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18. 8. 31. 선고 2018노52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편취범의로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며, 민사상의 금전대차관계에서 채무불이행 사실을 가지고 바로 차용금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피고인이 확실한 변제의 의사가 없거나 또는 차용 시 약속한 변제기일 내에 변제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금원을 차용한 경우에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도3101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 피고인은 2005. 1.경부터 대형 승합버스 1대로 국내 외 여행 알선 영업을 하다가 적자누적으로 임금을 체불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기도 하였고, 2009. 2.경 빌린 돈으로 중고 버스 10대를 약 1억 6,000만 원에 추가로 구입하여 양산시에서 관광버스 운송업을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적자를 면치 못한 탓에 2009. 12. 31. 현재 위 회사는 위 차량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반면에 부채가 5억 원이 넘을 정도로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으며, 피고인 자신도 별다른 재산 없이 위 관광버스 운송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신용불량 상태에 있었던 사실, ㉡ 그럼에도 피고인은 2009. 5.경 피해자에게 "자신이 관광버스 20대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울산영업소를 내기 위해서는 추가로 차량 5대를 구입할 자금이 필요하다. 돈을 빌려주면 매월 이자도 주고 2년 안에 원금을 갚되 그 전이라도 피해자가 필요하면 곧바로 갚겠다."고 말하여 돈을 빌린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9. 10.경까지 이와 유사한 명목과 차용조건으로 3회에 걸쳐 합계 약 9,000만 원을 차용하고 4,500만 원 상당의 차량 할부구입채무를 연대보증하게 한 사실, ㉢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위 연대보증 채무를 부담한 직후인 2010년 초부터 위 차용금의 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을뿐더러 위 차용금 중 1,500만 원을 버스 구매 및 버스 내 음향시설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차용 직후 현금으로 인출하여 자신의 며느리인 N에게 채무변제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다른 용도로 소비한 사실, ㉣ 피고인은 위 회사의 적자 상황이 누적되고 환경개선부담금, 지방세 등을 납부하지 못하여 위 회사 소유의 버스가 압류되는 상황에서도 피해자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는 등 채권 보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는커녕, 위 회사를 채무자로 하는 공정증서 또는 채무불이행 시 위 회사를 피해자에게 넘겨주겠다는 취지의 각서 등을 작성·교부하여 피해자의 독촉을 무마해 오다가 막상 피해자가 강제집행을 하려고 하자 회사의 주요 자산인 위 버스 차량의 소재를 알 수 없게 하였고, 급기야 피해자 몰래 2010. 11.경부터 버스 차량을 처분하는 등 회사 재산을 정리해 오다가 2011. 7.경 아예 위 회사를 U에게 양도하고 폐업해 버린 사실, ㉤ 피고인은 위와 같이 차용금 채무나 공정증서 또는 각서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로, 위 버스를 순차 처분하고 회사를 양도하는 과정에서도 버스 차량의 처분 대금이나 회사의 양도 대금을 피해자에게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위 할부금 채무의 상당 부분을 갚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보증채무를 추가로 이행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위 차용금채무 및 연대보증에 따른 구상금채무를 전혀 변제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피고인의 재력, 환경, 위 회사의 자산 및 부채 현황, 경영 상황, 이 사건 금전거래의 내용과 그 채무 이행과정 등에 더하여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20대 정도의 차량을 소유하고 또 자신으로부터 빌려간 돈으로 버스를 구입하겠다고 하니 혹시라도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회사의 버스를 처분하여 자신의 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돈을 빌려준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해 온 점, ㉡ 피해자가 최초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후 위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되고 주식 일부를 배정받은 사실은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이 사건 회사의 주요자산인 버스 등이 처분된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바가 없고 달리 이사 또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별다른 흔적도 보이지 아니할뿐더러, 이사나 주주로서의 재산적 이익을 취득한 사실도 전혀 없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내이사로 등재하고 주식 일부를 배정한 것은 단순히 피해자를 안심시킬 목적으로 이루어진 형식적인 것으로 보일 뿐인 점, ㉢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가 차용금을 입금하는 즉시 이를 현금으로 인출하여 며느리인 N에게 지급하였고, 그 후 피고인의 처 소유의 아파트에 대한 가등기를 말소하고 위 N에게 위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 가족의 재산을 보존 또는 증식하는 데만 급급하였던 점, ㉣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보유한 버스로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고정적인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간헐적인 버스 전세계약을 체결하여 겨우 사업을 영위해오던 중이었고, 그마저도 적자 상태에 있었던 터라서 그 동안의 사업부진 원인이 단순히 버스의 차고지 문제가 아닐뿐더러 고정적인 계약의 체결 등으로 매출처를 확보하지 않은 채 막연히 버스를 할부로 추가 구매할 경우 오히려 할부금 채무까지 더해져 적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오로지 울산영업소를 개설하여 차고지를 확보하거나 차량을 늘리면 사업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아래 내구연한이 거의 다 된 노후 버스를 대량 구입하여 외형만을 부풀려 재정상태를 더 악화시켜 온 것에 불과하므로, 처음부터 회사의 적자구조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피고인 스스로도 충분히 예상한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피해자가 채무독촉 과정에서 단순히 회사의 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물건 일부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시도하였다는 사정이 위 회사의 영업부진이나 폐업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편취 범의로서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의 말만을 신뢰하여 만연히 돈을 추가로 빌려준 피해자에게도 피해 확대에 다소 책임이 있어 보이는 점, 피고인은 최근 20년간 이종의 벌금형 전과 외에는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의 가족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한편, 반복적 범행이고 편취 금액이 비교적 큰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진지한 반성이 부족한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 있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건강, 경제 상황,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원심판결 선고 후 사정변경 여부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식(재판장) 이규봉 이승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