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4. 10. 14. 선고 2023노8205 판결

업무방해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사실오인, 법리오해)

원심판결에는 피고인들이 포장지침 및 판가규정을 위반한 택배물품에 대한 개선요구를 하다가 2021. 12. 28.부터 택배물품 배송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유죄의 근거 중 하나로 설시되어 있으나, 피고인들은 위수탁계약과 K의 규정 및 지침에 근거하여 수수료의 변경을 요청하는 ‘개선요청’을 하였을 뿐 택배 배송 업무의 거부나 쟁의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그와 같은 개선요청에 관하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칠 이유가 없다. 또한 피해자의 대체배송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수단인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에 따르면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는 그 수단이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정당행위로서 형사책임이 면제되는바(제4조),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노동조합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쟁의행위<1>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하여, 피고인들이 속한 노동조합인 G노동조합 H지부 I지회에서 소속 조합원들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쟁의행위에 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2> 피고인들의 행위를 노동조합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쟁의행위로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에 관하여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을 유죄의 근거로 설시한 것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다음으로 피해자의 대체배송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1)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 든 가리지 아니하며, 일회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것이거나 혹은 그것이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여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도4464 판결 등 참조). 또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1도16482 판결).

2)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결 이유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상세히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고 피해자의 택배물품 배송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택배물품 배송업무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들의 책임배송구역에 속하는 택배물품이라 하더라도 해당 택배물품은 K 주식회사에 화물 운송을 의뢰한 고객의 소유이고, 피해자가 피고인들에게 책임배송구역 내 화물의 배송 업무 등을 위탁하는 내용의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 계약의 내용만으로 피고인들이 각자의 책임배송구역 내 택배물품에 대하여 위탁자인 피해자를 배제한 채 독점적‧절대적인 점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택배상품의 운송지연은 피해자가 K 주식회사와 사이에 체결한 K 택배집배점 계약 제10조에서 정한 ‘상품사고’에 해당하여 피해자가 그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피고인들에게 배송업무를 위탁한 피해자가 피고인들이 배송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상품사고를 막기 위하여 직접 택배물품을 배송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인들의 택배물품에 대한 점유권을 위법하게 침탈하는 것으로서 보호가치 없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들의 배송거부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는 그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배송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배송거부 행위는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설령 피고인들의 배송거부 행위가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들로 인해 중단된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피고인들과 동일하게 K 주식회사 L대리점에 소속된 택배기사인 O, P 등으로 하여금 택배물품을 대체배송 하도록 한 것을 들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한 위법행위로서 그 보호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나아가, 자신들의 행위가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1)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며,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4430 판결 등 참조).

2)

위 나. 2)항에서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들은 택배물품의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피해자와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피해자와 체결한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 계약에 위반하여 각자의 책임배송구역 내의 택배물품의 배송을 거부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상품사고를 막기 위하여 L대리점 소속의 다른 택배기사 O, P 등으로 하여금 택배물품을 대체배송할 것을 지시하자, 피고인들은 수수료 인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대체배송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막기로 모의한 점, ② 피고인 B, A, D, F는 2022. 1. 4.경 피고인 B이 양손으로 O의 몸을 잡아 흔들고, 피고인 A이 손으로 O을 밀치려 하고, 피고인 D이 양손으로 P이 들고 있던 택배물품을 빼앗고, 피고인 F가 택배물품을 도크 위로 던지는 등의 방법으로 O, P으로 하여금 택배물품 배송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였고, 피고인들은 2021. 12. 28.부터 2022. 1. 21.까지 피고인들의 택배차량을 물류센터 창고 앞에 세워 두는 방법으로 택배물품이 배송되지 못하도록 한 점, ③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약 3~4주간 택배물품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고, 이와 같은 택배물품 배송지연으로 인해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병수(재판장) 전보경 한정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