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 피고인 B 주식회사의 각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가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 외국인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라 한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양자 사이의 관계를 ‘고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피고인 A, B에 대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피고인 A: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 B: 벌금 1,5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A, B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A, B은 피고인 C이 운영하는 G과 인력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을 뿐이고, 그에 따라 G은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더욱이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한 사실도 없으므로,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민법상의 ‘도급’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인 A, B은 종래와 같은 방식으로 조립 공정을 수행할 사내하도급 업체를 물색하여 G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므로, 위 피고인들에게 파견법위반의 고의가 없었고 위법성의 인식도 없었다.
양형부당
피고인 A, B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3항은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94조 제9호는 ‘제18조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규정의 문언, 형벌법규의 해석 법리, 파견법의 규율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의 ‘고용’의 의미도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고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사업주로부터 그에게 고용된 외국인을 파견받아 자신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이 금지하는 고용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도3690 판결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판결문 제8면 제2행부터 제11면 제4행 사이에서 설시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가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였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출입국관리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은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A,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문 제11면 제5행부터 제13면 제7행 사이에 설시한 사정들을 들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은 피고인 B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인 B과 사이에서 파견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파견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B 소속 R 대리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G 소속 직원들과 ‘금일 야간 근무 취소하겠습니다. 사유 : 판넬 재고 부족으로 비가동 예상’, ‘금일 전 라인 잔업 없습니다’, ‘금일 CN7 17시 종료입니다’ 등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되고, 잔업현황, 근무 및 특근계획을 정하여 위 단체 채팅방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근무 장소와 내용, 근무 종료시간 및 연장 근로 여부 등이 모두 피고인 B의 사정에 따라 결정․변경되었고, G 소속 현장소장 S 등은 위 계획에 따라 누구를 투입할지를 정할 뿐, 이를 수정할 독자적인 권한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 C은 2019. 12. 26. G의 사업자등록을 마친 다음 날 피고인 B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G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후 외국인 근로자들을 모집하여 근로 현장에 파견하였을 뿐이고, 인력관리나 이들에 대한 직업교육과 관련된 자체 기술이나 노하우를 보유한 바 없고, 이를 보유하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별도로 기울인 바도 없어 보인다. 그에 따라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직업교육 또한 피고인 B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 담당한 조립 업무는 전문성과 기술성이 결여된 단순, 반복적인 업무로 간단한 사전 안내 내지 교육을 통해서도 비교적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B이 파견 초기에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교육을 하는 외에 실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을 상대로 별도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상세히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지휘․감독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B은 매일 ‘일일인원현황’을 작성하여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과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근무 현황을 함께 관리하여 왔고,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은 B 소속 근로자들과 같은 양식의 ‘특근 신청서’(증거기록 별책 2권, 832쪽)를 사용하여 피고인 B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 관리팀 소속 J은 원심 법정에서 ‘B 소속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B의 지문인식기를 통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출퇴근을 관리하였고, 이를 G에게 보내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피고인 C은 원심 법정에서 이에 대하여 별도의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와 같이 G은 사실상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근태를 직접 관리하지 않았고, 피고인 B이 작성한 자료 등을 통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근로 상황 등을 파악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파견법위반의 고의 및 위법성 인식 여부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고(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631 판결),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➀ G에 의해 공급된 근로자들 중 일부는 ‘KEY-MAN’으로서 ‘U’에서 위 G으로 소속을 바꿔가며 계속하여 B에서 근무하여 왔고,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 B이 G에게 위와 같은 고용승계를 요구하였던 점, ➁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B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점, ➂ 이 사건 계약서에 ‘인력 도급 기간은 물량도급 전환 시까지’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실제로 생산라인 일부가 2020. 8. 1.부터 물량도급 형식으로 전환되었으나 인력공급의 방법 및 인건비 산정방법 등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던 점, ➃ 이는 결국 피고인 A, B이 이 사건 계약이 불법파견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서 불법파견으로 보이지 않기 위한 외관을 갖추려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➄ 피고인 B의 일일인원현황에 따르면, 피고인 B 소속 근로자 수는 30명 내외인 반면, G 및 AE에 의하여 파견된 근로자 수는 100명을 초과하는 등 전체 근로자 수 대비 파견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파견받아 위 조립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되고, 설령 피고인들이 위 행위가 파견법에 위반되는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다고 평가되므로,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그릇 인식하였거나 그러한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인 A, B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판결 선고 후 피고인들의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원심판결의 양형이유와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거운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 A, B 주식회사와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봉수(재판장) 심현욱 박원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