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6. 5. 14. 선고 2024가합20136 판결

주문

1.

원고 B, C, D, E의 소를 각하한다.

2.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한국도로공사법에 따라 도로의 설치·관리와 그 밖에 이에 관련된 사업을 하게 함으로써 도로의 정비를 촉진하고 도로교통의 발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

된 법인으로서, 도로법상 도로관리청의 지위에서 유료도로법에 따른 고속국도 통행료수납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아래 표 '근무기간'란 기재 기간 '업체명'란 기재 업체에서 근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4 내지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고속국도의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운영자들에게 고용되어 피고의 고속국도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 등을 담당하였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위 용역계약의 실질은 파견계약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들을 피고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와 같이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2>

나.

한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그 의무를 불이행하던 상태에서 원고들이 비자발적으로 외주업체를 퇴사하게 되어 피고의 직원으로 전환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므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원고 B, C, D, E에 대한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본안전 항변의 요지

원고 B, C, D, E이 피고에 대한 직접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피고는 위 원고들이 더 이상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갖게 되었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권리행사는 피고의 정당한 기대에 반하는 것으로 실효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2)

관련 법리

실권 또는 실효의 법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한 법원칙으로서, 본래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이 이미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됨으로써 새삼스럽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결과가 될 때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1. 20. 선고 2024다269143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직접고용간주에 따라 발생한 원고 B, C, D, E의 권리는 위 원고들이 장기간 이를 행사하지 않아 실효되었으므로 그 권리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B, C, D, E의 소는 부적법하다.

①

위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원고들의 파견근로관계는 원고 B의 경우 2006. 8. 18., 원고 C은 2009. 11. 8., 원고 D는 2008. 5. 26., 원고 E 2009. 4. 30. 각 종료되었고, 그로부터 15년이 넘게 지난 2024. 8. 20.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그 사이에 위 원고들이 피고의 다른 협력업체를 통하여 파견근로관계를 유지하였다거나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피고를 상대로 직접고용이행을 요구하는 등의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고 D는 파견근로를 종료한 이후 피고의 통행료 수납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직종에서 근무하였을 뿐이다(갑 제17호증 6, 8, 10, 11, 18면).

②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11908, 211915, 211922 판결 참조). 위 원고들은 위와 같이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이후부터 15년이 넘게 지난 상태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실효의 원칙을 부정한다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직접고용 의사표시 청구권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대법원 2024. 11. 20. 선고 2024다269143 판결 참조).

나.

원고 A에 대한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1998. 2. 20. 법률 제5512호로 제정된 파견법(이하 '제정 파견법'이라고 한다)은 제6조 제3항 본문에서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이하 위 규정을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라고 한다),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경우 곧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 성립이 간주되도록 하였다. 한편, 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된 파견법(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한다)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대체하여 제6조의2 제1항 제4호에서 "사용사업주가 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에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2)

피고는, 원고 A의 소는 위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데 원고 A는 구 파견법에 따라 피고에게 고용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피고와 원고 A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되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 A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및 근로자 지위를 전제로 한 금전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3)

살피건대, 원고 A는 피고에게 고용의무이행청구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아닌, 제정 파견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근로자지위확인을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원고 A에 대한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의하면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고용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을 가진다고 해석될 뿐 직접고용이 간주된다고 볼 수 없다. 위 조항은 2007. 7. 1. 시행되었고, 원고 A는 그 주장에 의하더라도 2010.6. 26.부터 'F'에서 근무를 시작하였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고용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가질 여지가 있을 뿐, 직접고용이 간주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원고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A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원고가 근무하였던 업체와 피고 사이에 용역계약이 체결되었고, 그 용역계약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며, 위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 A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가 외주사업체들과 고속국도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A가 근무하였던 'F' 및 'G'이 위와 같은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들인지 여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원고들이 제출한 용역계약일반조건, 용역계약특수조건, 과업지시서(갑 제4호증)가 원고 A가 근무하였던 업체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과 관련된 문서인지 여부를 확인할만한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②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 중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 기성검사원 제출' 문서(갑 제5호증)는 M이 작성한 것이고, '통행료 징수업무 용역대금 청구' 문서(갑 제7호증)는 N이 작성한 것이며, 근무편성표(갑 제11호증)는 경우기업에서 작성한 것이다. 위 업체들은 일응 피고와 고속국도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들로 보이나, 원고 A가 근무하였던 업체들이 아닌바 위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위 원고가 근무하였던 업체들이 피고와 고속국도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③

피고는 "원고들이 원용한 관련 소송 판결 내용이나 원고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문서나 자료 등을 근거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는 점을 개별 원고별로 증명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였다(2025. 7. 7. 자 준비서면 3면 참조).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 A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원고는 이후 예금거래내역서, 고용보험이력 등을 제출하였을 뿐(갑 제14호증), 원고 A가 근무한 업체들이 피고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등은 제출하지 않았다.

④

설령 원고 A가 근무하였던 업체들이 피고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더라도 위 원고가 위 업체에서 통행료 수납업무 등을 담당하였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위 원고는 동료 직원 O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으나(갑 제14호증 15면), 위 증거만으로 원고 A가 위 업체들에서 통행료 수납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⑤

이 법원은 2016. 1. 23. 원고들에게 '임금 등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피고 소속 조무원의 연도별 임금테이블을 제출하라'는 취지의 석명준비명령을 하였으나, 원고들은 위와 같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설령 피고가 원고 A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원고의 손해액을 계산할 근거가 되는 증거가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B, C, D, E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 A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창민(재판장) 소민욱 김리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