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3. 5. 18. 선고 2022노635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1>

가.

피고인들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소정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조항 또는 직접고용의무조항에 따라 파견근로자인 피고인들은 사용사업주인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 내지 이와 동일․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 회사 본관(이하 ‘이 사건 본관’이라 한다)에 출입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 있어,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본관 주차장 혹은 3층 복도에 들어간 행위 태양 및 그 이후의 경과 등을 보면, 사실상의 평온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인들은 불법파견에 대한 시정조치를 조속히 이행하라는 정당한 요구조건을 전달하기 위하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본관에 출입할 권한이 인정되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사내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J(이하 ‘J’라 한다) 소속 근로자였는데, J는 2020. 8. 24. 폐업한 사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울산지청장은 2020. 12. 28. 피해자 회사 대표이사에게 J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2021. 1. 28.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과 사이의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위 시정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던 점, 피고인들도 피해자 회사에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면서 J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인 2021. 1. 4.경부터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이 사건 본관 앞 도로에서 집회를 하여 왔던 점, 피고인들은 2021. 3. 10.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을 제기하였던 점(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17143호)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피고인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본관을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당연히 생긴다고 볼 수 없으므로(더욱이 어떠한 경우에도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이 사건 본관을 침입할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사실상 평온상태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1)

건조물침입죄에서 건조물이라 함은 단순히 건조물 그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위요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위요지란 건조물에 직접 부속한 토지로서 그 경계가 장벽 등에 의하여 물리적으로 명확하게 구획되어 있는 장소를 말한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6484 판결 등 참조). 한편,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출입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중이 고함이나 소란을 피우면서 건조물에 출입하는 것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 판시 피고인들의 출입행위는 피해자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이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이를 통상적인 출입방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

가)

이 사건 본관은 담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차단되어 피해자 회사가 통제․관리하는 건조물로서, 출입문을 개방해 놓고 있을지라도 이는 업무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점이라거나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다.

나)

피고인들은 2021. 1. 4.경부터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이 사건 본관 앞 도로에서 집회를 하였다.

다)

피고인들(피고인 C 제외)을 포함한 30여 명의 근로자들은 2021. 1. 15. 12:00경 15명의 회사관계자들이 1열로 서서 철제출입문 입구를 막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본관 내부로 들어가 본관 앞 계단과 주차장을 점거하고 약 30분간 농성을 하였다.

라)

피고인들을 포함한 20여 명의 근로자들은 위 다)항과 같이 회사관계자들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한 적이 있었음에도 2021. 1. 19. 07:40경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피해자 회사의 답변을 듣기 위해 또다시 이 사건 본관에 들어가 같은 달 21. 12:00경까지 3층 복도를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지속하였고, 그 후 약 30분간 본관 주차장에서 선전전을 가진 후 12:30경 해산하였다.

다.

위법성 조각 여부

1)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도8683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들의 행위가 J의 위장폐업과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피해자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한 것이어서 그 목적이나 동기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2021. 1. 15.에는 회사관계자들이 피고인들(피고인 C 제외)의 회사 내부 진입을 제지하였음에도 이 사건 본관 건조물에 침입하였고, 2021. 1. 19.에는 피해자 회사 본 부장 등과의 면담을 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무작정 이 사건 본관에 들어가 3층 복도를 점거하였던 점,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피고인들의 근로지지 위확인 등 소송을 제기하여 위 소송이 계속중인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 내부로 들어간 경위와 과정, 피고인들과 함께 피해자 회사 내부로 들어간 인원의 규모, 진입 과정에서 해산할 때까지의 피고인들의 행위 태양, 피고인들이 이 사건 본관 건조물을 침입한 시간과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시 각 건조물 침입행위가 그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거나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 데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원근(재판장) 이봉수 심현욱

각주1)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후인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항소이유를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라고 밝혔으나, 위 사실오인 주장은 적법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전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