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이 사건 범죄일람표'라 한다) 순번 제1, 3번 기재 분묘는 피고인이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로부터 용인시 처인구 D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매수하기 전 개장신고가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이 위 각 분묘를 발굴한 행위에 대하여 분묘발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용인시장 및 C의 분묘개장공고가 있었던 점, 용도폐지와 출입제한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었던 점, 진혼제가 실시되었던 점 등을 기초로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의 분묘를 발굴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였고, 이러한 인식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16조에 따라 벌할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토지 매수 전 개장신고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제1번 기재 분묘의 연고자인 F는 피고인의 이 사건 분묘발굴범행 이전에 위 분묘에 매장된 유골을 화장하여 용인시 처인구 BR 소재 'BS'(이하 'BS'이라 한다)으로 옮기기 위하여 개장<1>신고를 하고, N을 통하여 이장작업을 진행하려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위 분묘 관리자의 허락이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N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위 분묘를 발굴하여 그 유골을 'BS'이 아닌 이 사건 토지에 인접한 용인시 처인구 G 토지(이하 'G 토
지'라 한다)에 매장한 사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위 제1번 분묘의 연고자인 F는 N을 통해G 토지에 매장되어 있던 유골을 수습하여 'BS'으로 옮긴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제3번 기재 분묘의 관리자로부터 어떠한 위임이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위 분묘를 발굴하여 그 유골을 인접한 G에 매장하였는데, 그 후 위 제3번 분묘의 연고자인 X이 이를 알게 되어 관할 관청에 개장신고를 한 후 N을 통해 G 토지에 매장되어 있던 유골을 수습하여 BS으로 옮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설령 피고인의 이 사건 분묘발굴행위 이전에 개장신고서가 접수되어 분묘관리자가 해당 분묘를 개장할 예정이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개장신고한 분묘의 관리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거나 허락을 얻지 않은 채 분묘 관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개장절차를 진행한 이상 이 사건 범죄일람표 순번 제1, 3번 기재 분묘에 관하여도 아무런 권한 없이 발굴이 이루어졌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위법성 착오 주장에 관한 판단
형법 제16조는 '법률의 착오'라는 제목으로 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 도1090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대표이사인 주식회사 B는 2023. 7. 26. C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 제4조 제2항은 '기존 잔여 묘지에 대하여 이 계약과 함께 매수인이 현 상태로 인 지하고 양수한 것으로 잔여묘지의 이장(22기, 무연 묘 포함)과 관련한 모든 인, 허가및 합의 등 관련 절차는 전적으로 매수인의 책임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매도인인 C의 대표이사인 K로부터 분묘에 관한 제1, 2차 공고 관련 서류를 받고, 이 사건 토지에 있는 22기의 분묘가 무연고인 줄 알고 개장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K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토지에 있던 22기의 분묘는 무연고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분묘 관리자가 있는데,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잔여 분묘에 대한 개장은 피고인의 책임으로 완료하기로 하였고, 매도자인 C는 무연고 분묘에 대해 관할구청으로부터 허가서를 받아 이장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한편, 개장을 하기 위해서는 연고자나 연고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타인이 직접 관할 관청을 방문해 개장신고증명서를 발급받아 개장을 할 수 있고, 무연고 분묘의 경우에는 토지주가 두 차례에 걸쳐 무연고 분묘 개장 공고를 한 후 관할 관청에 개장허가신청을 하면, 담당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무연고 분묘인 것을 확인한 뒤 그로부터 개장허가증을 발급받아야 개장을 할 수 있는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이 사건 토지에 있던 22기의 분묘를 발굴하여 G 토지로 이장한 사실,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이장 관련 일을 하는 지인이 무연고 분묘니까 시에서 공원묘지로 사용하던 G 토지로 이장하면 된다고 하여 이를 믿고 개장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그런데 G 토지는 2014. 2. 4. 용인시 처인구 BQ에서 분할되면서 도시계획변경에 따른 도로시설 부지가 됨에 따라 공설묘지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고, 사설묘지도 아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있는 분묘22기가 무연고인지, 무연고 분묘일 경우 어떠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개장을 할 수 있는지, G 토지는 유골을 매장할 수 있는 묘지가 맞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않은채 만연히 분묘를 발굴하여 개장작업을 진행하였다는바, 피고인이 자기 행위의 위 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의 개장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다 하더라도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은 22기의 분묘를 발굴하고, 묘지 외의 구역에 매장을 하였으며, 근로자의 임금 · 퇴직금을 미지급하였는바, 그 죄질이 나쁜 점, 이 사건 분묘의 연고자 중 일부로부터는 여전히 용서받지 못하고 있는 점, 미지급 임금 · 퇴직금의 지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과 이 사건 분묘의 연고자 중 일부에게는 합의금을 주고 합의를 한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은정(재판장) 강희경 이상훈
각주1) "개장"이란 매장한 시신이나 유골을 다른 분묘 또는 봉안시설에 옮기거나 화장 또는 자연장하는 것을 말한다(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