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및 임금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7. 12.부터 2026. 8. 20.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8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및 관계
피고 B은 작물보호제와 화학물질의 독성과 잔류성 등 유해성 및 위해성을 평가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약사법 제34조의3 제1항에 따른 비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된 법인이다. 피고 C은 피고 B의 대표이사이다.
원고는 2023. 1. 2.부터 2024. 7. 15.까지 피고 B 소속 연구원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의 민원 제기
원고는 2024. 2. 25. 국민신문고에 "D"이라는 제목의 민원(이하 '이 사건 민원'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위 민원에는 피고 B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비임상시험관리기준」을 위반하여 시험데이터를 조작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합의서 작성
원고는 2024. 7. 12. 피고 B에게 합의서(이하 '이 사건 제1 합의서'라고 한다)를 작성해 주었다. 위 합의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 B과 원고는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원고는 2024. 7. 31.까지 근무한 후 2024. 8. 1. 자로 피고 B에서 퇴사함에 동의한다.
피고 B과 원고는 회사 경영상 이유(업무 재조정 과정)에 의한 권고사직 합의에 의해 원고가 퇴사함을 확인한다.
피고 B은 원고의 퇴사에 대한 위로금(이하 "퇴사 합의금")의 명목으로 금원 (세전) 6,008,000원을 2024. 8. 10.까지 지급하기로 하며, 이로써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 및 각종 수당에 대한 채권 및 계약 종료와 관련하여 피고 B을 상대로 민사, 형사,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의제기 시 퇴사 합의금은 부당이득으로 보아 피고 B에게 전액 반환할 것임을 확약한다.
원고는 사기, 강박 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가 아니며,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모든 정황을 충분히 숙지하고 진정한 의사표시로써 동 합의서를 체결하였음을 확인한다.
원고는 2024. 7. 15. 피고 B에게 합의서(이하 '이 사건 제2 합의서'라고 하고, 이 사건 제1, 2 합의서를 통칭하여 '이 사건 각 합의서'라고 한다)를 작성해 주었고,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위 합의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은 (1)항 기재 내용을 제외하면 이 사건 제1 합의서의 내용과 동일하다.
원고는 2024. 7. 15.까지 근무한 후 2024. 7. 16. 자로 피고 B에서 퇴사함에 동의한다. (7월 급여는 일할계산하지 않고 잔여 연차수당을 포함하여 한 달간의 급여를 지급한다)
E에 대한 약식기소
피고 B 내에서 원고의 직장 상사로 근무하였던 E은 2023. 1. 18. 항거불능인 원고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준강제추행의 공소사실 등으로 2025. 3. 21. 약식기소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제3호증의 1, 제5, 6, 19, 2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 등에 관한 판단
피고들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제2 합의서에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및 각종 수당에 대한 채권 및 계약 종료와 관련하여 피고 B을 상대로 민사, 형사,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고 기재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및 임금청구 부분은 위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만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피고들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방지법'이라 한다) 위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위반을 이유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의 위 손해배상채권은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 및 각종 수당에 대한 채권"이나 "근로계약의 종료"와 관련한 채권에 해당하지 않아 위 부제소합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의 본안전 항변 중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재항변의 요지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청약은 진의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위 피고가 원고를 부당해고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원고가 사직한 것이라 보더라도 이 사건 각 합의서에 기재된 원고의 부제소합의 의사표시는 비진의표시로서 무효이거나, 피고들의 강박 내지 기망에 의하여 이루어진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13, 14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내지 음성,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B의 G 이사가 2024. 7. 5. 원고에게 "본인도 어느 정도 느끼셨겠지만 갑자기 약효시험을 하고 뭐 약간 업무에서 그전처럼 이렇게 같이 일하는 거가 제외된 거는 느끼셨을 것 아니에요.", "어쨌든 본인이 민원을 넣었잖아요.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러면 '아, 내가 이 회사에 지금하고 똑같이 앞으로도 계속 다닐 수 있겠다.' 이런 생각도 해보셨나요?"라고 말한 사실, 이 사건 제1 합의서가 작성된 2024. 7. 12. 원고의 상급자인 H 부장이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사실 등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가)항 기재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의 종료가 해고로 인한 것이라거나 원고가 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표시 또는 강박 내지 기망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재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각 합의서에는 모두 "권고사직 합의에 의해 원고가 퇴사함을 확인한다.", "원고는 사기, 강박 또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가 아니며,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모든 정황을 충분히 숙지하고 진정한 의사표시로써 동 합의서를 체결하였음을 확인한다."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19호증, 을 제1호증). 원고는 2024. 7. 17. 송진성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발송하여 위와 같은 취지의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하였다(갑 제31호증).
원고는 당초 2024. 7. 12. 이 사건 제1 합의서를 작성한 뒤(갑 제19호증) 3일뒤인 2024. 7. 15. 그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이 사건 제2차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을 제1호증). 설령 원고가 2024. 7. 12. 당시에는 피고 B의 강요 등에 의해 이 사건 제1 합의서를 어쩔 수 없이 작성하여 주었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3일이 경과한 2024. 7. 15.까지도 의사표시의 자유가 박탈된 상태였다거나, 계속해서 착오에 빠져있거나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상태에서 이 사건 제2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2024. 6. 6. 이전부터 이 사건 민원 및 E이 원고를 준강제추행한 사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 원고의 소송대리인인 송진성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었고(갑 제7, 13호증), 관련된 피고 B의 조치 등에 관하여 이메일로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받고 있었다. 특히, 원고는 송진성 변호사에게 이 사건 각 합의서를 작성할 무렵인 2024. 7. 7. '내부고발로 인한 회사의 경영악화로 퇴사 요청(퇴사권고 및 위로금 사례 언급)을 받았다.', '일단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여 답변을 다음 주 중으로 전달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갑 제15호증), 2024. 7. 10. "회사의 퇴사통보(권유)는 금주에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저의 의사를 전달해보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각 발송하였다(갑 제16호증). 원고가 이처럼 법률 전문가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조력을 받고 있었던 상태에서 한 이 사건 각 합의서 기재 의사표시에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 B이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큰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이 사건 각 합의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당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였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원고를 압박하여 이 사건 각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함으로써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한편, 피고들은 원고가 2024. 3. 5. E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렸음에도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피해근로자인 원고를 보호하기 위하여 근무 장소의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 주지 않았으며, 원고의 의견을 듣지 않고 E이 사직하도록 하였고,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조치를 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 3, 5, 6항, 성폭력방지법 제8조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 판단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비임상시험성적서를 거짓으로 작성·발급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약사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제34조의3 제3항),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비임상시험실시기관이 임상시험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등에는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약사법 제76조의2 제1항). 앞서 본 기초사실을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민원은 피고 B이 시험데이터를 조작하였고 조작한 데이터로 최종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내용으로서, 약사법상 벌칙에 해당하는 행위 내지 비임상시험실시기관 지정 취소 대상이 되는 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공익신고에 해당하고(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 제1, 2호), 원고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 제4호).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23, 36호증의 각 기재 내지 음성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민원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상급자인 H 부장은 2024. 4. 1. 원고에게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한 사람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사람이 없어?"라고 묻거나(갑 제23호증 6면), 2024. 4. 2. 원고가 있는 자리에서 "너네 핸드폰을 다 까면 되지"라고 발언하는 등(갑 제36호증의 2)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익신고자가 누군지 알아내려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에게 자신이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밝혔고, 2024.4. 10.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하게 된 경위에 관한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갑 제9호증).
이 사건 제1 합의서가 작성된 2024. 7. 12. 원고의 상급자인 H 부장이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G 이사는 2024. 7. 5. 원고에게, 이 사건 민원에 관하여 "어떻게 보면 좀 정의롭게 그걸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는 그만큼 또 타격을 받은 상태고 지금 그래서 뭐, 어... 좀 그래요. '계속 같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게.'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이제 회사랑 일을 좀 그만하는 게 어떨까, 그 말씀을 한번 드리는 거예요", "이제 본인도 어느 정도 느끼셨겠지만, 갑자기 약효시험을 하고, 약간 업무에서 그전처럼 이렇게 같이 일하는 거가 제외된 거는 느끼셨을 거 아니에요.", "어쨌든 본인이 민원을 넣었잖아요.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러면 '아, 내가 이 회사에 지금하고 똑같이 앞으로도 계속 다닐 수 있겠다.' 이런 생각도 해보셨나요?"라고 말하였다(갑14호증의 2). 공익신고 등이 있은 후 2년 이내에 공익신고자등에 대하여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공익신고자등은 해당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바(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 제1, 2호), 위 사실 등을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민원과 무관한 별개의 이유로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호증, 을 제8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즉 ① 피고 B은 2024. 6. 4. 원고에 대하여 '견책[시말서를 제출받고 문서로서 견책]'한다는 내용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는데, 위 징계처분서에는 원고가 '업무 수행 과정 중 조직 내 불화 등을 야기'하였음을 이유로 징계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을 제12호증), ② 피고 B은 2024. 6.4. 이 사건 민원과 무관한 E, I, J, F에 대하여도 원고와 동일하게 '견책[시말서를 제출받고 문서로서 견책]'의 징계처분을 한 점(을 제8 내지 11호증), ③ 증인 F은 위징계처분에 관하여 "회사 프로젝트가 잘 안 돼서 징계를 주긴 줘야 하는데, 회사 프로젝트 사유로 징계를 주면 저렇게 경징계로 줄 수 없어서 저런 식으로 사유를 바꾸어서 경징계로 바꾸어서 회사 프로젝트 무너진 것에 대한 책임을 저런 식으로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프로젝트 실패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업무에서 배제되었고, 이와 같은 업무 배제는 원고가 사직에 이르게 된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들의 행위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공익신고자인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실제로 2024. 7. 13.부터 2024. 7. 30.까지 사이에 4일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37호증)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1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성폭력방지법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원고의 성폭력 피해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불이익조치를 취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G 이사는 2024. 7. 5. 원고와 면담하면서 'E의 성폭력과 관련하여 개인적 감정이 섞여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 "그거는 뭐 별개라고 했으니까, 그거는뭐 개인적인 감정은 별개라고 했으니까. 그거는 저도 이제 오케이, 알아들었고 그 후에 식약처에 아무튼 신고를 했잖아요."라고 말하였다(갑 제14호증).
원고가 2024. 7. 7. 송진성 변호사에게 발송한 이메일에는 위 면담에 관하여 "내부고발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고자 성추행 사건과 연관지어 퇴사를 권유하고자 마련된 자리와 같이 느껴졌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15호증).
증인 F은 피고 B이 F과 면담을 하면서 '원고가 E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한 것은 아닌지'를 계속 물어보았다고 증언하였다.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들은 이 사건 민원을 이유로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였고, 원고의 성폭력 피해는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한 동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거나 그 신고를 받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하고(제14조 제2항), 위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14조 제3항).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제14조 제5항). 또한 피해근로자 등에게 직무 미부여 등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4조 제6항).
한편, 남녀고용평등법은 관련 분쟁의 해결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30조),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분쟁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등 참조).
E에 대한 조치의무 및 원고에 대한 의견청취 의무 이행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0호증, 을 제24호증의 1, 제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들이 E에게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거나, E에 대한 조치에 관하여 원고에 대한 의견청취 의무를 이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은 위와 같은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는 2024. 3. 5. 피고 C에게 E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린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들은 2024. 3. 5. 이후 지체 없이 원고가 주장하는 성폭력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E에 대하여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들은 E에 대한 징계절차를 생략하고 2024. 7. 5. E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임의사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들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들은 E에 대하여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원고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2024. 7. 6. 직장 동료인 F을 통해 피고들이 E을 퇴사 조치하기로 하였음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일 뿐이고(갑 제15호증), 위와 같은 조치에 대하여 원고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체 없이 조사할 의무, 원고에 대한 조치의무 이행 여부 및 원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9호증, 을 제22호증의 각 기재 내지 음성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원고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고, 원고의 성폭력 피해 내지 그 피해 사실 신고를 이유로 원고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아울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들이 지체 없이 원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조사할 의무를 이 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가 어떠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2024. 6. 6. 송진성 변호사에게 발송한 이메일에는 "성추행 사건이 있었음을 알고 있는 대표이사와 K 이사의 주도로 조직개편을 통한 업무 변동이 있었으며, 이 변동은 시&공간적 분리가 있음을 분명히 느끼는 바 있었습니다.", "직접 K 이사와의 면담을 통해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업무적 분리를 의도적으로 시행한 것인지에 대한 문의를 하였고, 대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면담은 지난 5. 31. 면담자리였고, 의도적인 분리였음을 확인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13호증).
실제로 원고는 2024. 5. 31. K 이사와 면담하면서 "최대한 반영을 해 주신것 같아서 저도 이게 좀 이것 때문에 배려해 주셔서 너무 분장을 이렇게 해 주신 건 아닌가라는", "그 분장이 최근에 되다 보니까 이제 그래도 한 일주일 좀 안 되긴 했는데 좀 그래도 그전 동선보다는 훨씬 안 겹쳐서 조금은 덜 불안한 게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였다(갑 제29호증의 1, 을 제22호증).
증인 F은 "회사는 원고가 2024. 3. 5. 피고 C 대표와 면담하면서 E에 대하여 문제 제기한 후에 일주일 만에 E 간의 분리조치를 굉장히 신속하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이때 당시에는 회사에서 원고를 위해서 조치를 취해준 느낌이 많이 듭니다."라고 증언하였다.
피고들이 이 사건 민원을 이유로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였고, 원고의 성폭력 피해가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한 동기라고 생각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들이 원고의 성폭력 피해 내지 그 피해 사실 신고를 이유로 원고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증인 F은 '원고가 피고 B에 E과 분리조치를 요구하였을 때 원고의 성폭력 피해와 관련하여 3, 4번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하였을 뿐, 달리 피고 B이 원고의 성폭력 피해 사실에 관한 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원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고들의 성폭력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가 지연되었거나 그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여 그로 인하여 원고가 어떠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비록 E이 공식 징계절차에 회부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2024. 7. 5. 피고 B에서 퇴직하는 것으로 처리된 점, 다만 이후 피고들이 2024. 10. 14. E과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을 제23호증), E은 2025. 5. 14.까지 피고 B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26호증) 및 이 부분의 제반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3,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13,000,000원(= 10,000,000원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각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4. 7. 12.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8.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및 임금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창민(재판장) 소민욱 김리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