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3가합1222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자동차 부품의 생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0.1. 6. 피고에 입사하여 생산팀(1라인) 사원으로 근무해 온 근로자이다.

나.

피고는 2023. 6. 1. 피고의 노동조합 측으로부터 '외국인 여성근로자들이 원고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였다고 한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다. 피고가 '사내 도급사 여직원 성폭력 관련 조사'라는 제목으로, 2023. 6. 8.경까지 조사한 사항 및 향후 일정을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을 '이 사건 성폭력 피해'라 한다).

다.

피고는 2023. 6. 9. 원고에게 '대표이사가 징계의결을 요구하여 2023. 6. 16.10:00 본관 2층 회의실에서 징계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니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소명할 것'을 통지하는 '징계위원회 개최안내 및 참석통지' 및 '출석통지서'를 교부하였다.

라.

피고는 2023. 6. 16.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외국인 여성근로자에 대한 성폭력이 있었고 이는 단체협약 제36조 제8항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해고(해고일 : 2023. 6. 26.)를 의결하고, 원고에게 이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해고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재심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3. 6. 19. 원고에게 재심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통보하였다. 피고는 2023. 6. 23. 재심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로부터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소명을 들었으나, '이미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양형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였고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원심과 같이 이 사건 해고처분을 의결하고, 원고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바.

피고의 2022년도 단체협약 중 이 사건 해고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해고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해고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의 근로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일 다음 날인 2023. 6. 27.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매달 이 사건 해고처분 직전 3개월 동안 원고가 수령한 월 평균임금액인 6,603,657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징계사유의 불분명

이 사건 단체협약 제39조 제1항은 "조합원을 징계하고자 할 때에는 징계사유를 명시하여 해당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고는 징계사유를 알 수 없어 실질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

나.

징계사유의 부존재

피고는 원고가 외국인 여성근로자에 대하여 성폭행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으나, 원고는 위와 같은 성폭행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

다.

징계재량 일탈·남용

피고는 2022. 8.경 동료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다른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보다 경미한 징계를 한 적이 있는데, 위 사안과 비교하면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3.

판단

가.

징계사유가 불분명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2.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절차는 원래의 징계절차와 함께 전부가 하나의 징계처분절차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징계과정 전부에 관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래의 징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재심과정에서 보완되었다면 그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대법원 1992. 9. 22. 선고 91다36123 판결 참조).

2)

판단

갑 제4, 5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39조 제1항은 조합원을 징계하는 경우 징계사유를 명시하여 징계위원회 개최 7일 전까지 징계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 그런데 피고가 2023. 6. 9.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한 서면인 '징계위원회 개최안내 및 참석통지' 및 '출석통지서'에는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2023. 6. 16. 교부한 이 사건 해고처분 통보서에도 징계사유는 첨부된 회의록에 '외국인 여성근로자에 대한 성폭력이 있었다.'라는 취지로만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8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징계위원회 개최 7일 전에 이미 피고 노조사무장 H, 노사협력팀장 I 등을 통하여 징계사유를 별도로 고지받은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설령 원고가 당초 징계사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징계위원회와 재심징계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응할 기회도 충분히 제공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징계위원회 개최 통지서 및 이 사건 해고처분 통보서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를 누락하였거나 다소 간략히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 제39조 제1항 내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피해자들(외국인 여성근로자 C, F)은 2023. 6. 1. 생산팀 근로자 J에게 이 사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고, J는 노동조합 노안부장 K에게, K은 노조사무장 H에게 차례로 그 내용을 전달하였다. H은 그와 같이 신고를 받은 당일인 2023. 6. 1. 피해자들과 원고를 각각 면담하였고, 피해자들은 H에게 구체적으로 이 사건 성폭력 피해 내용(C의 경우 2022. 10.경, 2022. 12.경, 2023. 5. 27.경 발생한 사건, F의 경우 2023. 6.1. 발생한 사건)을 전달하였으며, H은 이와 같이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재차 원고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였다.

②

한편 노사협력팀장 I도 2023. 6. 1. 노동조합 측으로부터 이 사건 성폭력 피해에 대한 연락을 받고 조사에 착수하였다. I는 2023. 6. 2.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성폭력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진술서를 교부받고, 그 후 2023. 6. 8. 10:00경 원고를 면담하였는데, 당시에도 피해자들이 작성한 진술서에 기재된 내용에 기초하여 원고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복되었다.

③

이와 같이 원고는 징계위원회가 개최된 2023. 6. 16.로부터 7일 전인 2023. 6. 1.과 2023. 6. 8. H, I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 사건 성폭력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39조 제1항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유를 명시하여 사전 통지하도록 한 취지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징계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징계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게 하고, 근로자에게도 그 징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별도로 징계사유가 고지되어 원고가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알고 있었던 이상 위 규정에서 의도한 목적은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이 사건 해고처분 통보서에 첨부된 회의록에는 다소 간략하기는 하나 '외국인 여성근로자에 대한 성폭력이 있었다.'라는 취지의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원고는 적어도 재심절차에 이르러서는 위 징계사유 및 앞서 피고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피해자들의 이 사건 성폭력 피해 진술 내용을 기초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는 당시 실제로는 징계혐의를 인정하면서 선처를 구한다는 취지로 대응하였다.

나.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갑 제7, 8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성폭력 피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정당하다.

①

F은 2023. 6. 1. 12:00경 L 서브 작업을 하고 있던 중 원고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면서 가슴과 엉덩이를 치려는 자세를 취하여, 너무 놀란 나머지 '나한테 이러지 말라.'라고 소리쳤고, 그 직후 생산팀 근로자인 J에게 이러한 피해사실을 알리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C도 원고가 2022. 10.경과 2022. 12.경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적이 있었고, 2023. 5. 27.에도 또다시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는 행위를 반복하였는데, 며칠 뒤인 2023. 6. 1. F이 위와 같이 원고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당하게 되자 자신도 F과 함께 J를 찾아가 이전의 피해사실을 알리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신고 경위는 즉각적이고, 자연스러우며, 당시 피해자들로부터 최초로 피해사실을 전달받은 J가 사실확인서를 통해 "(피해자 F이) 얼굴이 벌개져서, '이모, 아저씨가때렸다'고 했다. 시늉만 했다고 했다. 노안부장 전화했다.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진술한 내용과도 부합한다.

②

피고의 노사협력팀장 I는 2023. 6. 2.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성폭력 피해에 관한 진술서를 제출받았다. C가 작성한 진술서에는 "2022. 10.경 2~3일 정도 처음 출근했다. 나는 PWR에서 일하고 있는데 원고가 내 뒤로 와서 엉덩이를 때렸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2022. 12. L LH 부서에서 원고가 경고 없이 엉덩이를 때렸다. 그래서 나는 '안 돼. 이러지 마. 하지 마.'라고 말했다. 2023. 5.27. L LH 부서에서 창밖을 보는데 원고가 엉덩이를 때렸다. 너무 놀라서 친구에게 말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F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2023. 6. 1. 12:00 LH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데 원고가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엉덩이로 달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서 그 남자에게 '나한테 이러지 마.'라고 계속 말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는 최초 피해자들을 면담한 H이 피해자들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피해내용과도 거의 일치한다. 또한 C와 F은 2024. 2. 13.에도 진술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진술서에서 C는 "원고가 2022. 10. 5. 뒤로 와서 손으로 엉덩이를 만졌다. 그가 진심으로 한 행동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두 번은 안하겠거니 하면서 지나쳤다. 2022. 12. 19. 일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원고가 저의 뒤로 와서 손으로 제 엉덩이를 또 만졌다. 원고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원고는 웃으면서 손으로 제 어깨를 쳤고 저도 주먹으로 원고의 어깨를 쳤다. 원고에게 경고를 했기에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2023. 5. 28. 일 정리 중 창문으로 가는데 원고가 저의 뒤로 와서 손으로 엉덩이를 쳤다. 이번에 저는 동료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이야기했다. 매번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저는 친구에게 얘기했고 제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협박할까봐 매우 두려웠다. 원고는 한국인이고, 저는 불법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2~3일이 지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같이 일하는 이모에게도 말해서 원고에게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다. 원고가 잘못했다는 생각 없이 계속해서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 저는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는 게 매우 부끄럽고, 왜 빨리 신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부끄러웠다. 원고가 공장에서 나가고 나서 공장에 있는 사람에게 저를 찾으면서 제가 어디 사는지 어디 머무는지 묻는다고 하여 매우 두려웠다. 제 친구가 이야기하기를 M이라는 인도 직원이 그랬다는데 원고가 이런 식으로 자주 찾아왔다고 했다. 저는 일 끝나고 원고가 저를 찾아올까 매우 두렵다.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원고가 저에게 어떠한 위협도 하지 않고,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 좋겠다."라고 하고, F도 "2023. 6. 1.12:00경 당시 저는 정상 근무 중이었고 에어브레이크 차량을 밀면서 주차하고 있었다. 차량을 돌리는 당시 원고가 저에게 달려오면서 제 가슴과 엉덩이를 치는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제가 놀라서 빨리 뛰어 내렸기 때문에 몸에 닿지는 않았다. 저는 원고를 욕하면서 이러지 말라고 소리쳤다. 원고는 저에게 조용히 하라고, 시끄러운 소리 내지 말라고 했다. 원고가 처음으로 이런 행위를 하고 저는 같이 일하는 아줌마에게 신고했다. 나는 매우 위험을 느끼고 인생에 수치심을 느낀다. 원고가 나간 이후 제가 사는 곳을 찾았다. 동료들이 저에게 이야기를 했고 N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이야기를 했다. 원고가 두렵고 위험한 일을 저지를 것 같다."라고 하여, 사건이 발생한 당시 상황과 그 후의 경과, 피해자들이 느낀 감정을 보다 상세하게 기재하였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진술내용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C가 3차례에 걸쳐 원고의 추행을 감내한 것은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열악한 지위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대응양상으로 보이고, F이 원고가 자신의 엉덩이 쪽으로 달려왔지만 몸에 닿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부분도 피해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한 내용으로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 지위에 있던 피해자들이 자신들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원고를 무고할 동기도 찾을 수 없다.

③

원고는 2023. 6. 1. H과의 면담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엉덩이를 몇 번 만진 사실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2023. 6. 8. I와의 면담에서도 '의도적으로 신체를 만진 적은 없으나, 터치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날짜, 횟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인정하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위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징계 및 재심절차에서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선처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고의 진술 태도나 입장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들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원고는 재심절차에서 이 사건 해고처분이 그대로 인정된 후인 2023. 7. 3. I와의 전화통화에서 "하기야, 그런데, 아니 한 번은 들켜가, 내 것은 한 번을 들켜가 있었고, 그래 내뺐는지 모르는, 아 툭 쳤는 거 한 번 있었고, 터치된 거. 근데 그런데 나 의심이 쪼까 그 사건 터지기 전에 27날 뭐 창문을 보고 있었는데 툭 쳤다 하는데. 쪼매 걸리네. 그게 바로 진술이 들어가서. 나는 한 번밖에 안 했고 터치한 부분은 있었고, 이래 말했는데, 그게 날짜가 27일이 있고 뭐 12월 달이 있고 이렇게 죽 되어 있네요."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한 번 툭 쳤다가 들켰다고 하는 사건은 원고가 2022. 12.경 C의 뒤로 접근하여 기습적으로 엉덩이를 만졌다가 C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 혐의를 부인하는 부분은 원고에 대한 징계수위가 재심절차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자 C가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던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재차 다투려는 취지로 보인다.

④

한편 원고는, 피해자들이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아 평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어폰을 착용한 채 작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작업을 지시하거나 독려하던 과정에서 신체 일부를 접촉하게 된 것이지, 성적인 의도로 접촉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해자들은, 원고가 뒤에서 접근하여 갑자기 엉덩이를 만졌다거나, 원고가 가슴과 엉덩이 쪽을 만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달려들었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 및 피해를 당한 신체 부위를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가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을 시도한 것은 객관적으로 성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36조 제8항의 징계사유인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참조).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원고가 외국인 근로자들(C 1998년생, F 1993년생)을 상대로 수차례 엉덩이 등 신체를 만진 것으로서 이는 강제추행에 해당될 수 있을 정도로중한 사안이다. 원고는 불법체류 외국인이자 하도급 업체의 근로자로서 이중으로 상대적 약자의 지위에 있었던 피해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여 장기간 반복적으로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

원고의 비위행위는 동료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사의 근무환경과 사업수행에도 해악을 가져올 수 있고, 피해자들이 고용된 협력업체와의 신뢰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

한편 을 제7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처분과 유사한 사안으로 보이는 O의 '성폭력 및 직장내 괴롭힘 금지 위반'의 경우 2022. 10. 25.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어 해고 여부에 대해 투표를 실시하였으나 그 투표에서 찬성 4표, 반대 4표로 동수가 나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징계인 '출근정지90일 처분'이 내려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위 사안은 피해자가 1명이고, 접촉한 신체 부위도 엉덩이와 같이 노골적이고 민감한 부분은 아니었으며, 회식 강요 등이 문제되었던 사안이어서 이 사건보다 징계 수위가 낮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처분의 징계수위가 위 사안과 비교하여 한 단계 높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형평의 원칙에 반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형평성에 어긋나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해고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임금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목(재판장) 황지현 김은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