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관계
피고는 평택시 E 소재 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가구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F는 2012. 6.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해 오던 중 2018. 10. 31. 09:00경 어지러움을 호소하여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2018. 11. 13. 사망하였다(이하 F를 ‘망인’이라 하고, 망인의 사망을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 A는 망인의 처이고,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망인의 근무형태 및 근무상황
원고는 생산부에 배속되어 주로 가구 조립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규칙적으로 주간근무(08:00~17:00)를 해 왔고, 필요시 야간근무(17:30 이후)를 하였다.
원고를 포함한 생산부 직원에게 주간근무시 휴게시간으로 09:30~40(10분), 11:30~12:30(60분), 15:00~15:10(10분)이, 야간근무시 17:00~17:30(30분)이 부여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전 1주일 동안 34시간 6분을, 이 사건 사고 전 4주 동안 1주 평균 47시간 28분, 이 사건 사고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 12분을 근무하였고, 돌발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는 없었다.
생산부의 업무는 7개 공정(재단-엣지-가공-조립-세척-포장-출고)로 8명의 종사원이 근무를 하는데, 망인은 조립순서에 따라 완제품을 조립하는 조립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의 건강상태 및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망인은 1954년생 남성으로 키는 166㎝, 체중은 68㎏이다.
망인은 2015년 실시된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155/95mmHg로 측정되어 고혈압 또는 당뇨병질환 의심 판정을 받은 이래 2018. 8.경 건강검진 과정에서 혈압이 다소 높게 측정되었으나 고혈압에 대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원고는 2018. 10. 31. 09:30경 근무 도중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숙소에서 쉬다가 구토 등으로 증세가 악화되어 G병원으로 후송되어 자발성 뇌실질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였으나, 2018. 11. 13.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 후 상황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9. 8. 19.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상병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원고들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 A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75996호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1. 6. 11.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A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위 처분을 취소한 뒤 원고 A가 소를 취하하고, 근로복지공단을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조정권고를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이 조정권고를 수용하여 위 처분을 취소한 다음, 2021. 7. 22. 원고들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망인은 가구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가구 조립업무를 수행하면서 환기구 및 냉난방기가 없는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목재를 자르는 소음, 톱밥 및 업무 중 발생하는 분진, 고온과 저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등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근무하였고, 2017년 말부터 임금체불과 회사의 부도 우려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으며, 1주 평균 근로시간이 54.58시간으로 초과근로를 하였을 뿐 아니라 근무시간이 주문량 및 납기기일에 따라 자주 변동되었고, 그로 인한 망인의 과로 및 스트레스 비산먼지의 흡입 등으로 망인의 사망을 유발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는 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근로조건 및 안전기준을 위반한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 또는 근로계약에 따른 재해발생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할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할 것이니,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망인 및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경우 사용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다25844 판결 참조).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회보장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과실책임주의에 따라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은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과는 법적 요건 및 사회적 기능을 달리 하고 있다.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20183 판결 등 참조).
판단
먼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산업안전보건법령 상의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 분진, 기온변화 등 유해환경에 노출케 하는 등으로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수행하는 조립업무는 돌발적인 사건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 등을 수반하지 아니하고 다른 직원들에 비하여 업무강도가 높다거나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원고는 근무기간 중 하루 1시간 20분 정도의 충분한 휴게시간을 갖으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 ③ 비록 망인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사실일 인정되나 평소 무리 없이 자신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고, 초과근무 또한 망인의 스스로의 판단 또는 동의 하에 이루어져 온 것으로 보일뿐 피고가 이를 강요하였다고 보이니 아니한 점, ④ 망인이 근무하는 기간 중 피고에게 초과근무 등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 등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한 업무조정 등을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의 임금체불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초래되었을 것임은 분명하나, 그러한 점은 망인에게만 국한된 사정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그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⑥ 망인에 대한 건강검진결과 고혈압 이외에는 달리 특이한 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망인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추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거나 또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망인에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실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연운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