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0. 8. 1.부터 육군항공사령부 항공정비여단 B소대 전기/계기수리반에서 근무한 군무원(6급)이다.
피고는 2023. 12. 15.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하고, 이에 포함된 원고의 발언을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로 원고를 군무원인사법 제37조에 따라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항고하였으나, 육군참모총장은 2024. 2. 13. 항고기각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6, 12,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① 위 발언은 부대 내에서 피해자의 과도한 사적 행위를 자제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② 위 발언의 '성감대'나 '마음이 불근불근'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성적 언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③ 당시 피해자 또한 원고에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표현하였고 이후에도 원고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 4, 5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2021. 9.경 앞서 본 부대의 수리반에서 전자장비정비담당(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같은 부대에서 전기계기수리담당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원고는 2021. 9.경 같은 부대의 피해자를 비롯한 주무관들과 이 사건 징계사유 기재와 같이 식당에서 회식을 하던 중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이 있은 후인 2021. 9. 9. 원고에게 "A 주무관님! 잘 도착하셨나요! 오늘 다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고ㅠㅜ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ㅠㅠㅠ 푹 주무시고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원고는 "○○(피해자 이름)! 선배가 너무 많이 속을 보여서 미안~ 소대원들이 불편한데 다들 말을 못하고 있어 조장인 내가 불편함을 느끼면 얘기 했어~ 잘 생각하고 서로을 배려하며 좋은 소대을 만들자 굿~나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피해자가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2021. 12. 22. 익명으로 조치 요구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그 무렵 이루어진 면담에서 피해자는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고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양성평등상담관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육군본부 양성평등센터에까지만 보고하였다.
피해자는 2023. 3. 17. 인사처에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성희롱 조사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원고는 2023. 12. 15.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위 인정사실, 증거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므로,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발언의 주된 내용은 '손가락 사이가 성감대다. 그곳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남자들 마음이 불근불근한다. 그런 행동하지 말아라'라는 것으로, 당시 원고는 피해자와 D 주무관의 행동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더라도 '볼펜으로 성감대인 손가락 사이에 그림을 그리면 남자에게 성적 흥분이 일어난다'는 취지로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하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E 주무관도 이 사건 발언을 듣고 원고에게 '요즘 그런 말(성감대) 하면 안된다. 그런 시대가 아니다. 위험한 말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가 D 주무관에게 성적 의미가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인식되기 충분하여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피해자는 이 사건에 관한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수치스러웠다. 제가 그렇게 가벼이 여겨진다는 사실이 좀 비참하기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바,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이 문제가 있는 발언이자 성희롱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원고는, 부대 내에서 피해자와 D 주무관의 과도한 사적 행위를 자제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 원고에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원고에 대한 신고·처벌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을 들어 피해자가 성희롱 피해로 인한 굴욕감·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와 같이 피해자가 메시지를 보내고 2021. 12.경 원고에 대한 신고 내지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① 설령 원고가 피해자와 D 주무관의 행위를 자제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대원 다수가 모여 있는 회식자리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는 방법을 통하여만 그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② 원고와 피해자가 같은 부대 내에서 근무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원고는 직급이 피해자보다 위였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20살 이상 많았고, 달리 사적으로 친밀한 사이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언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해자는 원고가 D 주무관과 피해자와의 모습을 불편하게 느꼈다는 말을 하기에 그 부분에 대하여 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이지 성희롱인 원고의 이 사건 발언에 관한 반응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성희롱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므로,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 위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거나 신고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성희롱 피해로 인한 굴욕감·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 한편, 원고는 변론종결 후인 2025. 4. 3. 제출한 참고서면에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도본다.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에 관한 징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견책이 의결되었던 점, ② 구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2024. 12. 11. 총리령 제1998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1의4] 및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별표 1의3]에 의하면, 성희롱의 경우 견책이 가장 경미한 처분인 점, ③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군무원 조직내 기강 확립, 구성원 보호 등의 공익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하여 크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의 징계양정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 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태(재판장) 김도완 박기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