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최저임금법 적용사업장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이다. 원고들의 구체적인 근로기간은 아래와 같다.
피고의 임금지급방식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에서 일정액의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은 원고들이 소유하면서 피고로부터 기본급, 수당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피고의 연도별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
피고가 소속된 사업자 교섭단체인 AC조합은 2004. 9. 1. 피고의 노동조합이 소속된 AD노동조합 울산광역시 지역본부와 2004년도 임금협정(시행일: 2004. 9. 16.)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후 2009. 4. 20. 체결된 2009년도 임금협정(시행일: 2009. 5. 1.)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이 합의 하에 체결해 온 각 연도별 임금협정상 만근일수 및 소정근로시간 등은 아래와 같다.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신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고,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피고의 주소지인 울산광역시에는 2009.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게 되었다.
최저임금법상 법정최저임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단위는 원이다)은 아래 표의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2, 34, 37, 38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각 연도별 임금협정을 통하여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 등에 변경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는바, 이는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일 8시간, 월 192시간 또는 적어도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4시간, 월 100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내지 퇴직금(원고별 청구금액 계산내역은 별지와 같다)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각 연도별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원고들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의 소정근로시간
우선, 원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에 피고가 사업장에 적용한 소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 월 192시간이었다고 주장한다.
갑 제39, 4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09. 7. 1. 이전에 피고에서 퇴직한 일부 근로자들의 이직 확인서에는 1일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 이상'으로 표시되어 있었으나, 2009. 7. 1. 이후에 퇴직한 근로자들의 이직 확인서에는 대부분 1일 소정근로시간이 '4시간 이하'라고 표기되어 있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2004년도 임금협정에는 1일 소정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위 임금협정에는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하여 기본급 및 수당 등을 산출한 임금산정표도 첨부되어 있는바, 원고들이 제출한 위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에 피고가 사업장에 적용한 1일 소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 월 192시간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의 각 연도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의 효력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을 제1, 2, 8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의 각 연도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에 소속된 택시 운전 근로자들은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 시간과 장소, 운행 여부 등을 결정하는 형태로 근무를 하고,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만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근로자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위와 같이 사용자가 택시 운행시간 중 근로자의 근로 여부 및 근로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필요가 있고(이러한 이유에서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노사합의를 통하여 실제 근로시간과는 구별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본급여와 각종 수당을 산정하여 왔다), 여기에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는 법리에 더하여 보면,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공포된 것은 2007. 12. 27.이고,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울산광역시에 적용된 시점은 2009. 7. 1.인데,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공포되기 3년 전인 2004년도 임금협정에서 이미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일로 정하였고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될 즈음인 2009년도 임금협정에서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2009년도 임금협정에서 월 소정근로시간이 종전보다 4시간 줄어들었으나, 이는 만근일수가 월 25일에서 월 24일로 감소하였기 때문이고, 1일 소정근로시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후 2013년도 임금협정상 1일 소정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단축되었으나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지 약 4년이 경과한 시점이었고, 2015년도 임금협정상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으로, 2019년도 임금협정상 2시간으로 각 단축되었으나,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약 6 내지 10년이 경과한 시점으로, 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의 단축과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에 각 연도별 임금협정을 통해 1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의 사납금이 2007년 이전부터 2008년까지 80,000원(1인 1차제 기준, 이하 같다), 2009년 97,000원, 2013년 100,000원, 2017년 125,000원, 2019년 129,000원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되기는 하였으나, 울산시내 택시요금이 2007년 1,800원(2km 기준, 이하 같다)에서 2008년 2,200원, 2013년 2,800원, 2019년 3,300원으로 인상되었으며, 최저임금 기준액도 증가하였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경기도 및 부산광역시 등에서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수입증가분 및 운행시간 등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 지역들에서 모두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경우 근로자들의 일평균 영업수익이 오르거나 영업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면 울산시내 택시요금이 인상된 것 역시 근로자들의 운행시간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피고는 콜택시 호출서비스를 이용하여 대기 운행시간을 줄이고자 하였고, AE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승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재 위치나 지정지역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는 방식)가 활성화된 것은 택시가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하여 대기하는 시간을 감소시키는 데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추단된다.
위와 같은 사정변경은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등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는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택시 운전 근로자들은 실제 수입 총액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전액관리제보다는 정액사납금제를 선호하고,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노사 합의 하에 임금협정을 통해 전액관리제의 시행을 유보한다고 정하여 피고는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협의를 하게 된 것은 초과운송수입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납금과 기본급의 상승을 원치 않는 근로자들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초과운송수입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방편으로 삼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합의가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할 의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원고들은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1일 2시간 내지 4시간은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므로 각 연도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 8시간 이상을 근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 이후 각 연도별 임금협정 시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이므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한다는 사정은 이 사건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실제 근로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무관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의 각 연도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우(재판장) 조한기 박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