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작업재개표준서상 인사사고 발생시 작업재개를 위해서는 장비고장 사고와 달리 사측의 H부와 노측의 노동안전분과위원회 사이에 대책협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그런데 이 사건에서 인사사고 발생 후 열린 대책회의에 노측 대의원이자 차체 2부 노동안전담당자인 P이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한 바 있으나, 작업재개표준서에 협의주체로 명시된 노동안전분과위원회와 사측 H부가 대책협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작업재개표준서는 장비고장이나 안전사고 발생시 해당 라인을 정지하고 그 라인의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당시 사측에 협의주체의 문제를 제기하지도 아니한 채 G공장 공정라인을 모두 정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대의원들에게 통보함으로써 인사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라인인 의장라인까지 정지하기에 이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사측의 작업재개 조치가 비록 작업재개표준서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장 21, 22라인의 가동이 보호가치가 없는 업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의 G공장 전체 공정라인가동중지 조치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당시 발생한 안전사고의 경위, 내용, 당시 사측이 취했던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G공장 전체의 가동을 중지할 만한 긴급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인이 사측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범행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 울산지방법원 제3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4노129 업무방해
* 피고인 : A
* 항소인 : 쌍방
* 검 사 : 진현일(기소), 이세진(공판)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14.1.23. 선고 2013고단3122 판결
* 판결선고 : 2014.06.27.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법리오해
노사합의로 제정된 작업재개표준서상 인사사고시 사측 H부와 노측 대의원회 노동안전분과위원회 사이에 대책협의를 해야하나, 이 사건에서 해당 공정 대의원인 P과 사측이 협의하였을 뿐, G공장 노측 노동안전분과위원회와 협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회사측의 작업재개는 작업재개표준서에 위배하여 보호가치가 있는 업무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한 사측의 행위에 대한 저항행위로서 정당행위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추가적인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바 긴급피난으로 위법성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이 유죄라고 하더라도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D노동조합 E지부 G공장 H부 대표이다.
울산 북구 F 소재 피해자 E 주식회사 G공장 차체 2부 I공정에서 2013.3.26. 06:55경 차량 트렁크 끝 부분을 구부리는 기계 내부를 청소하던 근로자 J의 손가락이 기계에 압착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즉시 라인이 중지되고, 같은 날 07:40경 같은 공장 품질관리 2부 테스트롤 공정에서 브레이크 이상이 발견된 차량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차량 앞을 지나가던 근로자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여 즉시 라인이 중지되었다. 그리하여 위 E지부 해당 공정 대의원들과 E 주식회사 관리자들은 같은 날 07:40경부터 같은 날 08:50경까지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같은 날 08:30경부터 같은 날 08:50경까지 대책회의를 한 후, 같은 날 09:00경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같은 날 08:00경 위 E지부 G공장 H부 대의원 회의실에서 노동안전분과 대의원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한 후 같은 날 09:00경부터 같은 날 10:50경까지 위 G공장 전체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하기로 결의하고,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으로 하여금 ‘차체 및 품질관리 안전사고로 인하여 G공장 전체라인을 정지하고 특별안전점검 실시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위 G공장 전체 대의원들에게 발송하도록 하고, G공장 대의원들은 생산라인 비상정지 스위치를 눌러 같은 날 09:00경부터 같은 날 11:30경까지 의장 21, 22라인을 정지시켰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G공장 노동안전분과 대의원들과 공모하여 위와 같이 생산라인을 정지시켜 K 승용차 등 121대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 E 주식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되고, 정당행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작업재개표준서상 인사사고 발생시 작업재개를 위해서는 사측의 H부와 노측의 노동안전분과위원회 사이에 대책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관련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 대책회의에 노측 대의원 P이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한 바 있는데, H부 대표인 피고인이 대의원을 통하여 사측에 작업중단 및 안전점검을 요청하지 않고 바로 생산라인을 정지시키기에 이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작업재개표준서가 정한 노사간 협의절차는 상당 부분 그 취지가 이행된 상황인데 피고인이 그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이어서, 재개 후의 업무에 보호가치가 없다거나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형법 제22조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피난행위가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태하여야 하며, 그 행위로 보전되는 이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근로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었을 뿐, 혹시 재발될지 모르는 안전사고의 예방이라는 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유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당심의 판단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작업재개표준서상 인사사고 발생시 작업재개를 위해서는 장비고장 사고와 달리 사측의 H부와 노측의 노동안전분과위원회 사이에 대책협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② 그런데 이 사건에서 인사사고 발생 후 열린 대책회의에 노측 대의원이자 차체 2부 노동안전담당자인 P이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한 바 있으나, 작업재개표준서에 협의주체로 명시된 노동안전분과위원회와 사측 H부가 대책협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의하면 작업재개표준서는 장비고장이나 안전사고 발생시 해당 라인을 정지하고 그 라인의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당시 사측에 협의주체의 문제를 제기하지도 아니한 채 G공장 공정라인을 모두 정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대의원들에게 통보함으로써 인사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라인인 의장라인까지 정지하기에 이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사측의 작업재개 조치가 비록 작업재개표준서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장 21, 22라인의 가동이 보호가치가 없는 업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의 G공장 전체 공정라인가동중지 조치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당시 발생한 안전사고의 경위, 내용, 당시 사측이 취했던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G공장 전체의 가동을 중지할 만한 긴급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인이 사측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범행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 및 변호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는바, 피고인 및 변호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적지 않은 점, 피고인이 정당한 노사간 협의 없이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한편 피해자 회사도 인사사고 해당공정의 재개를 위한 작업재개표준서의 절차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원인파악과 대책마련의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H부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피해자 회사에서 이미 피고인에 대한 징계를 마쳤으며,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나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적정한 것으로 보이고,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는바,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이 사건 각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계선
판사 장원석
판사 이수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