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E도교육청 측으로부터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퇴거요구를 받은 바 없고, 실외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청사 외부에서 농성하였을 뿐 E도교육청의 시설관리나 청사방호의 방해 행위를 한 바 없어 사실상의 건조물의 평온을 해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에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죄 성립 여부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퇴거요구에도 불구하고 건조물에서 퇴거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의 건조물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퇴거불응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도1260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하여 사실상의 건조물의 평온을 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B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 C지부장으로, 2021. 9. 1. 오전경 E도교육청 내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한 다음 노조원 1~2명씩 릴레이 형식으로 천막을 지키면서 농성하기 시작하였다. 위 주차장은 외부와의 경계에 문과 담 등이 설치되어 있어 E도교육청 청사의 위요지에 해당하며, 피고인의 천막 설치로 인하여 해당 부분 주차공간의 이용에 제한이 생겼다.
퇴거불응죄에 있어서의 퇴거요구는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요구권자의 태도 등에 의하여 행위자의 체재가 그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이 묵시적으로 표현되면 족하며 퇴거요구는 1회로도 충분하다. E도교육청 측에서는 2021. 9. 1.경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직국장인 J에게, 같은 달 2.경 총무국장인 F에게, 같은 달 3.경 수석부지부장인 H, K지회장 G에게 '퇴거 및 철거요청' 공문을 각 전달하였다.
이 사건 수사단계에서, F은 "공문을 전달받은 다음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니, 피고인이 '그냥 천막에 두세요'라고 답했다"라는 취지로, G은 "피고인에게 보고했고, 공문은 피고인이 치운 것으로 안다"라는 취지로 각 진술한 바 있다. 피고인도 수사단계에서 "누군가에게 퇴거요청 공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저에게 직접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라고 했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위와 같은 진술에다가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E도교육청 측으로부터 퇴거요구를 받고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2) 피고인의 행위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계속하였던 2021. 9. 1.경부터 같은 달 3.경까지는 사용자 측과의 단체교섭이 진행 중인 기간이었던 점, 그 밖에 E도교육청 측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에서 그와 같은 요구에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묵살하고 반대하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나 근거가 제출되어 있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법령에 의한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는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 제2항 본문), 피고인이 퇴거 요청을 받은 당시인 2021. 9. 1.경부터 같은 달 3.경에는 실무교섭이 진행 중이었고, 그 이후인 2021. 9. 24.에 이르러서야 교섭 결렬이 선언되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이 접수되었던 점, ② 쟁의행위가 조정전치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항상 정당성이 결여된 쟁의행위라고 볼 것이 아니고,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경제적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 형사상 죄책 유무를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도4812 참고), 피고인은 관리자의 허가를 득하지 않고 무단으로 청사 내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여 민원인 등의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였고, 확성기와 피켓 등을 이용하여 농성하며 청사 본관 출입을 시도하여 E도교육청 경비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었으며,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다수인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였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사회적 안정에도 혼란을 초래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2022. 1. 임금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약 5개월 간 같은 장소에서 천막 농성을 계속하였던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여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2026. 6. 11. 제출한 참고자료를 검토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을 바꾸기에 부족하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양형의 이유에서 설시한 사정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그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김은교 이은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