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5. 2. 14. 선고 2024노690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3~8에 해당하는 사용자금 총 5,528만 원은 피고인이 소속되어 있는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과 피고인의 배우자인 C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 따라 취득한 계약금 1억 9,000만 원 중 일부이다. 따라서 해당 금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위해 업무상 보관하던 동업자금으로 볼 수 없는바, 범죄일람표 순번 1, 3~8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징역 6개월)은 너무 무겁거나(피고인) 가벼워서(검사)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횡령죄에서 보관이라 함은 재물이 사실상 지배하에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상의 지배·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그 보관은 반드시 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16315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주체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서, 위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도2824 판결 참조).

타인을 위하여 금전 등을 보관·관리하는 자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적정한 금액보다 과다하게 부풀린 금액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하기로 공사업자 등과 사전에 약정하고 그에 따라 과다 지급된 공사대금 중의 일부를 공사업자로부터 되돌려 받는 행위는 그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과다하게 부풀려 지급된 공사대금 상당액의 횡령이 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범죄일람표 순번 1, 3~8 부분 역시 피고인이 해당 부분의 금원에 대한 보관자 지위에 있음에도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①

피고인의 배우자인 C은 2020. 12. 1.경 인테리어 업체이자 피고인이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B에게, 수원시 장안구 F건물(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 한다)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도급계약의 계약금은 1억 9,000만 원인 사실(증거기록 3권 46면), C 명의의 주식회사 AU 대출금 계좌를 관리하는 AV은 2020. 12. 17. 위 계약에 따라 B에 1억 9,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증거기록 3권 66면, 602면)이 인정되기는 한다.

②

그런데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의 현장소장이었던 G는 경찰조사에서, 피고인이 자신에게 ‘어디에 기성금을 입금해줘라’는 방식으로 지시를 하면, 피고인이 운영하는 B의 경리에게 요청하여 기성금을 출금하였고(증거기록 1권 17면), B의 L계좌(계좌번호 1 생략)은 이 사건 모텔 공사에 관해서만 사용하는 계좌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1권 20~21면).

③

또한 피고인은 경찰조사에서,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를 통하여 B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은 없으며, 자신의 직영공사이므로 수익이 없이 공사만을 담당하고 진행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증거기록 3권 330면), R는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B이 어떠한 업무를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본 바가 없으며, 대부분의 공사대금은 B을 통하지 않고 바로 하청업체로 입금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3권 376면).

④

결국 위 ②, ③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 전반을 주관하고 해당 공사를 위한 자금을 주도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지위, 즉 피해자 측이 위탁한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대금에 대한 사실상의 보관자 지위에 있는 것은 B이 아닌 피고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⑤

피고인이 피해자 측과 작성한 투자사업 협업 계약서 제4조(건물 리모델링) 조항을 살펴보면, “사업에 필요한 모텔 리모델링은 갑(피고인과 C)의 주도하에 진행하며 제시한 자금집행내역을 기초하여 최적의 공사를 하고 공사비에 관해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갑이 제시한 금액을 기초로 하되 추가 대출에 의하여 기성금으로 충당한다.”, “최적의 공사를 위하여 갑이 책정한 공사비에 대하여 적정한 공사이윤을 보장하고 이에 대해서는 을(피해자 측)이 이의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증거기록 3권 19~20면).

⑥

또한 피해자 D은 경찰조사에서, 피고인이 7억 5,000만 원 선에서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를 알아서 하기로 하였으나, 남는 공사대금을 피고인이 갖는 것으로 정한 적은 없고, 공사비로 책정한 금액은 공사비로만 사용하기로 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증거기록 1권 79면, 81면),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비록 피고인에게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에 대한 전권이 일임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와 별개로 피고인이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규모와 방법은 통상적인 수준과 방식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⑦

피고인은 2024. 2. 7. 자 경찰조사에서, 이 사건 모텔의 리모델링 공사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는데, 수사기관은 이를 기반으로 피고인의 횡령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인이 하청업체 등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이익금 전액이 아닌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명백한 금액만을 특정하여 범죄일람표를 작성하였다(증거기록 1권 120~121면).

⑧

피고인과 변호인은 범죄일람표 순번 1, 3~8에 해당하는 사용자금 총 5,528만 원은 피고인이 소속되어 있는 B과 피고인의 배우자인 C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 따라 취득한 계약금 1억 9,000만 원의 일부로 해당 금원을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위해 업무상 보관하던 동업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사정들에 더하여 B이 취득한 위 계약금 1억 9,000만 원 중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금원에 대해 B의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거나 B과 피고인 사이의 별도의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는 점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횡령한 금액이 약 1억 2,380만 원으로 적지 않은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10회나 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동종의 범행으로 처벌받거나 벌금형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은 2021. 9. 8. 피고인의 횡령 범행을 알고 있던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이 사건 모텔에 대한 투자사업에 관한 지분 50%를 전부 포기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모텔의 공사대금으로 사용한 금액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으로 실제 취득한 이익은 횡령한 금액에 비하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들을 두루 참작하면, 원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 않는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