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3. 9. 13. 원고에게 한 장해등급 재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 소속 근로자였던 원고는 2006. 4. 9. 전등 이설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여 그 부상으로 '척추파열골절(흉추12/요추1번), 척추전방탈구(흉추12/요추1번), 다발성 척추골잘(제1/2/3요추 횡돌기, 12흉추 횡돌기), 척수손상, 경막파열, 요추신경절단, 복부좌상, 신경인성 방광, 하지부전마비'(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08. 5. 26.까지 요양을 한 후 2008. 6. 19. 장해등급 제2급 제5호로 결정되어 그 무렵부터 장해보상연금 등을 지급받았다.
원고는 2014. 2. 14. 피고로부터 장해등급 재판정을 받고, 위 최초 장해등급과 동일한 제2급 제5호로 결정되었다(이하 위 최초 장해등급 결정과 재판정 장해등급 결정을 통틀어 '종전 처분'이라 한다).
피고는 이후 원고의 종전 처분 당시 장해상태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2023. 9. 13. 원고의 위 기존 장해등급 제2급 제5호를 취소하고, 제3급 제3호로 다시 장해등급을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3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이 사건 처분이 법령상 근거 없이 이루어져 위법한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행정행위의 취소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행정행위를 그 행위에 위법 또는 부당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키는 별도의 행정처분으로, 행정청은 장래를 향하여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할 수도 있고, 종전 처분과 양립할 수 없는 처분을 함으로써 묵시적으로 종전 처분을 취소할 수 있으며(대법원 1999. 12. 28. 선고 98두1895 판결 등 참조),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두16111 판결 참조).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장해등급을 새롭게 결정하는 것으로 기존 장해등급에 관한 종전 처분을 묵시적으로 취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종전 처분에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이를 취소하고 취소된 행정행위가 이루어졌던 당시를 기준으로 다시 장해등급 결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기존 장해등급을 취소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처분사유 존재 여부-종전 처분의 하자 여부
행정행위의 취소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행정행위를 그 행위에 위법 또는 부당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키는 별도의 행정처분으로, 행정행위의 취소사유는 행정행위의 성립 당시에 존재하였던 하자를 말한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두11959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이 법원의 C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을 제1, 2, 6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종전 처분 당시 원고의 장해등급이 제2급 제5호에 미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별표 6]은 제2급 제5호를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수시로 간병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48조 [별표 5]는 제5항 가목 2)에서 이를'고도의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장해로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의 처리동작에 수시로 다른 사람의 간병을 받아야 하거나 치매, 정의의 장해, 환각망상, 발작성 의식장해의 다발 등으로 수시로 다른 사람의 감시가 필요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원고는 2008. 6.경 양측 하지 불완전마비, 3/5 정도 근력이나 보행은 불가하고, 배뇨, 배변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다. 2014. 2.경에는 척수 및 척추손상 후 하반신마비, 소변장해로 CIC, 간헐적 야뇨증을 호소하며 수시로 간병을 요하는 상태였다.
피고는 원고가 2015. 5. 14.자 운전면허 적성검사에서 신체운동능력평가 결과 합격 판정을 받은 점. 원고가 2022. 5. 10.부터 2023. 1. 3.까지 촬영된 동영상에서 스스로 휠체어에서 내려 자동차 뒷좌석에 올라타고, 휠체어를 접어 넣은 뒤 앞좌석으로 이동하는 점, 2017. 7. 1.부터 2018. 7. 17.까지 주식회사 E에 취업한 점 등 을 들어, 종전 처분에 하자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먼저 위 운전면허 적성검사에 대하여,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는 당시 원고의 상태가 산재보험법상 수시반경이 필요한 경우라고 해석하기 어려운 요소의 하나라고 사료된다는 견해를 제시하였고, 이 법원의 신체감정의는 원고에게 당시 일반 차량을 운전할 수 있을 정도의 하지근력이 있었던 것만 가지고 산재보험법상 수시 간병이 필요한 경우라거나 아니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또 위 각 동영상에 나타난 원고의 모습에 대하여, 위 진료기록감정의는 배뇨장애 등 기타 요소를 평가하기 위한 추가적인 신체감정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하지마비에 대한 원고의 장해등급이 제5급 제8호에 해당한다고 사료된다는 견해를 제시하였고, 위 신체감정의는 위 각 동영상의 내용을 원고에 대한 검사 결과와 종합할 때 원고의 실제 장해상태에 부합하는 장해등급은 제3급 제3호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 운전면허 적성검사, 각 동영상에 나타난 원고의 이동 모습, 원고가 일시적으로 취업하였다는 사정 등은 모두 종전 처분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위 진료기록감정의에 따르면, 완전 척수마비 환자와 달리 부분 척수마비 환자는 통상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수에서 호전을 보이고, 부분 척수마비는 시간에 따라마비 정도가 변할 수 있다.
위 진료기록감정의는 최초 장해등급 결정 시와 장해등급 재판정 시 원고가 호소한 증상을 객관적으로 입증 또는 배척할 만한 자료가 없어 감정 시점에서 종전 처분의 장해 판단이 적절하였는지 알 수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 또한 위 신체감정의는 제출된 자료만으로 최초 장해등급 결정 시와 장해등급 재판정 시 원고의 장해상태를 판정한 피고 자문의들의 결정을 바꿀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