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6. 6. 9. 선고 2024가단558252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5,625,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7. 2.부터 2026. 6. 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2010. 5. 14. 철선, 철망, 펜스, 철만물 제조판매업 등을 영업목적으로 하는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2023. 8.31.경 퇴직하였다.

나.

원고는 2023. 5. 10.경 C병원에서 '멜마비(특발성 안면마비) 의증', '상세 불명의 난청, 양쪽' 병명의 진단을 받고, 그때부터 2023. 5. 16.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다.

이 법원의 D병원에 대한 원고의 신체감정촉탁 결과(이하 '이 사건 감정결과'라 한다)에서도, 원고는 '우측 역치 56dB, 좌측 역치 56dB로서 감각신경성 난청(양측)' 소견이 제시되었다(이하 위와 같은 경위로 이루어진 원고에 대한 진단 병명을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 5호증의 각 기재, 이 사건 감정결과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피고의 작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지속적인 고음의 소음에 노출된 결과 입게 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피고는 근로계약에 따라 신의칙상 부담하는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치료비 손해 1,250,000원, 위자료 30,000,00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나이와 병력을 고려할 때 노인성 질환 등 기왕증에 따른 것이거나 피고에 입사하기 전 다른 회사에서 재직하면서 입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평소 정기적으로 원고를 포함한 직원들에 대해 건강검진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귀마개 등 보호구를 모두 지급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모든 법적 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해 보호 의무를 위반한 적이 없고, 이 사건 상병이 피고의 작업장 근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6, 9,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피고의 작업장에서 10년 이상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어 발생한 소음성 난청으로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는 2010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약 13년 동안 와이어메쉬를 생산하는 피고의 작업장에서 근무하여 왔고, 특히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와이어메쉬 생산 공정 중 보빈(bobbin, 강선이 감긴 원통형의 작은 코일을 의미함)에서 언코일러(uncoiler)를 통해 철선을 푼 다음 본딩(bonding)을 하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는 항상 불규칙적으로 심한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다{와이어메쉬 공정 관련 2012년 작업환경측정결과를 보면 측정치는 87.2dB(A)에서 89.7dB(A)에 이르고, 2022년 측정치는 이보다 낮은 83.6dB(A) ~ 83.9dB(A)는 이는 시간 가중 평균치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이보다 근무시간이 많은 경우 높아지게 됨은 당연하며, 원고가 근무하는 기간 동안 작업장이나 작업공정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는 당초부터 85dB(A) 이상의 소음 환경에서 일해 온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나)

원고는 그러한 소음에 노출된 채로 10년 이상 피고의 작업장에서 근무하였고, 퇴사직전인 2022. 9.경부터 2022. 11.경 사이에 적게는 54시간 많게는 77.5시간의 연장근로를 하였으며, 피고의 작업장의 규모나 작업 공정의 내용상 그 이전에도 상당한 기간 연장근로를 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이전에 위 상병 또는 그와 유사한 병명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없고, 원고가 입사한 지 약 6년이 지난 2016년 실시된 청력 검진결과 기도 청력 2000Hz 좌, 우 각 50dB(A), 3000Hz 좌 60dB(A) 3000Hz 우 55dB(A), 4000Hz좌 70dB(A) 4000Hz 우 60dB(A), 골전도 청력 2000Hz 좌 40dB(A), 3000Hz 좌55dB(A) 3000Hz 우 50dB(A), 4000Hz 좌, 우 55dB(A)로서 주로 3000Hz 이상의 중고주파 영역에서 역치가 대부분 55dB(A) 이상으로 나타났고, 2021년 1, 2차 검사 결과 모두 2000Hz 이상의 중고주파 영역에서 역치가 60dB(A) 이상으로 나타났다. 원고는 피고의 작업장에서 근무하기 이전은 물론이고 이 사건 상병 이전에도 위 상병 또는 그와 유사한 병명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없다.

라)

이 사건 감정 결과에서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상병의 가장 큰 위험 인자를 소음 노출로 보면서도, 고혈압이나 노화성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 으로 생각된다는 소견이 제시되었다. 한편 원고가 피고에 입사하기 전인 1996년부터 2007년경까지 주식회사 E, F에서 사출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감정 결과에서 원고가 위와 같은 사출 작업에서 피고에서와 같은 정도로 소음에 노출되었다면 소음노출로 인한 청력저하의 상당 부분은 피고의 입사 전 소음노출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의 입사 전 다른 작업과정에서 사출작업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원고는 위와 같은 사출 작업은 플라스틱을 사출하는 것이어서 당시 발생하는 소음은 일상적인 소음에 불과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위 주장을 뒤집기에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마)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의 진단을 받을 당시 원고의 나이는 만 67세로 노인성 난청이 발생 가능한 나이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감정결과에서 '국민건강영양평가자료에서 70대 남성의 PTA(0.5, 1, 2, 4 kHz) 평균은 약 33.8dB(A)로 원고의 청력 역치 56dB(A)보다 20dB(A) 이상의 추가 손실이 있어 이는 단순한 평균적 노화 또는 전형적 노인성 난청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수준이고, 소음 노출과 노화성 변화, 일부 고혈압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소견을 뒤집기에 충분한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바)

나아가 위와 같이 원고가 근무한 피고의 작업장의 소음환경과 근무기간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차.항에서 정한 소음성 난청의 발병 원인에 관한 기준(연속으로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을 충족하거나 그 기준에 거의 들어맞는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상당한 소음으로 인하여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2)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은 소음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므로, 적절한 소음방지대책으로써 청력보호구를 지급하고, 그 착용 여부를 지도, 감독하며, 소음의 유해성과 예방에 관한 교육, 정기적 청력검사 등을 통해 근로자의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귀마개를 제공하고, 정기적 안전교육을 실시하였으며, 건강검진 및 환경검사를 실시하였다고는 하지만, 원고가 작업과정 노출된 소음의 특성상 이러한 안전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고 보이지 않고, 귀마개 제공만으로 피해방지에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는 원고에 대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원고에 대해 실시된 건강검진 결과표는 2016년, 2021년 2차례에 불과하고, 오히려 위 건강검진을 통해 원고의 난청 질환이 악화되었음이 밝혀졌으므로 강화된 귀마개를 제공하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가 위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퇴사 직전인 2022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상당한 시간 연장근로를 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는 원고에 대해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하였고, 그 의무위반과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그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다만 원고로서도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여 작업 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귀마개를 착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하기 어려운 소음이 지속되는 경우 그에 대한 차음조치 등 대책을 요구하면서 청력에 이상이 있을 때는 정밀검사를 받아보고 작업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와 관련한 적극적 요구나 검사 등을 적절히 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상병의 주요 원인이 피고의 작업장에서 발생한 소음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나이나 병력을 고려하여 볼 때 생애 주기에 따른 노화 등 원고 측 요인도 그 발생 및 악화에 일정 정도는 기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갑 제8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원고는 난청으로 인한 보청기 구입비로 2023.5. 23. 1,250,000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치료비 손해금 625,000원(=1,250,000원 중 책임제한 5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의 나이, 난청 발생 경위, 과실 비율, 난청으로 인한 후유장해 정도, 보청기 착용으로 난청이 일정 부분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자료의 액수를 15,000,000원으로 정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15,625,000원(=치료비 625,000원 + 위자료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손해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4. 7. 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6. 9.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상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