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1. 1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4. 8. 1.부터 B 주식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노원구 소재 C아파트(이하 '이 사건 근무지'라 한다)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원고는 2024. 9. 8. 05:44경 출근길에 평소 사용하던 자전거를 운전하여 부천시D 소재 사거리에서 별지1 그림과 같이 횡단보도 적색신호에 E성당 쪽 인도에서 F 쪽횡단보도로 진입하여 횡단하던 중 진행 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직진하는 그랜드 스타렉스 차량(이하 '상대차량'이라 한다) 전면부를 자전거로 충격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우 상완골 외과목 골절, 폐쇄성' 등(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24. 10. 30.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는 출근 중 발생한 사고로 확인되나 사고 경위 및 원인 등 제반사항을 고려할 때 원고의 법령위반행위가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되어 관련법령 등에 근거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24. 11. 12. 원고에게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의 교통법규 위반행위는 중대한 법규위반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 및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37조 제2항 본문이 적용될 수 없다.
판단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원고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되는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한편, 별도로 제2항 본문에서 '근로자의 범죄행위'를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로 들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및 상병이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였다는 점은 요양급여지급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과 같이 피고가 원고의 권한 행사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린 경우 그 권한 행사를 저지하거나 권한 자체를 상실시키는 규정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는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징벌적·보험정책적 의미에서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산재보험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험급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표적 사적(私的) 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규정 사고들을 보험사고로 받아들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은 사고 및 부상의 발생 원인이 단순히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법리와 같이 해당 사고 및 부상이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실질적인 기준으로 삼아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사고 및 상병의 원인이 원고의 신호위반 또는 통행방법위반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위반행위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는 2024. 8. 1.부터 1일 24시간(9:00부터 다음날 9:00까지) 격일제로 근무하였고, 원고의 주거지에서 이 사건 근무지까지는 자전거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약 1시간41분이 소요된다. 여기에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의 연령이 76세였던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또는 판단착오로 신호를 위반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운전자로서 준수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해태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가 사전에 자신의 신호위반 또는 상대차량의 진행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 내지 감수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CCTV나 블랙박스 영상 등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