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723,171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1. 14.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교육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다. 원고는 2018. 2. 22. 피고에 입사하여 그 때부터 2020. 10. 30.까지 학사 상담 및 영업 업무를 하다 퇴직하였다.
원고는 2018. 6. 19. 피고와 사이에 ‘원고는 피고의 영업대리인으로서, 업무특성상 피고에 사용 종속되는 근로자가 아닌 자유소득자이며, 따라서 근로자임을 전제로 적용받는 노동관계법상의 퇴직금 및 4대 보험금 적용 등의 대상자가 아님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위촉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퇴직금 5,723,171원을 지급받지 못하자 피고의 대표자 C을 상대로 2021. 3. 2.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에 진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C은 2021. 8. 24.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약식기소되었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고정1015호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2022. 2. 16. 위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노304호로 항소하여 2022. 12. 22. 위 법원으로부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는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하여 다시 C이 대법원 2022도17052호로 상고하여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 상고심이 계속 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2, 7, 8, 15, 16호증, 을2, 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주장 요지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5,723,171원의 지급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고정급여를 받는 일반 근로계약과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 위촉계약 중 위촉계약을 선택하여 피고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아니어서,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원고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인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갑3 내지 6, 9 내지 14호증, 을1, 6호증의 각 기재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수강생 모집 등의 용역을 위촉받은 독립된 사업자가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피고의 학사상담팀 소속 사원 또는 주임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업무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일일, 주간, 분기, 연간별로 구체적인 업무내용이 기술된 업무분장표에 따라 학습자(수강생) 모집 및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가 상담하여야 할 대상자의 명단은 피고가 배분하여 주었다. 원고는 사원에서 주임으로 직위가 상승하였는데, 직위 역시 피고가 정하였다.
다만 원고가 개인 블로그 등을 활용하여 신규학습자를 모집하는 것 등은 가능했지만,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업무의 내용을 임의로 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원고는 피고에 매일 매출실적 등을 보고하였다. 피고는 필요한 때면 사내메신저로 특정한 업무수행의 방법을 지시하고, 월별 목표를 게시한 후 목표 달성을 위한 회의를 주관하거나 매출이 저조하다며 독려하고, 학습자들에게 학습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도록 지시하는 등 업무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으며, 이 사건 계약서에 ‘관리자의 영업 관련 제반 요구의 성실한 이행’을 준수사항으로 명시하여(제5조 제1항 제2호) 직원들이 피고의 지시사항을 준수하도록 하였다. 또한 업무처리 중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피고가 이에 관하여 결정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는 원고의 업무수행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
다만 피고가 개별적인 상담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상담 업무의 특성상 개개인의 상담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 감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피고는 이 사건 계약서에 ‘성실한 영업활동 준비 및 영업활동을 수행할 의무’, ‘단정한 복장 및 품위 있는 언행을 해야 하는 의무’, ‘고객과의 민원발생 예방에 대한 의무’ 등을 명시하고, ‘영업활동 중 과오 등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다음(제5조 제1항 제1, 4, 5호), 이를 소홀히 하여 시정요구를 하였는데 즉시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여(제7조 제2항 제1호) 이를 보완하고 있다.
원고는 주 5일간 09:30부터 18:30까지 피고 사무실의 지정된 자리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피고는 지문으로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고, 지각을 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주거나 질책을 하였으며, 외출을 하거나 조퇴를 하려면 이사의 허락을 받도록 하였다. 피고는 월 1회의 휴무 또는 연차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사전에 이사에게 보고를 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 계약서에도 ‘불가피한 용역활동 시간 조정이 있을 경우 미리 통지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여(제4조 제3항)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1>
다만 피고가 지각을 하는 경우에도 임금을 삭감하거나 징계를 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지만, 대신 피고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지체하거나 불성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 사건 계약 제5조에서 정한 의무(여기에는 성실한 영업활동 준비 및 영업활동 수행 의무도 포함되어 있다)를 소홀히 하여 시정요구를 하였는데 즉시 시정되지 않을 경우’ 등의 경우에는 임금 삭감이나 징계보다 더 강력한 조치인 계약 해지를 할 수 있으므로(제7조 제1항, 제2항), 위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원고가 근무시간에 대해 구속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고정급으로, ‘사원’이었던 기간에는 130만 원, ‘주임’으로 근무하던 기간에는 140만 원을 수령하였다. 피고의 급여지급명세서에서도 이를 ‘기본급’이라고 지칭하였고, 이는 출근일수에 따라 일할지급 되었으며, 피고 역시 이를 ‘기본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인센티브는 피고가 정한 바에 따라 매출액이 1,000만 원이 넘는 경우에 매출액 구간에 따라 5% 내지 8%를 지급하였다. 원고의 주된 업무는 상담을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수강을 신청하고 유지하도록 하는 것인데, 상담이라는 형태로 제공된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하여 매출실적에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원고가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 보수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원고는 근무기간 중 기본급의 비중보다 인센티브의 비중이 컸던 달이 많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게 지급된 보수는 전체적으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보면, 원고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거나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도 인정된다.
컴퓨터, 전화기, 필기도구 등의 사무용품은 모두 피고가 제공하였고, 학습자의 명단과 상담에 관한 자료들 모두 피고에 귀속되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원고가 이를 임의로 활용하지 못하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여야 한다(제5조 제4항). 원고는 제3자를 고용하여 자기 대신 피고에서 일을 하도록 할 수도 없었다. 피고는 영업 담당 직원이 개인적 사정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영업 담당 직원에게 그 업무를 대체시킬 수 있으나(제6조 제1항), 이는 영업 담당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직원에게 그 일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직원이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피고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실적에 따라 계약 시 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받았을 뿐, 원칙적으로는 별도로 이윤을 얻거나 손실을 부담하지 않았다. 학습자가 중도에 그만두어도 원고가 받은 인센티브는 환수되지 않았고, 착오로 중복 수강 등이 발생해도 원칙적으로는 배상이 요구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고는 주 5일간 근무시간 중에 꾸준히 상담 업무를 하여야 했으므로, 피고 외의 다른 직장을 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라는 제목이 아닌 ‘위촉계약서’라는 제목의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계약서에는 원고가 ‘근로자가 아닌 자유직업소득자이며, 따라서 근로자임을 전제로 적용 받은 퇴직금 및 4대 보험 적용 등의 대상자가 아님을 확인한다’(제1조 제2항)는 등의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하는 돈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를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주지도 않았으며, 취업규칙, 복무규정, 징계규정 등 사규의 적용대상자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항들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소결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인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5,723,171원 및 이에 대하여 퇴사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20. 11. 14.부터 갚는 날까지 위 법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그러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장지혜(재판장) 이영범 이형석
각주1) 을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구인공고에도 근무일시를 ‘주 5일(월~금) 전일제 09:20 ~ 18:30’이라고 표시하고, 복리후생으로 ‘연차, 반차’를 명기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