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1,700만 원, 원고 B, C에게 각 1,300만 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3. 12. 20.부터 2016. 11. 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 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5분의 1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피고는 서울 E구 등에서 발생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 분쇄한 후 고형물을 사료농장으로 보내고, 발생된 폐수를 폐수수거차량으로 반출하는 업무를 하는 법인이다.
망 F(G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3. 2월경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여왔다.
망인은 2013. 12. 20. 09:00경 피고의 사업장에 있는 폐수저장탱크(가로 4m, 세로 8m, 높이 3.5m, 이하 '이 사건 탱크'라 한다)에서 망 H와 함께 폐수 수위 확인, 유분채취 등의 작업을 하고 있었고, 망인의 지시에 따라 망 H가 작업복을 갈아입은 뒤 같은 날 09:38경 이 사건 탱크의 외부에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 사건 탱크 내부로 들어갔다.
망인은 2013. 12. 20. 09:40 망 H가 이 사건 탱크 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 사건 탱크 부근에 있던 I에게 119에 신고를 하고 다른 직원들을 데리고 오라고 말한 뒤 이 사건 탱크 안으로 들어갔으나 나오지 못하고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의견서 중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관련 법령(관련 법령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을 위반하여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지 않았고, 작업 전이나 작업 중에 환기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탱크 인근에 송기마스크 등의 대피용 기구를 비치하지도 않았다.
원고 A는 망인의 처,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로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10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서 피고에게 부여한 이 사건 탱크를 비롯한 사업장에 피용자인 망인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한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 또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판결을 받았고,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망 H를 구하기 위해 이 사건 탱크 내부로 들어감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것이므로, 피고의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하여 망인의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판단
먼저, 갑 제5호증, 을 제1,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피고의 실제 대표자 J는 의정부지방법원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작업장이나 기계·설비의 바닥·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부터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손잡이 또는 충분한 강도를 가진 덮개 등을 설치하는 등 근로자의 추락 등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는 폐수 저장탱크 상부에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망 H와 망인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작업을 하게 하여 망 H와 망인이 폐수 저장탱크 안으로 추락하여 익사하게 하였다. 이로써 J는 안전상 조치의무를 위반함과 동시에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망 H와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피고는 자신의 대표자인 J가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14고단3314). 이에 대해 의정부지방법원은 2015. 3. 17. 망 H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J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피고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였으나, 망인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J와 피고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의정부지방법원 2015노919)은 2015. 10. 12.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해 다시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5. 12. 23.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망인에 대한 부검감정의는 '망인의 혈액이나 위 내용물에 약물이나 독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음. 코, 입, 기관지 내부, 위 내부에 모두 황갈색 액상이 들어 있고, 양폐가 서로 접할 정도로 팽대되어 있는 점' 등의 사정으로 망인의 사인을 익사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가항의 5), 6)에서 설시한 피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민사재판에 있어서도 유력한 증거가 되기는 하나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과는 다른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다6707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관련 형사사건에서 J와 피고는 '작업장이나 기계·설비의 바닥·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부터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손잡이 또는 충분한 강도를 가진 덮개 등을 설치하는 등 근로자의 추락 등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을 뿐이다. 즉 위 관련 형사사건의 심판대상에 위 가항의 5), 6)에서 설시한 피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의 판단 대상의 범위는 관련 형사사건의 판단 대상과 다르다.
앞서 인정된 사실에 의하면,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피고의 추락 등 위험방지 조치의 미설치뿐만 아니라 위 가항 5), 6)에서 설시한 피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 H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할 것인데, 망 H는 이 사건 탱크에 들어가자마자 의식을 잃었고, 함께 작업 중이던 망인 역시 망 H를 구조하기 위해 이 사건 탱크에 들어가자마자 의식을 잃었으며, 망 H와 망인이 의식을 잃은 시간적 간격은 5분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의견서에 따르면, 망 H와 망인 모두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에 중독되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③ 망인이 이 사건 탱크에 들어가게 된 것은, 자살을 하려 하거나 작업상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의식을 잃은, 공동 작업자인 망 H를 구조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피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망인이 구조행위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조행위 도중에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망인과 원고들의 연령, 망인의 직업,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원고들이 근로복지공단 등으로부터 수령한 유족보상금 등의 액수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위자료를 망인 2,800만 원,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를 각 500만 원으로 정한다.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A의 주장
망인은 2013. 12. 1.부터 2013. 12. 21.까지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 A에게 망인의 21일분에 해당하는 임금 1,749,000원[=21일> (250만 원×30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10호증, 을 제15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13. 2월경 망인과 임금을 250만 원으로 하되 매월 1일부터 기산하여 말일까지 마감한 뒤 익월 10일에 지급하고, 계약기간을 2013. 2. 10.부터 2014. 2. 11.까지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는 망인에게 2013. 3. 11. 같은 해 2. 10.부터 같은 해 3. 11.까지의 급여 200만 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2013. 12. 10.까지 전월 10일부터 당월 10일 또는 11일까지 기간 동안의 임금을 당월 10일 또는 11일에 지급하여 왔던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망인에게 2013. 12. 11.부터 망인이 사망한 2013. 12. 20.까지의 급여 833,300원[=10일× 1일 급여 83,330원(=월 2,500,000원÷30일,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망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 원고 A가 구하는 2014. 1. 4.부터 근로기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 A에게 2016. 8. 11. 916,630원, 같은 달 22. 478,867원을 각 지급하였으므로, 위 임금과 지연손해금채무는 모두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15,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위 임금 및 지연손해금 채무에 대한 변제금으로 원고 A에게 2016. 8. 11. 916,630원, 같은 달 22. 478,867원을 각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916,630원은 2014. 1. 4.부터 2014. 8. 11.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433,953원[= 833,300원×0.2×(2+221/366),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과 원금 482,677원에 충당되었고, 위 478,867원은 2016. 8. 12.부터 2016. 8. 22.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2,113원[=350,623원(=833,300원-482,677원)×0.2×11/365)과 나머지 원금 350,623원에 충당됨으로써, 원고 A 주장의 임금과 지연손해금 전액이 변제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으므로,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1,700만 원[=(망인의 위자료 2,800만 원×상속분 3/7)+원고 A의 위자료 500만 원], 원고 B, C에게 각 1,300만 원[=(망인의 위자료 2,800만 원 상속분 2/7) + 원고 B, C의 각 위자료 500만 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3. 12. 20.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16. 11. 8.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현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