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토목, 건축 등을 업으로 하는 법인으로, 2017. 10. 19.부터 2020. 6. 18.경까지 부산시 기장군 B 일대에서 부산 C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였다.
원고는 소외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E, F 블록 골조공사를 하도급주었는데, D의 근로자인 G, H(이하 ‘이 사건 피해자들’이라 한다)은 2019. 6. 6. 오후 I과 함께 이 사건 공사현장 E블록 J동 1, 2라인 엘리베이터실 지상 1층에서 낙하물 방호선반 내에 있는 폐기물 청소작업을 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2019. 6. 6. 16:16경 위 공사현장 E 블록 J동 1층 엘리베이터 승강로에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그곳에 설치된 가설 경사선반 위에 올라가 청소작업을 수행하던 중 가설 경사선반이 피해자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어 12미터 아래 지하 2층 엘리베이터 승강로(이하 ‘이 사건 승강로’라 한다)로 추락함으로써 피해자들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피고는 2021. 7. 30.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 및 보건조치를 소홀히 하였음을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2018. 10. 18.시행법률 제15588호) 제51조의2, 제29조 제3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9. 4. 19. 시행 고용노동부령 제251호, 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42조, 건설산업기본법(2019. 1. 1.시행 법률 제16101호) 제82조 제1항 제7호,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19. 3. 26.시행 대통령령 제29665호) 제80조 제1항 및 별표6 2.가.13).다항”을 근거로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
이 사건 승강로는 개구부로서 구 안전보건규칙 제42조가 적용되는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하는 장소가 아니어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령 구 안전보건규칙 제42조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승강로에는 추락방호망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여 원고에게 추락방호망 설치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며, 원고 및 그 소속 직원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안전보건규칙의 각 규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모두 이행하였고, 피해자들이 안전대도 착용하지 않고 경사선반 위에 직접 올라가 작업을 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으며, 원고는 상당한 주의 및 감독을 하였는바 양벌규정을 근거로 원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는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갑 제6, 7, 8, 9, 12, 13, 14, 15, 16, 22, 23, 24, 3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에 따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승강로에 설치된 이 사건 경사선반은 상부에서 떨어진 공사잔해물 등이 엘리베이터 승강로 입구 쪽으로 모이도록 하기 위하여 30~60도 정도 경사를 이루어 콘판넬이나 합판을 올려 못으로 고정하는 방법으로 설치된 것에 불과하다. 원래 경사선반에는 작업자들이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부터 작업자들이 묻어 있는 콘크리트 등을 떼어 내기 위하여 선반 위의 경사선반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실제로 이 사건 청소작업 당시 피해자들은 모두 가설 경사선반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이러한 작업 현장과 작업 내용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의 이 사건 청소작업이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해당함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승강로 부분 즉 경사선반을 설치해 놓은 승강로 부분은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함에는 명백하므로 안전보건규칙 제42조에 따라 추락방지조치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2항에서는 작업의 필요상 임시로 난간 등을 해체해야 하는 경우 제42조 제2항 각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 경사선반에 떨어진 폐기물을 청소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안전난간을 해체하고 경사로 부분을 청소하도록 하였는바 제42조 제2항에 따른 안전조치의무가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승강로가 개구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내부에 들어가 경사선반을 밟고 청소작업을 한 이상 구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2항에 따라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의무가 있고,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곤란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구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2항의 추락방호망 설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누구도 현장에서 작업을 통제하거나 구체적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안전대도 착용하지 않은 채 경사선반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해자들이 작업하던 이 사건 승강로 내 공간이 협소하거나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라는 사정만으로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곤란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측은 피해자들에게 안전대를 지급하는 방법 이외에도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는 등의 추락위험방지를 위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승강로 내에 안전상, 구조상의 이유로 구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2항 각 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사고 이후에 이 사건 승강로 내부에 추락방지 방호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현장에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들이 작업현장에 대한 충분한 점검을 하지 않아 그러한 것이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구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2항에서 정한 설치기준에 따른 추락방호망 설치 가능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를 한 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고는 D에게 사업의 일부를 도급 주었고, K, L을 현장에 둔 사업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원고의 근로자뿐 아니라 그 수급인인 D의 근로자가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승강로 내 가설 경사선반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할 경우 위험성에 대하여 인지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또한 이 사건 작업현장에 대한 충분한 점검을 하지 않아 추락방호망 설치 등의 구체적인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등 참조), 원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에게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