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주위적 공소사실인 사기의 점은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횡령의 점은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이러한 경우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항소심에 이심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유무죄 부분은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었으므로 이 법원이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5014 판결 등 참조).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주장에 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항소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본다.
피고인은 농업회사법인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어 보관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설령 위탁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E으로부터 입금된 돈을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은 피고인이 아니라 L이다.
주식회사 B은 G에 대한 채권이 있었고, 그 변제로서 149,515,760원을 수령하여 사용한 것이므로, 횡령의 범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B 및 C영농조합법인(이하 'C영농조합'이라 하고, 두 회사를 통칭할 때에는 'C영농조합 등'이라 한다)을 운영하였고, G은 주식회사 AA을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2015. 12.경 G에게, 주식회사 AA이 자금을 받거나 지급할 때 C영농조합 등의 계좌를 거치는 방법으로 C영농조합 등의 매입·매출 실적을 올려달라고 말하였다.
D은 E을 대리하여 2016. 12. 3.경부터 2016. 12. 27.경까지 G이 소개한 F조합(이하 "F조합"이라 한다)으로부터 일반벼를 매수하였고, E은 F조합에 대금 24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E은 D의 요청에 따라 2016. 12. 27. 15:52:33경 주식회사 B 명의 H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F조합에 지급할 대금 149,515,760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을 송금하였다.
주식회사 B은 2016. 12. 27. 17:02:25 주식회사 J 농업회사법인(이하 'J법인'이라 한다)에 이 사건 금원을 포함한 150,000,000원을 송금하였고, J법인은 같은 날 17:41:47 229,000,000원을 C영농조합 명의 H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이체하였다. C영농조합은 같은 날 17:46:56경 위 H은행 계좌에서 C영농조합 명의 기업은행 계좌(계좌번호 3 생략)로 229,000,000원을 이체한 다음, 위 기업은행 계좌에서 같은 날 17:50:32경 AJ 명의 AK은행 계좌로 5,000,000원을, AL 명의 AM은행 계좌로 1,500,000원을, AN 명의 상호저축은행 계좌로 300,000원을 각각 송금하였고, 2016. 12. 28. 주식회사 AO 명의 H은행 계좌로 220,000,000원을 송금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의 보관자인지 여부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나, 반드시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739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횡령죄에 관해서 타인을 위하여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로 인한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E은 주식회사 B과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으면서 G, D의 순차적 요청에 따라 주식회사 B을 통하여 F조합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사건 금원을 주식회사 B의 계좌에 입금한 것이다. 따라서 주식회사 B의 운영자인 피고인은 F조합에 이 사건 금원을 지급할 때까지 E을 위하여 이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이 사건 금원의 위탁관계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금원은 피고인이 G에게 한 요청에 따라 주식회사 B 명의 계좌로 입금된 점, ② D이나 E은 아무런 경제적 대가 없이 호의로 이 사건 금원을 송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주식회사 B은 이 사건 금원을 송금받은 후 E 명의로 '세금'계산서가 아닌 일반 전자계산서를 발행하였을 뿐이므로, 세금 포탈 등의 목적이 있었던 것 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④ 이 사건 금원은 F조합에 귀속되었어야 할 돈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E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금원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사용되었는지 여부
I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금원을 다른 계좌로 송금하였다고 진술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금원은 E으로부터 입금된 직후 J법인으로 송금되었고, 다시 C영농조합으로 입금되어 다른 곳으로 송금되었는바, J법인 대표 J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물품거래 없이 금전을 주고받고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 사건 금원의 송금은 피고인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에 어긋나는 듯한 L의 진술 내용은, I으로부터 "돈이 들어왔고, 카드 결제일이어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일단 카드대금 등을 지급하는 데 사용하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서[증거 순번 28번 수사보고(참고인 L 전화 통화) 및 증 제3호증 L2023. 6. 23.자 자술서] 이 사건 금원이 실제로 사용된 내역과는 일치하지 아니하고, 위 돈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사용되었다는 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횡령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 유무
당시 G에게 주식회사 B에 대한 채무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금원의 입금 명의자는 G이 아니라 E이었던 점, ② I은 이 사건 금원을 입금받은 후 영수증이 아니라 거래증빙용 계산서를 작성한 점, ③ 피고인은 2017. 1. 5. G 및 F조합의 직원 M과 통화하면서 '곧 돈이 나오니 며칠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하였고(증거 순번 38번 녹취록, 증거기록 제1권 제194면 참조), ④ F조합의 상무 AP와 통화할 때에도 "주중에 뭐 5천 정도 입금을 시킬 거에요. 저희가 회사에서, 저희도 지금 큰 돈 나올게 있어 가지고 아직 오늘 내일 해가지고 지금까지 끌고 왔는데 이번 주에 나올 거 같아요"라고 말하고, 상무 AP가 "그러면요 그 E이 지금 돈을 넣었지 않습니까? 어떻게 지금 해결을 할 거에요? 상당히 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하자 "아 그거 싹 갚아야 돼. 어차피 저희 B으로 들어온 거기 때문에 무조건 다 이렇게 됐든 저렇게 됐든갚아야 돼요. 무조건, 그거를 누구 돈이니 어쩌니 할 필요가 없이 무조건 회사에서 갚아야 돼. 그러니까 내가 상무님, 내일 모레까지만 계셨다가 나하고 통화합시다"라고 말한 점(증거 순번 55번 녹취록, 증거기록 제2권 제215면 참조)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금원이 F조합에 지급되어야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불법영득의사로 이를 사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소결
따라서 횡령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횡령 금액이 적지 않은 점,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10년 가까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사이 E은 폐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이후 C영농조합 등의 경영으로부터 배제되는 바람에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2013년 이후로는 2014년 근로기준법위반죄로, 2016년폭행죄로 각 벌금형을 받은 것 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건강 상태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