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18. 12. 20. 선고 2018고정38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동구 B에 있는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 특수선 사업부 내에서 상시 근로자 100명을 사용하여 전기공사업을 경영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5. 11. 26.부터 2017. 1. 25.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D의 임금 합계 4,539,515원 및 퇴직금 635,159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E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만 한다)를 경영하였는데, C의 경영상태가 나빠짐에 따라 이 사건 회사의 경영상태도 나빠졌고, 2016. 5. 말경 D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과 임금 20% 삭감을 합의하였으므로,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검사의 주장 요지

피고인의 임금 삭감 요구가 있어, D는 2016. 5.경 1개월(또는 2개월) 임금을 20% 감액하는 것에는 동의하였으나, 이를 제외한 임금의 감액에는 동의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공판에서의 변론과 증거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C은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인하여 2016년 무렵 경영상태가 악화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회사도 2016년 초부터 경영상태가 좋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2016. 1. C으로부터 기성금을 적게 받았고, 2016. 2.부터 적자를 보였다. 이 사건 회사는 C으로부터 받은 기성금의 약 90%를 인건비로 지출하였다(수사기록 151~152쪽).

(2)

이 사건 회사의 사장인 피고인은 2016. 5.경 D를 포함한 관리자들(관리자이자 동시에 근로자였음, F, G, H, I, J, K 등)과 함께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를 한 자리에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서 임금을 20% 삭감할 것이라는 설명을 하였고, 그 당시 D를 포함한 관리자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2016. 6.과 7. 종전 임금에서 20% 삭감된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다.

(3)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 중 H은 G과 함께 2016. 7.경 피고인에게 임금 20% 삭감으로 다들 너무 어려우니 삭감비율을 15%로 조정해 달라고 건의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회사는 2016. 8.경부터는 종전 임금에서 15% 삭감된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다.

(4)

이 사건 회사는 계속되는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2017. 1. 25. 폐업하였다. 한편 C의 사업 악화로 인하여 2016년경부터는 이 사건 회사뿐만 아니라 조선 산업 관련 업체의 사정은 모두 좋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회사 근로자들도 다른 회사로 섣불리 이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

피고인과 D가 1개월 이상 임금 감액에 합의하였는지 여부

(1)

검사는 피고인과 D가 2016. 5.경 이 사건 회의에서 1개월의 임금 감액에만 합의하였을 뿐이고 그 이상의 감액에는 합의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함에 반하여, 피고인은 임금 감액에 합의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인과 D가 1개월 이상 임금 감액에 합의하였는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2)

검사가 1개월의 임금 감액에만 합의하였음을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주요 증거는 D, H, K의 진술(법정 진술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포함)이다. D와 K의 진술 요지는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회의에서 1개월의 임금만을 삭감하기로 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현장에서 별다른 이의를 하지는 아니하였으나,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삭감비율을 20%에서 15%로 줄여달라고 피고인에게 건의하여 15% 감액된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H은 이 법정에서는 1개월의 임금 감액에만 합의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는 2개월 분에 대하여 동의하였다는 요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52쪽).

(3)

위에서 본 D, H, K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인정사실과 변론 및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1개월의 임금 삭감만을 합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검사가 입증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①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2016년 무렵 C의 경영상태가 악화하였고, 이는 이 사건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조선업계 회사 전반의 경영상태 악화로 이어졌으며, D를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 사건 회사는 C으로부터 받은 기성금의 약 90%를 인건비로 지출하는 구조여서, 기성금이 감소되면 임금이 삭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관리자 급이었던 D는 이러한 사정을 어느 정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하에서, 조선업계의 경기가 1달 이후에 반등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던 이상, 피고인이 2016. 5.경 이 사건 회의에서 임금 20% 삭감하자고 이야기한 것을 1개월의 기간에만 국한한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이 사건 회의 이후 조선업계의 경기는 반등하기는커녕 더욱 악화하여 그로부터 불과 7개월 후인 2017. 1. 25. 이 사건 회사는 폐업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20% 임금 삭감을 말한 것이 1달만의 임금 삭감이었다는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회의 석상에서 그와 유사한 말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의사표시라기보다는 향후 조선 경기의 회복 등으로 이 사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아진다면 조기에 정상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경영자의 직원에 대한 독려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지, 이를 근거로 1달만의 임금 삭감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하였던 관리자 중 1명인 H은 이 사건 회의로부터 2개월 후인 2016. 7.경 피고인에게 임금의 삭감 폭을 15%로 줄여달라고 제안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받아들여 2016. 8.부터 삭감되었던 5% 만큼을 증액하였다. D는 그 무렵부터 이 사건 회사의 폐업 무렵까지 15% 삭감된 임금을 수령하고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여기에 조선 산업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아니하여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쉽지 않았던 상황을 더하여 보면, D가 위와 같이 변경된 근로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③

이 사건 회의 자리에 있었던 다른 관리자들(J, G, F, I)은 임금 삭감에 관하여 이 사건 회사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감액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진술하면서, 당시 임금 삭감에 동의한다는 요지의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임금 삭감이 1개월에 국한된 것이었다는 취지의 D, H, K의 진술을 탄핵한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회의에서 임금 삭감 합의가 1개월에 국한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불출석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공시의 취지는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송영승

각주1) 제3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장변경허가를 하여 퇴직금의 일부가 줄었음

각주2)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하였던 D를 포함한 관리자들은 피고인의 제안에 대하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회사에서 퇴사하지도 아니하였다. 이는 위와 같은 조선업계의 불황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D가 열위의 지위에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귀책사유나 잘못으로 인한 임금 삭감에 대하여는 반발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 즉시 반발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퇴사하여 경영상태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각주3) 나아가 피고인에게 고의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판례에 의하면,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임금 체불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임금 체불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참조). 앞서 살핀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삭감된 임금 및 그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임금체불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앞에서 객관적 구성요건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상, 고의 여부에 관한 판단은 그 실익이 없어 이를 이유 본문에 따로 설시하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