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지상파 채널인 E를 운영하는 방송사업자이고, F(이하 ‘이 사건 진흥회’이라 한다)는 피고의 최대주주로서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원고 A은 1985년경 피고에 입사하여 약 33년간 근무하던 중 2017. 2. 27.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었고 2017. 3. 7.경 임원선임 등기가 마쳐졌다. 원고 A은 피고의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8. 1. 1. 피고에게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원고 B는 1987년경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다가 타 방송사 근무 및 피고의 자회사 임원으로 근무한 것을 거쳐 2015. 3.부터 다시 피고에서 근무하던 중 피고의 2017. 2. 27.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었고 2017. 3. 7.경 임원선임 등기가 마쳐졌다. 원고 B는 피고의 경영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8. 1. 3. 피고에게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원고 C은 1986. 11. 15.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약 32년간 근무하던 중 피고의 2017. 2. 27.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었고 2017. 3. 7.경 임원선임 등기가 마쳐졌다. 원고 C은 피고의 방송인프라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8. 1. 3. 피고에게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정관 제26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이사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3년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주장의 요지
아래와 같이 원고들의 사임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비록 피고가 원고들의 사임서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은 원고들을 해임한 것이므로, 주위적으로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위임계약이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정관상 3년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종료되었으므로, 제1 예비적으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임계약 부당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원고들은 2017. 12. 13.경 피고의 경영지원국장 G으로부터 대표이사 H의 사퇴요청을 전달받았다. 피고의 주주총회는 2017. 12. 13. 신임 사내이사 6명을 선임하고 원고들과 이사 I, J, K 등 기존 사내이사 6명을 무보직으로 발령하는 결의를 하였다. 그 후 피고는 원고들을 무보직으로 발령하여 하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원고들에게 구형 노트북을 지급하였고, 법인카드 특별감사, 법인차량과 법인카드 회수, L노동조합을 이용한 출퇴근 저지 및 업무방해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사퇴를 강요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진흥회가 피고의 임원 인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피고 및 이 사건 진흥회의 강압에 외포되어 어쩔 수 없이 사임서를 제출한 것이다.
원고들에게는 경영상의 잘못이나 개인적인 과오가 없었고, 피고의 정관에서 보장된 3년의 임기가 만료되지도 않았다. 원고들은 전혀 사임할 의사가 없었으나, 피고의 대주주인 이 사건 진흥회 이사회, L노동조합, 피고 대표이사의 행위가 결합된 강요 또는 비진의 의사표시로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설령 주위적 청구, 제1예비적 청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의 대표이사, 이사회, 피고의 대주주인 이 사건 진흥회, 피고의 직원들인 L노동조합 구성원들의 강압 등 불법행위에 의하여 사임의사를 표시를 하였으므로, 제2예비적으로 피고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 민법 제76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피고는 주위적 청구 또는 제1, 2예비적 청구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잔여 임기 26개월 동안의 보수액 합계 507,000,000원(= 월 보수액 19,500,000원 × 2018. 1.부터 2020. 2.까지 26개월)과 퇴직급여액 156,000,000원의 합계 66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스스로 사임서를 제출하였던 것일 뿐이어서 원고들의 사임서 제출이 비진의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 또는 피고의 직원들이 원고들에게 사임서 제출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
원고들은 사임서를 제출한 2018. 1. 1. 또는 2018. 1. 3.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2. 12. 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취소권 행사의 제척기간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 기간이 모두 도과하였다.
판단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는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주식회사의 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따라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의원면직의 형식으로 해임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다3298 판결).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이 2018. 1.경 피고 측에 사임서를 제출함으로써 피고의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임기만료 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되었음을 이유로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주위적 청구 및 제1, 2 예비적 청구의 강박 내지 강요에 의한 불법행위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주위적 청구 및 제1 예비적 청구와 관련하여 피고가 사임서를 제출하도록 강요 또는 강박하여 사임서를 제출한 것이거나 그와 같은 사임서 제출행위가 비진의 의사표시이므로 실질적으로 주주총회에 의하여 해임된 것과 같이 평가하여야 한다거나, 피고가 위임관계를 그 약정 기간 내에 종료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한다거나, 주장하는 강요 또는 강박이 불법행위이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아래에서는 원고들의 청구에 모두 공통되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사임서를 제출하도록 강요 또는 강박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든 증거, 갑 제2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M, N, G, O, P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피고의 대주주인 이 사건 진흥회 이사회의 결의가 피고 주주총회 결의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점, 이 사건 진흥회 이사회에서 원고들의 이사직 해임을 논의하고 있었던 점, 피고 이사회에서 원고들을 무보직 이사로 발령하고 원고들에게 일시적으로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점, L노동조합이 원고들을 포함한 당시 대표이사 및 이사들의 해임을 요구한 점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9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M, N, G, O, P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사임서 제출을 강요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피고나 이 사건 진흥회, L노동조합으로부터 어떠한 해악을 입을 것을 두려워하여 어쩔 수 없이 사임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은 내용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 내부의 조치
피고의 주주총회에서는 2017. 12. 11. 임시 주주총회에서 6명의 신임이사를 선임하였고, 피고는 2017. 12. 13.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사 보직 호선에 관한 논의를 하였다. 위 이사회에서 6명의 신임이사들에게 보직을 부여하고, 원고들을 포함하여 기존에 보직을 맡고 있었던 이사 6명의 보직을 해임하는 결의를 하였다. 위 결의는 보직해임된 6인의 이사를 포함한 출석한 이사 13명 전원의 동의로 의결된 것으로 의사록이 작성되었는데, 원고들은 모두 위 의사록에 자필서명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는 신임이사 선출에 따라 이사의 보직 순환을 위하여 원고들의 보직해임을 결의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도 위 결의에 대하여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피고 대표이사가 위 이사회결의 후 2017. 12. 13. G 경영지원국장을 통하여 이 사건 진흥회에서 원고들이 사임을 원한다는 취지를 대표이사에게 전달하였다면서 원고들에게 사임의사가 있는지 타진한 사실은 있다. 원고들은 당시 사임하는 경우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지에 관하여 이 사건 진흥회가 주주로서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였다. 당시 원고들과 동석하였던 J 이사는 ‘사임서를 제출하면 추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고, 금전적 보상을 확언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밝혔다. 이와 같이 원고들은 사임서 제출로 인한 법률적 효과를 인지하고 있었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피고 대표이사에게 타진할 정도로 의사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피고가 원고들을 하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원고들에게 구형 노트북을 지급하였다거나 법인차량과 법인카드를 회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조치들은 원고들이 수행하던 보직을 새로 맡게 된 신임이사들에게 업무설비 등을 지원해주는 과정에서 무보직이었던 원고들에게 행해진 임시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당시 이사로서 보직 변경에 찬성하는 이사회 의사록에 서명하였고, 뒤에서 보듯이 원고들의 부당노동행위로 피고의 대주주인 이 사건 진흥회에서 원고들에 대한 해임을 논의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위와 같은 피고의 조치가 경영판단의 재량을 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들은 당시 이사로서 의결권, 이사회 소집 요구권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고, 원고들의 의견이 다수 이사들과 달랐다고 하더라도 토론과 숙의를 요구할 권한이 있었다.
피고는 2018. 1. 2.부터 2018. 4. 19.까지 임원, 국장 등 66명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여 법인카드 운영내규 등 관련 사규위반사항을 점검하고 변상조치를 실시하는 등의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는 감사 대상자들에게 골프장 유흥업소, 상품권 등 사용금지 업종에서의 사용이나 자택인근, 휴가·휴일 사용, 개인용도의 물품 구입 내역으로 의심되는 사용내역에 관하여 소명할 것을 요구하였다. 원고들 역시 그 무렵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관한 소명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피고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관한 감사 및 변상조치는 66명의 임원, 국장 등을 대상으로 내부통제의 일환으로서 한 감사로서 원고들만 특정하여 이루어진 감사도 아니었고, 이 법정에 출석한 증인 O의 증언에 비추어 보면, 위 감사 등은 피고 내의 법인카드 사용에 관한 보편적 관행에 문제를 느끼고 이루어진 조치로 보이며, 원고들의 사퇴를 종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로 보기 어렵다.
나아가 뒤에서 살펴보듯이, 2017. 12. 28. 원고들에게 해임사유 소명을 위한 통지가 이루어진 상태였는데, 위 감사는 그 이후에 실시되었고 감사에 상당한 기한이 소요될 것이 예정되었으므로, 그 선후관계에 비추어 위 감사가 원고들에 대한 해임사유를 작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의 대주주인 이 사건 진흥회의 해임 논의
이 사건 진흥회의 이사회는 2017. 12. 28. 피고의 대표이사가 제시한 원고들을 포함한 무보직 이사들과 100% 자회사인 지역 방송사의 대표이사의 해임을 협의하는 절차를 가졌다. 아울러 위 이사회에서는 당시 피고의 무보직 이사들에 대하여 ㉠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 ㉡ 부당노동행위, ㉢ E 신뢰도 추락과 품위유지의무위반, ㉣ E 이사로서 정상적 직무수행불가능(조직관리 및 운영능력 상실), ㉤ 방송 파행 책임 등을 이유로 원고들을 해임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사건 진흥회는 위 안건 논의와 같은 날 원고들에게 위 안건의 결의 전에 2018. 1. 4. 해임대상자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기로 하는 통지를 하였다. 위 통지에는 별첨으로 ‘E 이사회 해임 결의안’이 첨부되어 있었고, 그 결의안에는 원고별로 구체적인 해임 사유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원고 B는 ㉠ 2017. 3. 10. 경영본부장으로 7명의 기자 부당전보, ㉡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해당 사원을 타부서로 부당전보, ㉢ 8월 9일 제작거부 등 쟁의행위 시기에 불법적 대체인력 투입시도(영상취재, 드라마홍보, 방송기술, 취재기자), ㉣ 회사 법인 휴대전화 파쇄, 교체 등을 통한 부당노동행위 등의 증거인멸 등의 사유가, 원고 A은 ㉠ 회사 법인 휴대전화 파쇄, 교체 등을 통한 부당노동행위 등의 증거인멸, ㉡ Q 전 광고국장 비위에 대한 자체조사 묵살, ㉢ 문화사업국 R 관련 입찰 비리에 대한 관리책임 등의 사유가, 원고 C은 ㉠ 회사 법인 휴대전화 파쇄, 교체 등을 통한 부당노동행위 등의 증거인멸, ㉡ 조합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 행위 책임 등의 사유가 기재되어 있었다.
당시 피고의 L노동조합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 및 당시 피고 이사들의 부당노동행위 등의 사유로 이사진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었고, 피고의 방송이 정상화되지 않았으며, 피고의 임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하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이후 실제로 전임 대표이사나 해임된 피고의 이사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진흥회의 위와 같은 안건 채택이 위헌적이라거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안건 채택 후 이 사건 진흥회의 이사회는 해임사유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논의하였고 이를 위하여 대상자들에게 해임사유를 구체적으로 통보하고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 등 해임과 관련된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하였다.
당시 이 사건 진흥회의 이사들 중 다수가 여당의 추천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이미 위 이사회의 결론이 원고들의 해임으로 정해져 있어 원고들에 대한 소명절차가 무용하다거나 해임절차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원고들에 대한 사임의 강요라는 등의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의 주식 중 70%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인 이 사건 진흥회가 소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30%는 S단체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진흥회의 이사는 9명으로 구성되고 관례상 6명은 여권에서 추천하고 나머지 3명은 야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오랜 정치적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은 원고들도 인정하는 사실이고(이러한 이 사건 이사회의 구성원이 언론의 자율성 등을 고려하여 바람직한지는 별론으로 한다), 원고들도 그와 같은 지배구조를 전제한 결의에 따라 이사로 임명되었다. 원고들이 해임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을 하지도 않은 채, 당시 자신들과는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정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진흥회 이사들의 다수가 당시 여당에 의하여 임명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원고들 자신에 대한 강압이나 강요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와 숙의 및 토론을 통한 다수결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로 구성된 L노동조합의 사퇴 요구 등
피고의 L노동조합 D본부는 과반수 이상의 근로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제1노조이고(이하 위 노동조합을 ‘피고 제1노조’라고 한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2017. 2. 23.경 원고들과 대표이사인 T의 취임 이래 취임 반대성명을 발표하였고, 2017. 9. 4.경부터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실시하였다. 그 파업은 2017. 11. 15.까지 계속되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기하여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파업을 할 수 있고, 그 자주성을 확보하여 노사교섭력 균형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피고 제1노조의 행위가 노동조합의 위와 같은 권리행사 범위를 크게 일탈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 시기를 보더라도 피고 제1노조가 T과 원고들의 취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원고들이 사임서를 제출하기 10개월 정도 이전이고, 위 파업을 종료한 것도 원고들이 사임서를 제출하기 2개월 정도 이전의 일이다. 원고들이 사임서를 제출할 무렵 피고 제1노조의 노조원들이 원고들의 자택을 방문하였다거나 원고들의 의사가 억압될 정도의 행위를 하였다는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당시 피고의 운영에 관하여 자신과 유사한 견해를 가진 사람에 관한 행위를 들어 강박의 사정으로 주장하고 있는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들은 파업 종료 후에도 피고 제1노조의 구성원들이 원고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나,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위 행동들이 강박이나 강요의 정도에 이른 것인지 판단하기 부족하다.
설령 피고 제1노조가 원고들의 이사 사퇴 또는 해임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원고들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노동조합의 자주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당시 경영진 등이 이에 관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단순히 피고 제1노조와 당시 새로 선임된 피고의 경영진 등이 특정 사안에 대하여 같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등의 경향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피고 제1노조의 행위를 피고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
원고들의 사임서 제출 시기 및 상황
원고들은 사임서를 제출할 당시 자신의 업무를 보조하던 직원에게 연락하여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원고들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의 변화, 이 사건 진흥회의 이사 구성의 변화 등은 모두 원고들의 사임 의사결정으로부터 상당히 앞서 이루어진 것으로, 원고들이 의사결정에 이른 동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의사결정자유권이 제약될 정도였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원고들을 비롯한 무보직 이사들의 사임서 제출시기는 모두 다르고, 그 이전에 의사결정의 자유를 억압할 만한 물리적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무보직 이사 중 2017. 12. 21. 사임서를 제출하였던 K은 피고 자회사의 이사로 선임되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원고들의 사임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인데도 이를 근거로 원고들을 의원면직으로 처리한 것이 실질적으로 해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비진의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누16059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이 사임서를 제출한 이후 퇴직연금을 지급받은 점, ② 원고들과 비슷한 시기에 재직하였던 사내이사 I는 주주총회 해임결의로 해임되어 퇴직연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던 점, ③ 원고들이 2018. 1.경 사임서를 제출한 이후 2022. 12.경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 사임의사를 철회하거나 사임서 수리를 문제삼는 행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해임결의를 앞두고 있었고 원고들이 그 절차에서 소명하였음에도 해임되는 경우와 스스로 사임하는 경우 사이의 경제적 이득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진정으로 사임을 바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해임과 사임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임서를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사임할 내심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사임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고 나아가 피고가 원고들을 의원면직으로 처리한 것이 실질적으로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해임과 같다거나 일방적인 해지에 해당한다거나 그 행위로 인하여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의 제척기간 또는 소멸시효 도과에 관한 예비적 판단
피고의 취소권 행사 제척기간 도과 항변에 관한 판단
설령 원고들의 사임서 제출이 강박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이 강박으로 주장하는 행위의 시적 범위가 매우 넓어 그 시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우나, 사임서를 제출한 2018. 1.경에는 그 행위가 종료하여 추인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원고들이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22. 12. 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취소권 행사를 주장하였는데, 이는 민법 제146조 전단에 따른 3년의 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행사된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피고의 불법행위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설령 원고들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가 이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은 사임서를 제출한 2018. 1.경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인 2022. 12. 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민법 제766조 제2항, 제1항에 따른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소결론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원고들을 해임하였다거나 일방적으로 위임계약을 종료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이 원고들의 사퇴를 강요하기 위한 불법행위였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선 원고들의 청구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요(재판장) 채영림 정영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