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선박 건조, 판매 및 수출 등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선박 설계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외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원고들이 소속되어 있던 부서에 대한 분사를 추진하여 2010. 6. 1. 설계업무 전담회사인 주식회사 Z(이하 ‘Z’라고 한다)를 설립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설계직 직원들은 2010. 5.경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모두 지급받은 후 퇴사하였다.
한편, 피고는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을 산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소속 근로자들에게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 왔는데, 2012년경 피고 사업장에는 AA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이 새로 조직되었고, 피고는 2012. 9. 27., 2014. 9. 26. 및 2015. 9. 22. 이 사건 노동조합과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과 관련한 각 단체교섭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한 후 2015. 10. 7.경 기술·행정직 근로자들에게 2014. 3.부터 2014. 9.까지 7개월에 해당하는 통상임금 소급분으로 부장 520만 원, 차장 450만 원, 과장 360만 원, 대리 26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
Z는 2017. 7. 31. 피고 회사에 흡수합병되었다.
피고 회사 일부 근로자들의 피고를 상대로 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에 관한 대법원판결(대법원 2016다37167호)이 2019. 4. 23. 선고된 후, 피고는 2019. 6. 17. 이 사건 노동조합과 ”통상임금 소송 관련 잠정 의견 일치서“를 체결하여, 소송미제기자에 대하여 ”대법원 선고 기준 산정액(2.7% 이자, 본 합의일까지 산정)“을 같은 해 추석 이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생산직 종업원들에게 추가 법정수당을 소급해서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 을 4, 7, 8,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주장의 요지
원고들의 주장
Z가 2010. 6. 1. 피고 회사와 형식적으로 분사하였으나, 피고 회사가 그 후 원고들에 대한 인사를 직접 시행하고 인사기록을 관리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와 Z는 동일한 회사이므로, 피고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합의 내용은 원고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09. 8. 1.부터 2014. 2.까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산정한 미지급 연월차 휴가수당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들 중 G, H, L, P는 희망퇴직을 하면서 퇴직금과 희망퇴직 위로금 등을 수령하고 향후 일체의 손해배상이나 추가 보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의 청구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또한 Z는 피고 회사와 별개로 설립되었다가 다시 흡수합병된 회사이므로,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었던 원고들에게 위 합의 내용이 적용될 수 없고, 원고들 주장의 임금 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판단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살피건대, 을 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G, H, L, P는 2019 ~ 2020년경 각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피고로부터 일정 퇴직위로금을 지급받고 “본인은 상기 금원이 본 건 합의와 관련하여 발생될 재산상의 손해, 위자료 등 일체의 비용이 포함된 금액임을 확인하며, 어떠한 이유에서도 회사 및 소속 임직원 또는 피용인 기타 본건 합의와 관련된 회사 및 그 임직원에 대하여 일체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며, 민‧형사상의 소송·진정 등 여하한 방법이나 명목으로도 추가 보상을 요구하지 않음은 물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확약서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확약서상 ‘본 건 합의와 관련하여’라는 문언은 위 원고들의 희망퇴직으로 말미암은 보상이나 손해에 관한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추가 보상을 요구하지 않음은 물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라는 문언은 위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희망퇴직 위로금 채권에 관하여 이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의 표시로 보일 뿐, 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과거 근로기간에 이미 발생한 법정 가산수당이나 퇴직금 채권 등을 포함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는 의사의 표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점, 또한 위 원고들은 위 확약서를 작성할 당시에 이 사건에서 다투고 있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계산한 수당 등’을 인식 내지는 예견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 위 확약서 작성 당시의 제반 사정과 위 원고들의 의사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이 과거 근로기간에 이미 발생한 채권으로서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에 따라 산정한 기준금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정한 가산수당 등의 채권에 대해서까지 그 청구를 포기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원고들에게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갑 4, 10호증, 을 5 내지 14,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회사와 Z는 별개의 법인격을 지닌 서로 다른 회사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당시 피고 회사가 아닌 Z 소속 근로자들이었던 원고들에게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노동조합에 생산직뿐만 아니라 기술·행정직 근로자도 가입되어 있으므로, 적어도 생산직과 기술·행정직 근로자는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동종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가 아닌 Z 소속 근로자들이었던 원고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자에 해당하여 단체협약의 적용이 예상된다고 할 수 없다.
피고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앞서 본 2012년 단체교섭 합의를 통하여 재직자에 한해 2009. 8. 1. 이후부터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대하여 조선 부분 동종사(2개사)의 최종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하였고, 더 나아가 2014년 단체교섭 합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여부를 선행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제수당 등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0. 6. 1. Z가 별도로 설립된 이후 Z의 관리업무 지원을 위해서 Z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총무 및 급여 업무를 지원할 직원을 Z의 운영지원팀으로 파견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Z와 선박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피고가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설계를 위탁하였고, 이에 따라 Z는 피고 회사에 선박의 설계도서 및 감리 용역을 제공하였으며, 피고는 Z에 설계용역대금을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기술력 향상 및 수주 확대를 위해 설계 회사인 Z를 새로 합병하기로 결정하고,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 결의 및 공고, 합병계약서 작성, 증권신고서 제출, 합병 공시 및 등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Z를 흡수합병하였다.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는 2012. 6. 19. Z가 분사 이전에 사용하였던 소프트웨어를 분사 이후 그대로 사용한 행위와 관련한 저작권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피고와 Z가 별개의 회사임을 전제로 하여 기소 여부를 판단하였다.
원고 A, C, E, F, I, J, M, N, Q, S, T, U, V, W은 2019. 11. 이후부터 비로소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따라서 선행소송의 결과에 따라 미지급 법정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원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바, 원고들이 청구하는 2009. 8. 1.부터 2014. 2.까지 사이에 발생한 임금은 이 사건 소 제기일인 2021. 6. 3. 이전에 이미 3년을 도과한 것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원고들 청구의 임금채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모두 소멸하였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동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