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근로자 D과 사이에 매월 지급하는 임금에 퇴직금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지급방식에 관한 합의를 하였고, 이에 따라 매월 임금을 지급하여 왔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자금을 1억 원 이상 횡령한 후 무단 결근하며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피고인으로부터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정하였는바, 피고인에게는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 내지는 비난가능성이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하남시 B 소재 ㈜C의 대표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2. 10. 2.부터 2021. 3. 11.까지 물류담당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D의 임금 2020년 8월분 680,000원, 2020년 9월분 80,000원, 2020년 11월분 1,180,000원, 2021년 1월분 680,000원, 2021년 2월분 4,700,000원, 합계 7,32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제1항 기재 근로자 D의 퇴직금 39,698,73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임금·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경우뿐만 아니라 기타의 사정으로 사용자의 임금부지급에 고의가 없거나 비난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죄가 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8. 6. 26. 선고 98도1260 판결 참조), 임금·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08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지급기일 내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근로자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에 위반함으로써 성립하는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는 사회통념상 사용자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비난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과연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대로 근로자 D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에 관하여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D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C에 2012. 10. 2.부터 물류담당 직원으로 입사하여 2021. 3. 11.경 퇴직하였다.
D은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매월 지급받는 임금(월 470만 원) 안에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소위 ‘연봉제’ 봉급약정을 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매월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2020. 8.경부터는 D의 임금을 일부 삭감하기로 하되, 삭감한 임금은 추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피고인은 원심에서 삭감한 임금을 추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삭감된 임금을 피고인이 나중에 지급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던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D에 대하여 732만 원의 미지급 임금이 남아있다는 취지로 자인하였다가,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삭감한 임금을 추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한편 D은 피고인의 회사에서 물류담당 직원으로서 피고인 회사의 탑차를 이용하여 구매 업무 및 납품 업무를 수행하던 중, 피고인 회사로부터 ‘D이 거래업체로부터 식자재 등 물품을 구매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이를 구매한 것처럼 피고인 회사를 속여 1억 원 이상의 돈을 편취 내지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추궁 당하자, 2021. 3. 5.경 피고인 회사의 실장인 E에게 전화통화로 ‘1억 원을 주겠다’, ‘지금 한 2,500만 원을 대출 신청해놨으니 일단 그거라도 주겠다’고 말하였고, 2021. 3. 8. 피고인 회사에 2,500만 원을 입금하였다.
그 무렵 피고인은 D과 사이에 D이 피고인 회사에 끼친 손해에 관하여 1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진행하였는데, D이 임금 및 퇴직금 4,000여만 원을 상계하고 나머지만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제의하자 피고인 회사 측에서 이를 거절하였고, D이 지급하기로 한 1억 원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는데도 D이 이를 거절하자 결국 위와 같은 합의는 사실상 결렬되었다.
이에 D은 2021. 3. 10. 늦은 밤 피고인 회사에 본인이 사용하던 탑차를 세워 놓고 간 뒤부터 계속하여 피고인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상당 기간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
이후 피고인이 결국 D을 사기 등 혐의로 형사고소하자, D은 그 이후인 2021. 5. 6.경이 되어서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성남지청에 피고인으로부터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살피건대,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방식을 연봉제로 정하여 매월 지급하는 임금에 퇴직금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지급하여 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금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근로자인 D과 임금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약정하여 이를 지급하여 왔고, 또한 2020. 8.경부터는 일부 임금을 삭감하되 추후 이를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갑자기 D이 피고인 회사에 저지른 불법행위가 발각되고, 그로 인해 위 미지급 임금이나 퇴직금을 합친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약 1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하여 이에 관하여 추궁하는 과정에서, D이 자신의 불법행위를 자인하는 취지로 위 미지급 임금이나 퇴직금을 상계하고 나머지 금원을 변제하겠다고 스스로 제안하는 등 손해배상에 관한 논의를 하던 중에 합의금 액수 및 공정증서 미작성 등의 이유로 합의가 결렬되자 갑자기 출근하지 않으면서 상당 기간 동안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D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적어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연락이 되지 않고 있던 D에 대하여 따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기대가능성은 없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구체적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경진(재판장) 박현진 양해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