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3. 10. 26.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2. 6. 13. 주식회사 B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울산 울주군 C 소재 주식회사 D 울산공장(이하 '이 사건 근무지'라 한다)에서 생산 업무에 종사하던 사람이다.
원고는 2023. 4. 28. 05:13경 출근길에 평소 사용하던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울산 남구 1511 두왕사거리에서 적색 신호에 남창로 방면에서 산업로 방면으로 사거리에 진입하여 진행하던 중 진행 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직진하는 I30 승용차(이하 '상대차량'이라 한다)의 운전석 사이드 미러와 앞범퍼를 오토바이로 충격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개방적 두개골 골절(복합함몰), 외상성 경막외 혈종 우측궁륭부, 우측 안와 골절, 우측 측두골 골절, 우측 관골궁의 골절, 흉추5번의 압박골절, 경부 척추의 염좌, 첫 번째 늑골의 골절(폐쇄성 양측 1st)'(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23. 5. 15.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 사실은 확인되나, 위 사실은 전적으로 원고의 행위(범칙 ·위반행위 포함)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이므로 관련 법령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3. 10. 26. 피고에게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하였으나 2024. 4. 25. 기각되었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4. 11. 27.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11, 12호증, 을 제1,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독감으로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졸음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복용하고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적색 신호를 보지 못한 채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되었고, 이는 원고의 출근을 위한 운전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구체적인 판단
도로교통법 제5조 제1항은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56조 제1호는 "제5조를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는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에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 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 내지 10, 14, 15, 17 내지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근무지에서 생산직 근로자로서 3인 1조를 이루어 주간 4일근무, 휴무 2일, 야간 4일 근무 형식으로 3조 2교대 근무를 하였다. 주간 근무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휴게시간 1시간 포함), 야간 근무시간은 20:00부터 다음날 05:40까지(휴게시간 1시간 40분 포함)이다.
이 사건 사고 발생 3-4일 전부터 원고가 속한 팀의 근로자 전원에게 감기 증상이 있었다. 원고는 증상이 가장 심하여 2023. 4. 25. 15:00경 조퇴하여 병원에서 독감을 진단받고, 8종의 약(에이스타정, 록스핀정, 씨투스정, 리노에바티스서방캡슐, 코 프로진정, 알바스테인캡슐, 타미플루캡술,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을 처방받은 후2023. 4. 26., 27. 이틀 동안 독감을 이유로 연차를 사용하였다.
이 사건 근무지는 3인의 근로자가 한 팀으로 주간 또는 야간 근무시간대의 전체 생산공정을 책임지는 구조로, 원고가 조퇴 및 연차를 사용한 기간 동안 원고가 속한 팀의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근로자가 해당 근무시간대의 생산 업무를 모두 수행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전날인 2023. 4. 27. 23:00경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잠들었다가, 위 사고 당일인 2023. 4. 28. 05:00경 같은 팀 동료로부터 휴대전화로 세 차례 연락이 오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 05:01경 위 동료에게서 "오늘 출근하니?ㅎ" 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원고가 "옙~~"이라고 답하자 위 동료는 "내가 좀 쉴게ㅎ나도 감기 걸려가 죽겠다s"라고 답하였다. 원고는 이후 주거지에서 이 사건 근무지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도중 05:13경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이 사건 사고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갑 제14, 15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위 사고 장소인 교차로의 원고 진행방향 우측에서 상대차량이 신호에 따라 직진을 시작한 지 약 4초 후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오토바이 앞부분으로 위 차량의 운전석 앞 부분을 그대로 충격하고 오토바이에서 튕겨 나와 공중으로 튀어 오른 후 그대로 지면에 부딪히게 되었다. 당시 원고의 운행 속도는 시속 51-61km, 상대차량의 속도는 시속 0-20km 였다.
원고는 평소 이 사건 사고 장소인 교차로를 통해 출퇴근을 해 온 것으로 보여 위 교차로의 구조나 신호의 차량 진행 방식 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그럼에도 원고는 진행 방향의 전방 신호가 한참 전에 적색 신호로 변경된 상태이고, 교차하는 차로에서 상대차량이 직진 신호에 따라 서서히 직진을 하는 상태였음에도 교차로 진입 시부터 위 차량과 충돌하는 순간까지 오토바이의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위 차량과 충돌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경위와 양상, 사고 직전 원고의 운전 태양, 사고 직후 원고의 신체가 오토바이에서 튕겨 나와 지면에 부딪히기까지의 과정 등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사고 장소인 교차로에 진입할 때 원고는 전방 신호가 적색으로 변경된 사실 및 진행 방향과 교차하여 상대차량이 직진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원고가 교차로에서 자신의 신호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보며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변경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위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고, 사고 영상을 열람한 후 신호위반을 인정하였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블랙박스를 부착한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원고를 위 사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한 구급대원에 따르면 원고는 이송 도중 계속 블랙박스를 찾아 달라고 하였다.
앞서 본 사정과 원고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고 신호를 위반하면서까지 이 사건 사고 장소인 교차로를 통과해야 했던 급박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원고가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교통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고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과 관련된 행정처분을 받은 적도 없는 점, 원고가 위 사고 전날 밤 8종의 약을 복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순간적인 졸음운전이나 집중력 저하 또는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교통신호를 위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통사고의 위험 또는 발생 가능성은 오토바이나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다. 교통사고 대부분이 순간적인 판단 잘못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업무로 인한 과로 등에서 비롯된 졸음운전이나 집중력 저하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는 점, 교통사고 이후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이 놓이게 되는 가혹한 상황, 산재보험법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이 사건 사고가 산재보험 급여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 그 불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