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와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2023. 8.경 돈을 차용할 당시 피해자에게 경매 입찰보증금 용도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점, 피해자는 '2022. 8.경 피고인이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할 당시 경매 입찰을 받으려고 했기 때문에 2023. 8.경에도 피고인이 경매 입찰보증금을 빌려달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 자신은 그렇게 알고 빌려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2022. 8.경 경매 입찰보증금 1,400만 원을 직접 마련하였었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경매 입찰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빌릴 이유나 그러한 사실이 없었고, 2023. 8.경에 피고인이 경매 입찰을 했더라도 피해자에게 경매 입찰보증금을 빌릴 이유가 없던 점, 피해자도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5,000만 원 중 400만 원을 피해자 자신이 사용하는 이득을 얻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경매 입찰보증금이라는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사실이 없고, 이에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 ②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용불량 상태를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기로 결정하였던 점, 피고인은 돈을 빌린 이후 피해자의 요구로 상당한 금액을 변제하였던 점, 피고인은저축은행의 대출상환 조건에 따라 변제할 계획이었으나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전액 상환을 요구하여 당초 변제 계획이 무산된 것일 뿐인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9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로 입찰을 하여 주택을 낙찰받아 주겠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이를 위한 입찰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줬다. 그런데 알아보니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로 입찰을 하지도 않아서 피고인에게 돌려달라고 하였더니 다른 곳에 썼다면서 그중 일부만을 돌려주었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 ② 공인중개사 E도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에게 빌려준 돈이 '집 살 돈' 즉 '주택의 낙찰을 받기 위한 돈(경매 입찰보증금)'으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자신이 거주할 주택의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돈을 임대차보증금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개인채무변제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는바 피고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는 용도사기에 해당할 뿐 아니라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피고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특별히 친분이 있는 관계는 아니었는데 피해자가 굳이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데 피고인이 거주할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을 빌려주기 위하여 5,000만 원의 대출까지 받고 그 상환기한을 위 대출금의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기간인 7년으로 하여 돈을 빌려줄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은 피해자가 고소하기 전 계속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며 금원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에 대하여 미안하다고만 할 뿐 원래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7년의 상환 기간을 가지고 돈을 빌려주었는데 왜 갑자기 돈을 돌려달라고 하느냐고 반문하지 않은 점, ⑥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부 돈을 돌려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가 돈을 빌려준 바로 다음 날부터 기망을 이유로 돈의 반환을 요구하였기 때문이고 그 반환 금액도 약 1,700~1,800만 원 정도이므로 이를 이유로 피고인에게 변제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경매 입찰보증금 명목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4,600만 원을 편취하였다고 판단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재물을 받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인바,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1214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대여 여부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에 착오를 유발한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그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도 인정되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경매 입찰보증금'이라는 용도를 말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공판기록 당심 피고인신문조서 2, 3, 6쪽, 증거기록 순번 7번 51쪽, 순번 12번 76쪽), 피해자도 피고인이 '경매 입찰보증금'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는바(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10, 13쪽), 피고인이 돈을 차용할 당시 피해자에게 '경매 입찰보증금'이라는 용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2. 8.경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의 경매 입찰을 부탁하여 피고인, 공인중개사 E과 함께 경매 입찰을 위해 법원에 방문한 적이 있었고(이하 '1차 경매'라고 한다), 1차 경매 상황에 대하여 피고인은 '2022. 8.경 당시 피해자에게 가족이 살 집을 경매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3년 내경매받은 집을 인수해 갈 테니 도와달라고 했다. 제가 입찰보증금의 10%를 준비할 테니 나머지 부족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대출받아 피해자 명의로 경매 입찰한 뒤 그 집에서 저희 가족이 살게끔 해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증거기록 순번 7번49쪽). 또한 피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2022. 8.경 피해자에게 '다음부터는 형님(피해자)이 올 것 없습니다. 왔다 갔다 번거롭게 하지 말고 제가다 해놓고 난 다음에', '돈이 모자를 때 형님 명의로 대출을 받아서', '돈은 어차피 모자란 것이고, 3년 뒤면 피고인이 피고인 아들 앞으로 인수를 해가든 누구 앞으로 인수를 해가든 인수한 뒤 형님이 수고했으니까 인수해갈 때 10%를 주네, 어쩌네' 등 말하였고,1차 경매 이후 그런 얘기를 꾸준히 했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4, 9,11, 12쪽, 증거기록 순번 4번 33, 34쪽), '피고인에게 돈이 필요한 사유는 피고인이 살집 때문이었고, 피해자 명의로 1차 경매 때 했던 것처럼만 생각했다. 함께 법원에 경매입찰하러 간 적도 있으니 그걸 믿었고 그렇게만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5, 13쪽, 증거기록 순번 12번 75쪽).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명시적으로 '경매 입찰보증금으로 쓸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은 1차 경매 시점부터 수개월간 피해자에게 '피고인 가족이 거주할 집을 경매받기 위해 피해자 명의 대출이 필요하다'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암시하는 일련의 언동을 통해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대여해준 돈이 경매 입찰보증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설령 구체적인 용도를 분명하게 확인하지 아니한 피해자에게 일부 부주의가 있었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착오를 유발한 원인으로서 그 착오가 대여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가 된 이상,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그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영향이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직접 피해자 명의 대출을 실행하고, 그 대출금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였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4, 8쪽, 증거기록 순번 4번 34쪽, 순번 7번 50쪽). 그런데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차용 목적, 변제 계획, 구체적인 대출 절차, 피고인 계좌에의 송금 과정 등에 관하여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가 위와 같은 착오에 빠진 것을 알거나 적어도 의심하면서 이를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의 착오 상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직접 대출을 실행하고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한 것인바, 이는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능동적인 편취 의사를 보여준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사 갈 집에 대한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명목을 말하고 차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증거기록 순번 7번 50, 51쪽, 순번 12번 75 내지 77쪽). 그러나 피해자는 '돈 빌려줄 때는 임대보증금 얘기를 안 하다가 한 달인가, 두 달 뒤에 피고인 부인 이름으로 임대차를 하고 그 보증금으로 썼다고 설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14쪽),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고소 이후 2024. 2. 3.경 법무사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무장 H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빌린 돈 중 1,000만 원은 아내 명의 전셋집 계약하는데 사용했다면서 민·형사상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니 빌린 돈을 전부 변제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순번 5번 41쪽) 등에 비추어 보면, 임대보증금에 관한 설명은 피해자가 돈을 빌려준 이후에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은 신빙할 수 없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 대여 당시) 피고인이 무슨 보증금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무슨 돈이 은행에 막 들어가야 된다고 막 그래요.'라고 진술하여(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10쪽), 피고인이 차용 당시 '보증금'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임대보증금'인지 '경매 입찰보증금'인지 그 보증금을 분명히 구분하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경매 입찰보증금'에 관한 착오 상황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에 가까워 보일 뿐이다.
게다가 피고인 명의 계좌 거래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돈을 기성금, 부품 대금, 개인 생활비, 차용금 변제, 차량 리스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다(증거기록 순번 7번 51, 52쪽, 순번 9번 62쪽, 순번 12번 77쪽). 결국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말한 '보증금'이라는 용도와 다른 용도로 유용한 것인바, 피고인의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용도사기에 해당한다는 점과 피고인에게 처음부터 그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할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피해자 명의로 경매를 받았으면 피해자 명의 통장에서 피해자 명의 계좌, 공인중개사 계좌 등으로 돈이 이체되어야 하는데, 피고인 명의 계좌로 돈이 이체된 것이 이상하여 공인중개사 E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이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차용금이 다른 곳에 사용된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피고인에게 가서 반환을 요구했더니 피고인이 다 써버리고 없다고 얘기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5, 6, 8, 11, 13, 14쪽, 증거기록 순번 4번 35쪽), 공인중개사 원심 증인 E도 '대출이 실행되고 나서 며칠 후 피해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피해자 앞으로 경매를 받으려고 했던 돈인데 피고인이 다른 데 써버렸다고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E 증인신문조서 6쪽). 피해자가 돈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이체된 사실을 안 직후 E에게 경위를 물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피고인에게 그 돈의 반환을 요구하며 즉각 항의하였다는 점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차용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것임을 알았다면 대여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피고인은 당시 덤프트럭 기사로 월 35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어 그 수익으로 변제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증거기록 순번 7번 48, 53쪽). 그러나 피고인의2023년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에 의하면 피고인의 2023년 소득 합계는 2,760만 원으로 확인되고(증거기록 순번 13번 86쪽),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 명의의 장기렌터카 월납입금액 약 69만 원이라는 상당한 고정비를 지출하는 상황에 있었으며(2025. 10. 31. 자 피고인 제출의 증 제2호증 장기렌트카 계약서), 달리 피고인 명의의 재산이 확인되지 않는바, 피해자 명의로 대출한 대출금의 원리금 월납입금액에 비하면 그 수익과 재산이 충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당심에서 피해자의 대출 조건인 7년간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대로 차용금을 변제하기로 약속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공판기록 당심 피고인신문조서 4, 5쪽), 경찰에서는 '5년 내 변제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순번 7번 52쪽), 위 월 수익 외에 구체적인 변제 계획은 확인되지 않는 등 피고인에게 구체적이고 일관된 변제 계획조차 없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일부 변제는 이 사건 범행 이후 피고인의 기망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의 독촉에 의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에게 변제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미 차용금의 용도 자체에 관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 이상, 편취의 범의를 부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신용불량 상태를 알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실제로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B 증인신문조서 7쪽). 그러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였더라도, 피고인의 차용금 사용 용도가 대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의 기초가 되었다면 달리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와 피고인은 아무런 담보 없이 4,600만 원을 선뜻 대여해줄 정도의 친밀한 관계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경매 입찰보증금'을 목적으로 돈을 대여할 경우 피고인에게 당장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명의로 낙찰받은 부동산이 있어 일종의 안전한 담보이자 재산이 존재하게 되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자금의 용도(입찰보증금)'는 피고인의 변제능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대여 여부를 결정짓는 기초가 피고인의 개인적인 신용이 아니라, '경매 입찰보증금'이라는 특정 목적에 있던 것으로 보이므로, 대여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사항에 대한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은 이전에도 피해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피해자 명의로 장기렌트카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며, 이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피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대출받은 5,000만 원 중 4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하여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공판기록 2025. 10. 31. 자 피고인 증거자료 제출서, 당심 피고인신문조서 5쪽, 증거기록 순번 7번 50쪽). 피고인의 주장대로라면 피고인이 부담하는 채무는 대출금 전액인 5,000만 원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변제를 독촉하며 보낸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채무액을 4,600만 원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증거기록 순번 2번 14, 27쪽),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 명의 계좌로의 송금 경위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그러한 사전 합의 가 있었다는 점을 전제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경매입찰보증금 마련을 위해 피해자 명의 대출이 필요한 상황을 암시하여 피해자의 착오를 유발하고, 그러한 착오를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행위에 나아가고 자금을 편취한 것인바,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 3.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선의를 악용하여 4,6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고 피해금액도 큰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에게 이 사건 범행 직후에 1,700만 원을 돌려주고, 당심에서 피해자 앞으로 2025. 12. 19. 400만 원, 2026. 1. 14. 300만 원을 각 공탁하였으나 나머지 피해는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금액의 상당부분을 회복해 준 점, 피고인이 2014년에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300만 원의 처벌을 받은 외에 다른 범죄전력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범행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양형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