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하여 생긴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반소로 인하여 생긴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기초사실
원고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커뮤니케이션팀에서 2021. 8. 22.부터 2023. 8. 25.까지 ‘D’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기업PR, 마케팅, E, F 서비스 관련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고, 피고는 2020. 12.경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회사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으로서 ‘G’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커뮤니케이션팀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한편, H은 ‘I’이라는 이름으로, J는 ‘K’이라는 이름으로 원·피고와 함께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하였다.
원․피고는 2023. 4.경 고충처리위원회에 각 상대방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는 아래와 같은 조사위원 및 지원 인력을 구성하여 2023. 4.경부터 2023. 8.경까지 원․피고, 참고인에 대한 대면조사를 실시한 뒤 ‘원·피고가 각 상대방에 대하여 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청구취지
본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게 30,01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1. 9.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반소: 원고는 피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8, 20, 32, 84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는 팀장으로서 갖는 권한을 남용하여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하였는바, 피고의 아래 각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재산적 손해 571,900원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9,528,100원의 합계액인 30,01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는 2022. 7. 22. 있었던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원고가 심각한 성희롱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였음에도 이를 방관하였고, 원고가 2022. 11. 8. 위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 불참할 의사를 보였음에도 참여하도록 강요하였으며, 위 회식자리에서 해당 기자들과 원고 사이를 이성적 관계로 엮으려는 부적절한 발언을 계속하였다(이하 ‘제1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피고는 위 1)항과 같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 11.경 있었던 기자들과의 미팅에 원고가 참석할 것을 강요하였고, 피고가 분위기를 고조시킴에 따라 결국 원고는 술자리에서 기자 중 한 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였으며, 피고는 이에 대하여 기자에게 가해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오히려 직무 수행상의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가해자를 보호하고 우대하며 동시에 피해자인 원고를 부당하게 압박하였다(이하 ‘제2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유명 유튜버인 U가 이 사건 회사의 F 서비스를 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면 중고인 사람이 오냐는 식으로 비하성 발언을 한 사건의 대응과 관련하여, 피고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업무상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임의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생각하며 다수가 참여하는 공개 메신저 채널에서 원고를 특정하여 지적하고 비난하였다(이하 ‘제3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원고는 2023. 2.경 F 보도자료 배포시점에 관하여 유관부서의 부서장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고가 원고에게 부서장들이 대화를 하는 중에 실무자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두고 부서장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원고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부서장은 피고에게 원고의 의사소통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한 일이 없었다(이하 ‘제4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이 사건 회사는 대표자들에 대한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있을 경우 경영진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거절하는 것을 내부 방침으로 삼아왔다. 원고는 이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였음에도 피고는 커뮤니케이션팀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홍보대행사 직원들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대화방에서 원고가 지침에 따르지 않은 채 권한 없이 무단으로 업무처리를 한 것처럼 원고를 비방하였다(이하 ‘제5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이 사건 회사는 2023. 4.경 광주광역시 광산구청과 사이에 MOU를 체결하고자 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커뮤니케이션팀은 대외협력팀으로부터 MOU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보도자료 업무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대외협력팀 담당자가 뒤늦게 원고에게 관련 자료를 인계하여 원고는 시간적 여유 없이 보도자료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커뮤니케이션팀의 팀장으로서 대외협력팀의 담당자에게 원활한 업무협조를 요청하기는커녕 원고 때문에 보도자료 작성이 긴박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따지며 원고를 질책하였다(이하 ‘제6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피고는 커뮤니케이션팀원인 H, J에게 ‘원고를 자르고 팀 세팅을 다시할 것이다.’라는 내용 들을 말하여 원고를 조직 내에서 배제하거나 위축시켰다(이하 ‘제7차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피고
원고는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위반하였고, 예비적으로는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원고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피고에 대해 관계상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자로서 2023. 2. 8. 및 2023. 2. 28.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워크샵에서 피고를 비난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캘린더에 피고가 가해자라는 취지의 연차휴가 사유를 기재하였다.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이에 위반하는 행위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규정의 문언과 내용,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되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 기준 등에 비추어 보면,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피해 근로자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당해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을 결여하거나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도 피해 근로자에게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설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또는 피해 근로자가 업무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상당한 정도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피해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의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자와 피해 근로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지속된 기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피해 근로자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 근로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하거나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각주1>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2023. 4.)’ 역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요건 중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과 관련하여, “문제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의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은 경우여야 한다. 따라서 업무상 지시, 주의·명령에 불만을 느끼는 경우라도 그 행위가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지시, 주의·명령의 양태가 폭행이나 과도한 폭언을 수반하는 등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였다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업무상 필요가 인정되더라도 사업장 내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문제 행위라면, 사회통념적으로 상당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는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관계법령에서 정한 내용에 비추어 판단한다.”라는 내용을 기재하고 있다.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갑 제3, 8, 18, 40, 42, 95, 96호증, 을 제1 내지 8, 11,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회사에서 우위의 지위에 있는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방식, 내용, 기간 등의 적정성은 별론으로 피고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하였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은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제1, 2차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생각해라”, “기자가 D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난 기자 만나는 건 막지 않아”, “아줌마는 이런 상황이 부러울 따름이다.”라고 말하였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피고의 발언들은 성희롱을 방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현장 분위기를 조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으로, 회사 구성원들 사이에서 평소 일상적으로 오갈 수 있는 수준의 것으로 평가된다.
피고가 원고를 2022. 11. 8.자 회식에 참여하도록 한 행위도, 원고가 단체대화방에서 2022. 7. 22.자 회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로 답신한 점, 원고가 2022. 11. 8.자 회식에 대해 “일정 몇 개 주시면 저희가 맞춰볼게요”, “네에 날짜주세요 기자님! 저희 팀 캘린더 켜놓았어요”, “11월 8일은 어떠세용!! 화요일이예요~!”라고 말한 점(을 제11호증)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2022. 11. 8.자 회식 참석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원고의 참석을 독려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후에도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기자의 성추행 내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하여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나 진정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 내지는 기자들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 강도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원고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3 내지 7차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내부 논의 거쳐서 최종 합의, 결정된 내용으로 소통해 달라.’, ‘리더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팀원은 곧바로 의견을 남기지 말고 리더인 피고에게 먼저 이야기한 후 댓글을 남겨 달라.’, ‘큰 틀에서 기조는 변함이 없으나, 인터뷰나 방송 출연 섭외 요청 건은 사소한 것도 공유해 달라.’, ‘섭외 건마다 그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내부 상황 및 매체에 따라 다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니, 담당자 선에서 판단하고 상황을 종료시키면 리더와 팀 단위에서 고민의 기회를 상실할 수 있으니 앞으로 공유해 달라.’라고 말하며 원고의 업무방식에 대하여 지적을 하였다는 것인바, 원고가 회사의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였다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적절하게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팀장인 피고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이나 결과 등을 고려하여 보다 적절한 방식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를 지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것 자체만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피고는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 등의 모욕적인 언행을 사용함이 없이 원고에게 피고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제4차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원고는 소장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불편하다는 입장을 밝힌 마케팅팀의 리더인 V(W)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하였는데, 상대방은 본인이 원고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마케팅팀이 전달한 의견으로 인하여 원고가 난처한 상황에 처해졌을까봐 피고에게 이야기를 하였을 뿐이라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W이 죄송하다고 해서 무엇이 W을 죄송하게 만들었나 싶어서 생각해보았다. (중략) 조정하고 있는 단계에서는 저와 먼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지금 마음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으니 얘기를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였을 뿐이므로, 피고는 ‘원고 때문에 마케팅 담당자가 불편하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원고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협업 과정에서 마케팅 담당자가 다소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며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으니 불필요한 오인이나 감정적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하자는 취지에서 ‘그런 부분은 나와 먼저 상의해 달라’는 말을 한 것에 불과하다.
제5차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원고 주장과 같이 인터뷰 요청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응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있더라도, 사안의 성격이나 외부 요청자의 특성 등 예외적인 사정에 따라 인터뷰에 응할 필요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팀장에게 사전적으로 또는 답변이 완료된 즉시 보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갑 제4호증의 기재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행위 자체를 질책한 것이 아니고 다만 그 과정을 공유하지 않고 마무리 한 것을 지적하였을 뿐이며, 실제로 같은 팀원인 J(K) 또한 당시 “혹시 좋은 기회라고 보시면 기획안 받아볼까요?”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팀 내에서도 일정한 예외 상황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팀장인 피고가 인터뷰 요청을 원칙적으로 거절하되 해당 요청의 내용이나 배경을 팀 내에 공유하며 처리해달라고 한 발언은 업무의 일관성과 조율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더구나 원고는 해당 건과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를 특정하여 멘션(공유)하지 않은 것으로도 보인다].
을 제7호증의 기재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대외협력팀 담당자인 X(Y)이 뒤늦게 원고에게 관련 자료를 인계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긴박하게 보도자료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대외협력팀 담당자의 과실로 원고의 보도자료 작성이 지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증거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입장에서는 외형상 업무 지연의 원인이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인식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대한 조사 결과서(갑 제32호증)에는 ‘원고는 피고의 자신에 대한 과도한 피드백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참고자료를 제출하면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괴롭힘 요건으로 신고하는 사례들이 아니라는 점과 단체 대화방에서 피고가 지적을 하는 상황이 괴롭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진술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제7차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고가 그와 같은 발언을 할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갈등이 이미 심화된 상태였고, 그와 같은 상황은 팀원들 사이에서도 공연히 인지되고 있었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발언은 원고에 대한 일방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조직 내 갈등 국면에서의 대응적 판단 또는 감정 표현의 성격이 강하다. 당시 실제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고충처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고, (비록 고충처리 결과와 관계 없으나)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회사에서 해고되었으며, 원고는 이에 대하여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이에 대한 기각 결정을 받은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의 발언은 단순한 괴롭힘이나 모욕 목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인사 가능성을 언급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에 대하여 조사위원들은 ‘원고에 대한 피고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조사위원 등의 구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는 고충처리신고서에 ‘Z(AA)를 배제해 달라.’, ‘행위자와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AB(AC)이 조사의 주축이 되어 주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H(I), J(K)을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요구를 하였고, 이 사건 회사와 조사위원들은 위와 같은 원고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사를 이행하였으며(갑 제8, 18호증), 조사위원 등이 구성도 외부 교수 및 노무법인 소속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조사 결과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원고가 조사위원 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주된 근거는 ‘조사위원 중 L 교수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교수로서 Z의 추천으로 이 사건 회사와 계약을 한 사람이고, 나머지 교수들은 L 교수의 추천으로 조사위원이 된 사람이다.’라는 것인데, 이 사건 고충처리신고의 상대방은 이 사건 회사가 아닌 피고 개인이므로 조사위원과 이 사건 회사와의 관계 자체는 조사의 중립성이나 공정성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점, 설령 조사위원이 Z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친분일 뿐이고 나아가 피고와의 친분관계가 직접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닌 점, 이 사건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는 전문가로 조사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과 같은 이유만으로 조사 결과의 공정성이 부정될 수 없다.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주위적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증거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팀장으로서 팀원인 원고보다 직급상 우위에 있고, 원고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와의 관계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예비적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와 같은 침해행위에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등 참조).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어떠한 표현이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한 인격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언론의 자유의 보장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되, 표현의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뿐 아니라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나 경위,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및 표현의 맥락, 표현행위자와 피해자의 지위 및 관계 등을 아울러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2다222898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주장과 같은 원고의 행위가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주장도 이유 없다.
“위태로워 보여요 수면 부족, 항상 넘쳐나는 일, 이대로 지속 가능할까요?”, “일하는 방식 이대로 괜찮은가요?”라는 내용의 프리젠테이션 자료 및 ‘변화가 필요하다’, ‘리더가 더 큰일을 해야 하는데 실무에 너무 많이 관여하고 있고, 코칭과 권한위임을 해야 한다’는 원고의 발언은 그 내용이 궁극적으로 옳은 것인지와 무관하게 그 표현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팀 내 업무 수행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의 일환으로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고, 위 발언은 원․피고와 다른 직원 두 명만이 참석한 팀 내 워크샵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미 팀원들 간에 공유되고 있던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발언한 것이므로, 설령 부분적으로 불쾌한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표현의 정도,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도 볼 수 없다.
원고가 을 제19호증의 기재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지체에 따른 정신적 피해 치유 및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로 인한 보호조치”라는 내용을 이 사건 직원 전체에게 공개된 캘린터에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대응 조치를 비난한 것에 불과하고 구체적으로 피고가 특정되어 비난된 사실은 없다. 또한 위 문구는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기보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존재하고, 다만 지체되고 있다’는 상황에 대한 알림 및 의견적 성격에 가깝고, 불필요한 비방이나 조롱의 의도가 있다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표현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와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서민아
각주1) 성희롱에 관한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등 참조
사건정보
사건
2023가단84317(본소) 손해배상(기)
2024가단87979(반소) 손해배상(기)
원고(반소피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호준
피고(반소원고)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출
담당변호사 최종하
변론종결
2025. 4. 25.
판결선고
2025. 5. 23.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