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임가공품 및 공구의 납품을 요구할 당시 그 대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임가공품 및 공구를 공급받더라도 약속대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음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마치 약정한 기한 내에 대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충분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그 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6년경부터 2018년경까지 사이에 운영하던 회사 직원들에게 합계 약 3,000만 원의 임금, 퇴직금 및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한편 2018. 1.경 공동의 법인설립자금 중 약 1,300만 원을 임의로 개인 용도에 소비하여 횡령한 사실로 2019년도에 공소제기되어 원심 판시 범죄사실 첫머리 기재와 같이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았는데(단, 합계 약 2,000만 원의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일부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제기된 후 피해 근로자들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1년 형제22451호 증거기록 318~330쪽), 판결문의 내용에 의하면 2020년경 피해자들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적어도 합계 약 2,100만 원의 채무(= 미지급 해고예고수당 약 800만 원 +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1,300만 원<1>)를 부담하고 있던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개인회생절차에 따라 매월 33만 원씩을 변제하고 있었고, 고정적으로 월 600만 원 정도의 회사 임대료 지출이 있었으며, 외주업체에 대한 대금채무(약 2억 5천만 원)과 금융기관 대출채무(약 3억 원 이상), 개인채무(약 4,000만 원)를 부담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임가공품 및 공구를 공급받더라도 단기간에 대금채무를 변제할 능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2020. 9.경 기준으로 R, S, T 등 거래처들로부터 적어도 합계 2,500만 원 이상의 물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대금채권을 갖고 있었던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경찰에서 “2020. 10. 15. 횡령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구속이 되었는데, 구속된 이후에 처 U이 거래처에서 대금을 받아 인건비 등으로 지급을 하여 D에게 임가공대금은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1년 형제8814호 증거기록 180쪽)을 고려하면, 당시 거래처로부터 제 때에 대금을 지급받았더라도 미지급한 임금을 변제하는데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피해자들에게 기한 내에 임가공 대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2020. 4. 15.경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던 ‘C’는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아야 피해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원청업체로부터의 대금은 평균 2개월 후에야 지급받을 수 있음에도 피해자 D에게 처음 임가공품을 공급받는 2020. 4. 14.에 바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위 증거기록 179~182쪽). 피해자 G에게 처음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제일도 공급받은 날로부터 1개월 내인 2020. 7. 31.인데, 위 진술내용에 의하면 피고인 스스로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 전에 바로 피해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사정임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채 이행이 불가능한 대금지급조건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임가공품 및 공구를 공급받은 이상 피고인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20년경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 제작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여 사업을 확장하였는바, 직원을 2020년 5월 3명에서 2020년 10월 17명까지 늘려 지급해야 하는 총 임금액만 월 2,700만 원 정도에 달하였고(위 증거기록 72~79쪽), 금융리스를 받아 새로운 기계 3대를 추가로 구매하기도 하였다(같은 증거기록 53쪽). 사업 확장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매출액이 2020년 4월에 약 1억 4,000만 원에서 2020년 9월 약 1,000만 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는데(같은 증거기록 89~99쪽), ‘C’의 직원이던 V이 수사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E’<2>에 지급할 대금을 회사를 늘리는 데 사용한 것 같다”고 진술한 점(같은 증거기록 57쪽)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그 무렵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자금이 부족하였고, 피해자들로부터 임가공품 및 공구를 공급받더라도, 급한 회사 운영비나 인건비, 설비 투자 등에 자금을 먼저 사용할 생각이었으며, 피해자들에게 약속한대로 대금을 바로 지급하는데 소비할 의사나 능력은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회사의 자금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내용을 피해자들에게 숨긴 채 물품을 공급받아 피해를 입힌 것으로서 피해 금액의 규모가 합계 5,700만 원에 달하여 크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피고인의 예상과 달리 사업을 확장한 만큼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하지 않고 거래처로부터 제 때에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으로 자금이 부족하여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보여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변제 책임을 인정하고 당심에 이르러 대부분의 피해금액을 변제한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판결이 확정된 원심 판시 범죄사실 첫머리 기재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