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16. 1. 29. 선고 2015노117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들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의 행위는 복수노조위원장으로서의 업무로 인한 행위이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역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이하 '이 사건 증거들'이라 한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범행 방법과 내용,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작성한 유인물의 내용이 허위사실인 점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유인물의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그와 같이 믿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판시 행위가 정당행위나 형법 제310조에서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허위 사실인지 여부

가)

형법 제307조 제2항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바, 피고인이 작성하여 게시하거나 배포한 이 사건 유인물의 내용 중 공소사실에 기재된 부분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 E이 위원장으로 있는 D 기존 노동조합(이하 '기존 노조'라 한다)이 피해자 F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측과 '야합'하여, 임금 및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1일 근로시간을 7시간에서 6시간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최저시급이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실질적인 임금은 인상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살피건대,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하면, 기존 노조가 2013. 12. 24. 회사 측과 사이에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1일 6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내용의 임금협약(이하 '이 사건 임금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처럼 기본급 산정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이 7시간에서 6시간으로 감축됨으로써 최저시급이 인상되었음에도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지급받는 실질적인 임금은 인상되지 않게 된 사실<1>이 인정되기는 한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임금협약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 제3항에 따라 교섭권한을 가지는 기존 노조 위원장인 피해자 E이 회사 측과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이에 대한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친 뒤 81.5%의 찬성을 받아 사측과 협의하여 체결된 것<2>으로, 피고인이 적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들이 서로 '야합'하여 조합원들 및 근로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임금협약이 피해자들의 '야합'에 의해 체결된 것이라는 취지로 작성한 이 사건 유인물은 그 주된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서 허위의 사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2)

허위의 인식 여부

나아가 피고인이 위 유인물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과거 기존 노조의 부위원장직을 지냈고, 이 사건 당시에는 동일 사업장 내 복수노동조합인 실설 노동조합(이하 '신설 노조'라 한다)의 위원장이었으므로, 임금협약체결이 어떠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이 검찰에서 "2013. 12.경 E 등 기존 노사 대표자들이 참석하여 임금협정을 체결하였으나, 이와 같이 사측입장을 고려하여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한 것은 노조위원장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라고 이야기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이 사건 임금협약이 어떠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는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임금협약의 부당성을 주장하고자 '야합'이 있었다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유인물을 작성하여 게시 및 배포할 당시, 이 사건 유인물의 주된 취지가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을 스스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위법성 조각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유인물 내용의 주된 부분이 허위의 사실로서 기존 노조 위원장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고, 피고인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인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위법성조각에 관한 형법 제310조는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도234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나아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이 신설 노조 위원장으로서의 업무로 인한 행위이거나 기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물론 복수 노조의 위원장으로서 기존 노조가 회사 측과 체결한 임금협약의 내용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직무상 당연히 가능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① 피고인이 작성한 유인물의 내용이 단순히 임금협약의 내용을 비판하는 정도를 넘어서 피해자들의 '야합' 등 허위사실을 담고 있는 점, ② "어용노조", "정치권 및 권력기관의 비호 아래 지역의 토호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운수 자본과 회사의 경영방침에 영혼을 바친 어용노조", "큰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겉으로는 노동의 가치를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다"는 등 그 표현의 정도 역시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는 점, ③ 기존 노조 위원장 선거일(2014. 11. 24.)을 약 한달 가량 앞둔 상태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유인물을 배포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은 피해자 E을 비방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사건 유인물을 게시·배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에서 정하고 있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마치 피해자들이 서로 야합하여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임금협약을 체결한 것과 같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바, 피고인은 기존 노조의 조합원이 아니면서도 기존 노조의 위원장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그 동기가 불량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하지 아니하여 그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동일 사업장 내의 복수 노조 중 신설 노조의 위원장으로서 기존 노조가 회사 측과 체결한 임금협약 등을 비판할 권리가 있는 점, 비록 그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 나름대로 근로자들의 복지 및 기타 경제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또한 이 사건 유인물의 내용이 오로지 피해자를 비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전과관계,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