 피고인은, 동업관계에 있던 J이 위 N에게 지급한 3,000만 원을 1주일 안으로 자신의 어머니한테 빌려서라도 구해오겠다고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어기는 바람에 공사자금이 부족하여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인이 J이 돈을 구해올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였다는 것에 불과하고, J이 돈을 구해 오지 못할 경우 공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하고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1013 판결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실은 별다른 재산이 없고 채무초과인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더라도 그 중 상당 부분을 피고인이 다른 공사 현장에서 부담한 손해배상채무에 사용하거나, 진행 중이던 다른 공사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이 사건 공사에 사용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를 2억 1,000만 원에 해 주겠으니 공사대금을 달라'라고 말하였고, 피해자는 이를 믿고 피고인에게 공사대금 명목으로 2회에 걸쳐 합계 8,89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O'이라는 상호로 인테리어공사를 하는 개인사업자인 J과 함께 2016년경부터 피고인이 'O' 명의로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오면 J이 실제 공사를 진행한 후 수익금을 약 50:50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동업을 해 왔다. 이 사건 공사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직접 만나 공사금액과 공사 내용에 관하여 협의하고(다만 공사금액 견적은 J이 산출하였다), 건축업 면허가 있는 S(H) 명의로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해자는 2016. 11. 25. 10:25경 O(J) 명의 계좌로 3,000만 원을 송금하였는데, 같은 날 10:48경 위 3,000만 원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이체되었고, 그 중 1,500만 원이 같은 날 피해자와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을 체결한 명의자인 S(H)에게 이체되었다. 이후 피고인은 2016. 12. 31.경까지 피고인 명의 계좌에 보관된 나머지 금원 약 1,500만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전부 소비하였다(증거기록 2권 138-144쪽). 또한 피해자는 2016. 12. 1. 10:38경 S(H) 명의 계좌로 5,890만 원을 송금하였는데, H은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그 중 3,000만 원을 같은 날 10:52경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이전에 시공한 광주 소재 병원 인테리어 리모델링 공사로 인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N에게 송금하였고, 2016. 12. 2. 1,500만 원 및 2016. 12. 7. 1,000만 원을 각각 이 사건 공사를 피고인으로부터 하도급받은 'L' 대표 M에게 송금하였다(증거기록 2권 25-34쪽).
피고인은 J과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금액 견적을 산출하면서 1억 8,000만 원은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포함한 건축비, 3,000만 원은 수익금으로 예상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 명목으로 받자마자 이 사건 공사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금액은 8,890만 원 중 4,500만 원(전체 공사금액 중 약 1/5에 해당함)으로 위 예상 수익금 3,000만 원을 크게 상회한다(한편, 위 수익금은 피고인이 '예상'한 것에 불과하여 실제 발생한 공사비용이 전체 공사대금에서 먼저 사용한 수익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초과할 경우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채무초과인 상태였다. 또한 J이 3,000만 원을 구해오겠다고 약속한 것 외에는 피고인이 사용한 금액 상당의 공사대금을 조달할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2016. 12. 초경 공사가 극히 일부만 진행된 채 중단되자 피해자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하였다.
피고인이 N에게 피해자로부터 받은 3,000만 원을 지급하기 전에 피고인과 동업관계에 있던 J이 피고인에게 3,000만 원을 1주일 안으로 자신의 어머니한테 빌려서라도 구해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J의 원심 법정진술). 그러나 J이 피고인에게 '어머니로부터 빌려서라도 구해오겠다'라고 말한 외에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을 말하지는 아니한 점, J은 N과의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제대로 시공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N에 대하여 3,000만 원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던 점, J이 비록 2016. 11.경부터 2016. 12.경 사이에 이 사건 공사 현장 외에 다른 공사현장에서도 공사를 진행하였으나(증거기록 2권 315쪽, 328쪽), 결국 다른 공사현장에서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반환하지도 못하였고, J은 '2016. 1.경부터 2017. 12.경까지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임금 합계 약 1,5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발령받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J 역시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당시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더라도 J이 1주일 내 또는 그와 같이 빠른 시일 내에 그 사용금액 상당의 자금을 마련해오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 중 3,000만 원을 N에게 지급한 경위에 관하여, '당시에 피고인이나 J에게 수중에 돈이 전혀 없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단 고소인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급한 불을 끄면 그 이후에는 J이 돈을 구해오던지 아니면 피해자로부터 중도금 명목 등의 돈을 받아 어떻게든 공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피고인은 당시 J이 J의 어머니로부터 1주일 안에 돈을 구해본다고 하니 그 가능성을 떠나서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곳에 기댈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해자로서는 만약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별다른 재산이 없고 구체적인 대체자금 조달 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수익금을 초과하여 전체 공사금액의 약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 사건 공사가 아닌 다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채무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것임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자산 상태와 자금 조달 계획,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 중 상당 부분을 이 사건 공사가 아닌 피고인의 손해배상채무의 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생각이었고, 위 사용금액 상당의 금원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급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를 용인한 채 피해자에게는 그러한 사정을 숨기고 피해자와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인정되므로,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2016. 12. 중순경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된 것을 알게 된 피해자가 J을 도급인으로 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인이 그 후 위 공사에서 빠지게 되었고, J이 피해자로부터 추가로 공사대금을 지급받고도 이를 하도급 업체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여 공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추가적인 위험 발생을 막기 위하여 행한 조치이거나 사기죄의 기수에 이른 후의 사정에 불과하여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확정적인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해금액 중 상당 부분이 피해자로부터 도급받은 공사 진행을 위하여 사용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까지 비교적 성실하게 인테리어 공사업을 하며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부양하여야 할 처와 자녀들이 있고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아니한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고 그 사용금액을 대체할 금원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에게 그러한 사정을 숨긴 채 공사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것으로, 범행 방법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불량한 점, 실질적인 피해금액이 약 4,500만 원에 이르러 죄책도 가볍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게 피해회복을 하지 못하였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식(재판장) 박지은 이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