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고양시 일산동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 상시근로자 3명을 사용하여 건축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업체에서 2014. 7. 1.부터 2015. 5. 31.까지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D의 임금 10,900,00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과 변호인은, D는 피고인 및 건축주인 E의 매형으로서 공사현장에 드나들며 자발적으로 공사에 관여한 것일 뿐, 피고인이 임금의 지급을 조건으로 D를 고용하여 사용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D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 D의 이름이 표시된 노무비지급명세서 및 공사비지출내역서의 기재 내용, D가 현장 관리 감독을 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된 피고인이 작성한 이 사건 공사 관련 민사소송의 준비서면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D에게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D를 이 사건 공사의 현장 관리·감독업무 담당자로 고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가 피고인과 건축주 E의 매형으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 드나들며 자신의 경험을 이용하여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공사의 진행에 관여한 정도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매월 3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D를 고용하여 사용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으로부터 설비 부분을 하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한 F은 이 법정에서 D가 단순히 동생이 건물 짓는 것을 도와주러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D가 현장 감독으로서의 업무를 하거나, D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거나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공사의 설계를 맡은 G의 경우 이 법정에서 D와 함께 설계 관련 의논을 하거나, D의 관여로 설계비를 감액해주기도 하였다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D가 현장 관리감독자로서 어떤 업무를 하였는지에 관하여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D는 공사 시작 무렵 400만 원을 지급받았을 뿐인데, 그 이후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채 약 10개월 동안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며,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채무 관계에 대하여 약 1,500만 원 상당을 별다른 이의 없이 변제한다거나,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막연히 잘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며 굳이 미지급 임금에 대하여 문제 삼지 않고 있었다는 것 또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D의 진술과 같이 D가 2014. 7. 1.부터 2015. 5. 31.까지 11개월 동안 거의 매일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작업 상황을 확인하는 등으로 현장관리·감독자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였다면, 그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작성된 객관적인 자료 또한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관련하여 제출된 자료는 2015. 5. 16. 및 2015. 5. 18.자 작업확인서 2매에 불과하다.
D의 이름이 표시된 노무비지급명세서에는 각 근로자별 월별 출석 일수 및 노무비 단가, 이를 기초로 산정된 노무비 총액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그 자체로 D가 주장하는 근로계약 내용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노무비 지급대상이 될 수 없는 피고인 또한 근로자인 것처럼 기재되어 있는바, 비용처리 등을 위해 친인척들의 이름을 이용하여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일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관련 민사소송 준비서면의 기재 내용 또한 E이 H 등의 사실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한 것에 대하여 위 H 등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으며, 공사 현장에 있었던 D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취지에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일 여지 또한 없지 않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 공시 취지의 선고는 하지 않는다.
판사 김병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