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4. 10. 2. 선고 2023노719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I 또는 J를 통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고 I이 피해자와 사이의 공사계약 체결 등을 주도했다.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은 당시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피고인에게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B’의 대표이사로, C의 대표인 피해자 D과 2018. 2.경부터 2018. 5.경까지 건축주로부터 도급받은 E 인테리어 하도급 공사계약, F 설비 하도급 공사계약, G 빌딩 설비 하도급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2018. 5.초순경 서울 강동구 H에 있는 F에서 피고인 회사의 직원 I 및 J를 통해 피해자에게 “F 설비공사를 해주면 공사완공 후 공사대금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하고, 2018. 5초순경 서울 강남구 G빌딩에서 I 및 J를 통해 피해자에게 “G빌딩 공사를 해주면 공사 마감할 때 공사대금을 주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경영난으로 근로자들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으로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더라도 직원들 급여, 회사운영 경비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피해자로부터 F, G빌딩 설비공사 용역을 각 제공받더라도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8. 5. 18.경부터 2018. 6.초순경까지 시가 3,234만 원(부가세 포함) 상당의 F 설비공사 용역, 2018. 5. 21.경부터 2018. 6.초순경까지 시가 1,408만 원(부가세 포함) 상당의 G빌딩 설비공사 용역을 각 제공받아 합계 4,642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원청업체들로부터 각 공사대금을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점, 피고인이 피고인 회사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약식명령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설비공사 용역을 제공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등 참조).

2)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인 회사가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가)

피고인 회사는 피해자가 공사를 완료하였음에도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 피해자가 공사할 당시 피고인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웠던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

나)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가)항의 사정만으로는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먼저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실은 피고인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서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에 불과한바,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이 있다고 하여 바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②

피고인 회사는 2018. 1. 30. 발주자 주식회사 Z과 사이에 E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금액 273,900,000원에 수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공사에 착공하여 공사를 일부 진행하였으나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피해자도 피고인 회사로부터 위 공사의 일부를 하수급 받아 진행했으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였다). 피고인 회사에게 책임이 없는 위와 같은 사정 등으로 이 사건 당시 피고인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

③

피고인 회사는 2018. 5. 15. 발주자 AB 주식회사와 사이에 F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금액 180,455,000원에 수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2018. 5. 16. 발주자 AC과 사이에 G빌딩 6층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금액 77,000,000원에 수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피고인의 원심 변호인이 2023. 8. 24.자로 제출한 각 공사계약서 참고). 피고인 회사는 위 각 공사의 일부를 피해자에게 하도급 주었고, 위 각 계약에 따른 공사는 완료되었으며, 피고인 회사는 각 발주자로부터 각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는 피해자에게 각 공사를 하도급 줄 당시 실제로 인테리어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④

피고인 회사가 위와 같이 각 발주자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회사의 운영경비와 공사비용 지출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⑤

위 ③항의 공사와 관련하여, 피해자 외에 피고인 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은 다른 하청업체들이 있는지 여부, 만일 다른 하청업체들이 있다면 그 업체들이 피고인 회사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경찰에서 ‘발주자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은 피고인 회사 직원들 급여 내지 공사업체들 공사대금 지급 등에 사용했다.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려고 했으나 F 인테리어 공사는 예상과 달리 적자여서 자금이 없었다.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업체와 금액은 피해자 외에 E 인테리어 공사 중 전기업체에게 약 1천만 원 ~ 2천만 원 정도, F와 G빌딩 각 공사에 사용한 목자재 대금 1천만 원 이상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I은 원심 법정에서 ‘자신이 피고인 회사로 오면서 아는 업체들을 끌고 와서 현장에서 일을 시켰다. 피해자를 포함하여 여러 업체가 돈을 못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⑥

피고인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 1명에게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여 2018. 9. 28.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피고인 회사의 2018. 1. 21.부터 2018. 7. 25.까지의 계좌거래 내역을 보면 피고인 회사 직원들에게 급여가 지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준규(재판장) 정창근 엄기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