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D(이하 'D'라고만 한다)의 전무이사 및 주식회사 E(이하 'E'이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중 2020. 5. 6. 18:16경 경산시 F에 있는 회사 숙소에서 끈으로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 8. 18.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2021. 4. 12. 원고에게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고, 망인이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2. 2. 4.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E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으나 위 회사는 D가 더 많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설립한 회사에 불과하다. 또한, 망인에게는 출근일과 출퇴근시간이 고정되어 있었던 점, G대학교 약학대학 신축공사 중 전기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에 관한 입찰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D의 대표이사인 H에 의해 이루어진 점, 망인에게 제공된 회사의 법인카드는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업무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고 카드 사용내역 등은 대표이사에게 보고되어 결재를 받아왔던 점, 이 사건 공사에 소요되는 원자재 · 비품 등 모든 비용은 D가 부담하였고, 직원들을 위한 현장의 숙소 역시 D에서 마련하였던 점, E의 사업장 소재지가 D의 사업장 소재지와 동일한 점, 망인에 대한 근로소득세가 원천 징수된 점 등을 D하면, 망인은 D의 대표이사인 H의 지휘 · 감독을 받아오며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공사의 입찰과정에서 망인이 저가로 입찰을 하여 D가 손해를 입게 되었고, 공사 기간이 지연됨에 따라 G대학교에서 D에 대해 지체상금 등 책임을 묻게 되는 상황이 되자, 상당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 오던 망인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바,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주요 경력
1994. 5.경~1998. 9.경 I(유), 전기공사 및 입찰
1998. 11.경~2020. 5. 6. 주식회사 D, 관리 및 영업
2010. 5.경~2020. 5. 6. 주식회사 E 대표이사, 관리 및 영업
D 및 E에서의 근로관계
D는 1990. 10. 12. 설립되어 전기공사업,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대표이사는 H이다. E은 2010. 3. 29. H이 설립한 회사이고, 그 본점 소재지 및 사업의 종류도 위 D와 같으며, 대표이사는 망인이다.
H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D와 함께 입찰에 참여할 경우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망인의 제안에 따라 자금을 출자하여 E을 설립하였다. E에는 대표이사인 망인을 외에 직원 2명이 재직 중이었다.
망인은 2000. 12.경 D의 이사로 취임한 후 상무, 전무이사로 승진하였고 2020. 3. 31. D의 이사에서 사임한 것으로 등기가 마쳐졌으나, 사임 이후에도 D에서의 직책와 실질적인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어 사실상 D의 전무이사 및 E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소속의 구분 없이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E으로부터 월 약 607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고(해당 급여는 D에서 책정한 것이었다), D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매월 약 140 내지 458만 원을, E으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매월 42 내지 57만 원을 각 사용하였으며, E 명의의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아 업무용으로 사용하였다. 위와 같은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은 위 각 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 이상의 임원에게만 지원되었다.
망인에게는 근무시간과 휴무시간이 따로 정해진 바 없었고, 출 · 퇴근 역시 자유로웠다. 한편, 망인이 D 또는 E을 사업주로 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한 내역은 없다.
이 사건 공사의 수주 및 경과
망인은 2018년경 D 명의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입찰에 참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H은 망인에게 낙찰금액을 최소한 20억 원 이상으로 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망인은 16억 9,000만 원의 금액으로 낙찰을 받은 후, 2018. 10. 5. G대학교 총장과 위 금액을 계약금액으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H은 위와 같은 계약금액으로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며 망인에게 위약금을 부담하더라도 공사를 포기하자고 권유하였으나, 망인은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공사 관리를 하면서 최소한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공사를 계속 진행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를 총괄하면서 현장대리인 업무를 맡아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 · 감독 등 현장관리, 발주자 측 건설팀 및 감리 등과의 공정회의, 근로자 채용 및 근태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위 도급계약에 따른 이 사건 공사의 공사기간은 2018. 10. 5.부터 2020. 5. 11.까지였는데, 선행공정의 지연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 역시 계속 지연되었고, 발주처에서는 준공이 지연될 경우 D에게 지체상금을 청구하겠다는 압박을 하였으며, 이 사건 공사로 인한 D의 손해가 누적되자 망인은 H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하였다(이 사건 공사로 인한 D가 입은 총 손해는 약 4억 9,900만 원에 이른다).
망인은 위와 같은 문제들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중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정근거] 을 제2 내지 8, 11, 19,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J의 일부 증언, 이 법원의 D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같은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5조 제2호 본문). 따라서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따져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그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D와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① 망인은 공사의 수주율을 높이기 위해 H으로 하여금 E을 설립하도록 하였고,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H이 지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낮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았으며, 이 사건 공사를 낙찰받은 이후에는 H이 공사의 진행을 만류하였음에도 망인의 의지로 공사를 강행하였다. 또한, 공사의 현장관리 및 발주자 측과의 협의, 현장근로자 채용 및 근태관리 등 이 사건 공사 전반을 총괄하였는바, 망인은 이 사건 공사를 포함한 D의 영업 전반에 관하여 포괄적인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아 업무를 집행하였고, 회사의 주요 업무에 관하여도 의사결정을 할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은 D의 일반 직원들과는 달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에 가입된 바 없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도 않았으며,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도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았다. 망인이 지급받은 급여(월 607만 원)는 H의 급여(월 650만 원)에 근접하는 수준일 뿐 아니라, 법인카드와 업무용 차량을 제공받는 등 일반 직원들과는 차별화된 처우를 받았다.
원고는, 망인이 H의 지시에 따라 모든 업무를 수행하였고, H에게 사후 보고를 하는 등 H의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D로부터 영업 전반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였을 뿐, 지휘 · 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망인이 근로자일 것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원고의 나머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영(재판장) 조한기 이고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