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13. 11.경부터 2016. 12.경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평택시 C에 있는 D 송탄점(이하 ‘이 사건 매장’이라 함)에서 근무하였다.
이 사건 매장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원고는 위 매장에서 1주에 평균 6일, 1일 평균 9시간(10시부터 19시까지)을 근무하였고, 통상적으로 22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고는 이 사건 매장의 매니저로서 화장품의 판매, 진열을 포함한 매장 관리, 매출 및 매입 관리, 본사 지침 수행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주로 주중에는 혼자,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 2명과 함께 근무하였는데, 그러한 아르바이트생의 채용 및 교육 업무도 원고가 담당하였다.
원고는 2016. 12. 24. 7:00경 집 앞 주차장에 있는 차에서 내리는 과정에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그날 오후에 그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은 결과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상세불명의 편마비’ 등의 진단을 받고 뇌출혈 제거술을 받았고(이하 위 질환을 ‘이 사건 상해’라고 함), 이후 2020년경까지 여러 병원에서 입원 또는 통원하며 재활 치료 등을 받았다.
한편, 2018. 2. 6.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원고가 이 사건 상해의 발병 전 4주간 1주에 평균 약 69시간 30분, 발병 전 12주간 1주에 평균 약 65시간 19분을 근무하여 만성적인 과로가 있었고, 그러한 과로와 이 사건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상해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2020. 10.경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는 ‘원고의 업무상 질병이 일반 5급 8호의 장해에 해당하여 월 3,876,850원의 장해급여를 지급한다’고 알렸고, 2020. 11.경까지 원고의 치료비 등에 관하여 192,236,230원의 요양급여와 78,862,910원의 휴업급여가 지급되었다.
[인정근거] 갑 제3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을 제8 내지 10, 14,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의 사용자로서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 상 부수적 의무로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기 전에 원고로 하여금 휴일 없이 장시간의 연장 근무를 하도록 하고 원고 혼자서 여러 매장의 힘든 업무를 하도록 하는 등 육체적으로 과로하게 하였고, 메신저 등을 통하여 매출 목표를 달성하도록 압박하고 CCTV 설치하여 감시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며,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나 휴식 공간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등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일실수입 372,790,443원, 기왕개호비 147,953,248원, 향후치료비 43,313,340원, 위자료 100,000,000원의 합계액에 피고의 책임 비율 80%를 적용한 금액에 원고가 공제함을 자인하는 휴업급여 78,682,910원, 장애급여 3,876,850원, 간병비 51,215,480원을 뺀 397,470,38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가 이 사건 매장에서 이 사건 상해의 발병 전 4주간 1주에 평균 약 69시간, 발병 전 12주간 1주에 평균 약 65시간을 근무하였고,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기 직전 1주 동안에는 휴일 없이 연속으로 근무하여 합계 81시간을 근무한 사실, ②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 등에서 이 사건 상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실, ③ 원고가 이 사건 매장에서 주로 혼자 근무하며 여러 업무를 담당하였고, 휴식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나 공간이 없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거시 증거, 을 제1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나 사정에 비추어, 앞서 인정된 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점 및 그에 대한 과실을 각각 인정할 수 없음).
앞서 살펴본 원고가 이 사건 매장에서 담당한 업무의 내용과 아래에서 살펴보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업무가 많은 힘을 필요로 하거나 육체적으로 과다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해 무렵 원고가 일한 시간이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상당히 길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상해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거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가 무거운 물건을 직접 운반하는 업무를 하지 아니하였고, 업무의 특성상 계속하여 서있거나 움직이기보다는 손님이 매장을 방문하거나 계산할 때까지 앉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매장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하고 이 사건 상해 발생 무렵에 손님이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의 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매장의 2016. 12.경 매출은 2016년의 다른 월에 비하여 적었다.
원고가 대기하는 시간에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매장 환경이나 계산대의 대기 공간이 휴식에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④ 원고는 거의 대부분 이 사건 매장에서 근무하였고, 피고가 운영하는 다른 매장의 업무를 도와주는 일은 예외적인 경우로 보이며, 다른 매장들이 이 사건 매장 부근에 있어서 이동으로 인한 육체적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다른 매장에서 담당한 업무가 이 사건 매장에서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 관한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매출액에 대하여 압박을 주었거나 CCTV 설치가 원고에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가 아무런 진술이나 주장을 하지 아니한 점, 화장품 판매 매장에서 CCTV 설치는 일반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 매출액에 따라 원고의 계속 근무 여부나 급여, 수당 등이 달라지는 정황이 보이지 않고, 이 사건 매장에서 원고의 역할이나 업무에 따라 매출액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상해 무렵에 이 사건 매장 내 업무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나 고통을 크게 겪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매장에서 혼자 근무하거나 장시간 근로한 이유가 급여나 수당을 위해 원고 스스로 원하거나 자발적으로 동의하였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원고의 업무 내용이나 근로 환경, 경제적인 이해관계상 원고가 피고에게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며, 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혼자 장시간 근로하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원고는 이 사건 상해 발생 당시 약 40살 정도이고, 자신에게 특별한 지병이 있었다고 알린 적이 없었다. 원고는 이 사건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통상적으로 주중에 22시까지 근로하여 1주에 근로시간 합계가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장 내 원고의 업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원래는 휴무일인 월요일에도 근무하도록 하여 원고가 이 사건 상해 직전에 결과적으로 7일 연속하여 근무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상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조휴옥(재판장) 오세영 김헌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