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4. 3. 13. 선고 2019가단12799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거나, 갑 제1, 3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5, 을 제2호증의 1 내지 16, 을 제3호증의 1 내지 7, 9, 을 제4호증의 1 내지 4, 을 제11, 12호증의 각 기재, 갑 제6호증의 1 내지 3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한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최저임금법 적용사업장이다. 원고 A은 2013. 10. 17.부터 2018. 4. 12.까지, 원고 B은 2007. 10. 11.부터 2018. 3. 18.까지, 원고 C은 2015. 12. 27.부터 2019. 2. 13.까지 각각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던 사람들이다.

나.

원고들의 근무형태 및 피고의 임금지급방식

원고들은 1명의 근로자가 한 대의 택시를 전담하여 매일 운행하는 일차제 방식으로 근무하였고,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총 운송수입금에서 일정액의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은 원고들이 소유하면서 피고로부터 기본급, 수당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연도별 임금협정에 따른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과 만근일수

기록상 나타난 바는 아래와 같다.

라.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신설

국회는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여 택시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조항(제6조 제5항, 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을 신설하였으며,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1>에 따라 피고의 주소지인 울산광역시에서는 2009.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마.

최저임금법상 법정최저임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아래와 같다.

(생략)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자 각 연도별 임금협정을 통하여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 등에 변경이 없음에도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다. 이는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에 원고들과 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만이 유효하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최저임금과 퇴직금은 2006년도 임금협정서에 따라 1일 5.5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하여 계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소정근로시간을 1일 5.5시간으로 계산하여 산정한 최저임금과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에서 원고들이 실제 지급받은 임금,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특례조항은 소정근로시간 증감폭에 관한 제한 규정이 없는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무효이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과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각 연도별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 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원고들이 이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나.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그에 의한 인정사실과 을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의 각 연도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시간과 장소, 운행여부 등을 결정하는 형태로 근무를 하고,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만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따라서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위와 같은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원고들과 피고가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일반택시운송사업자로서는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고정급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됨에 따라 고정급의 주요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되는 반면,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고정급이 어느 정도 인상되더라도 사납금이 증액되는 경우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어 반드시 총수입이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 자칫 사납금 부담으로 인하여 종전보다 손실을 볼 가능성마저 존재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협의<2>를 하게 된 것은 일반택시운송사업자로서는 사납금 증액을 최소화하면서 최저임금법 저촉 문제를 피하고, 택시운전 근로자들로서도 사납금 증액을 최소화하면서 초과운송수입금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노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거나, 그 효력을 부정할 정도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울산광역시를 사업구역으로 한 일반택시의 택시운전근로자 확보율은 2009년 1.193명에서, 2019년 0.98명으로 감소하는 등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택시운전근로자의 평균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택시운송사업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인난과 가동률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택시운송사업자인 피고가 취업규칙을 제정하거나 원고들과 임금협정 등 합의를 할 당시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정도로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후로 급격히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5)

울산시내 택시요금은 2007년 1,800원(2km 기준, 이하 같다)에서 2008년 2,200원, 2013년 2,800원, 2019년 3,300원으로 인상되었으나, 피고의 사납금은 아래와 같이 택시요금 인상률보다 낮은 폭으로 인상되었다.

서울특별시, 경기도와 부산광역시 등에서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수입증가분과 운행시간 등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 지역들에서 모두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경우 근로자들의 일평균 영업수익이 오르거나 영업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면 울산시내 택시요금이 위와 같이 인상된 것 역시 원고들의 운행시간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6)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피고는 콜택시 호출서비스를 이용하여 대기 운행시간을 줄이고자 하였고, E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승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재 위치나 지정지역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는 방식)가 활성화됨에 따라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하여 대기하는 시간이 감소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변경은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등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위와 같은 근로여건의 변화가 각 임금협정에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단순히 고정급을 시급으로 환산한 결과가 최저임금액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주장 외에 원고들을 포함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

소결론

(1)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의 각 연도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이 소정근로시간 증감폭에 관한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만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준영

각주1) 국회는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이 사건 특례조항을 신설한 뒤 해당 조항이 시행되기 전인 2008. 3. 21. 국민들이 법문장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비하고자 법률 제8964호로 최저임금법을 전면 개정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은 종전개정안에서 실질적으로 변동되지 않은 채 2008. 3. 21. 법률 제8964호의 개정안으로 시행되었다.

각주2) 원고 A도 2017. 12.에 한 2018년도 임금협정에 노측 교섭체결위원으로 참가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